최근 패션업계에 디자인 조직 문화를 미래지향 패러다임으로 과감히 혁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특히 젊은층을 대상으로 하는 영 캐주얼·유니섹스 캐주얼 영역에서는 생존을 위한 선결 과제로 디자인 조직 문화 혁신을 내걸고 있다.
이러한 현상은 패션업체 디자인실에 ‘젋은피’의 수혈이 어려워지면서 수면 위로 떠올랐다. 젊고 유능한 인력이 패션 기업에 적응하지 못하고 해외로 유학을 떠나거나 자신의 브랜드를 만들기 위해 독립하면서 디자인실 인력 누수 현상이 심각해진 데 따른 것이다.
현재 상당수 국내 패션기업은 디자인 디렉터 등 한 두 사람에 의해 디자인이 결정되고 디자이너들은 연차에 따라 주어진 틀 안에서 디렉터의 지시를 수행하는 구조로 조직 문화가 형성돼 있다.
또 신입 디자이너의 경우 ‘피팅 필수’라는 옵션이 달려있기도 했다. 입사해서도 허드렛일부터 시작해서 경력을 쌓아가는 전형적인 ‘도제식’이다.
하지만 1980년대생 이후 젊은 층들이 직장 생활을 하기 시작한 4~5년 전부터 이러한 조직 문화에 반발하는 기류가 형성되더니 최근들어서는 아예 취직을 포기하는 사례까지 급증하고 있다.
디자이너 이동원씨는 패션기업 취직을 포기하고 현재 친구들과 함께 인디 브랜드 「빈센트만」을 운영하고 있는 케이스. 1983년생인 그는 “패션 기업의 딱딱함과 규율에서 벗어나 나만의 브랜드를 만들어봐야겠다는 생각에 뛰어들었다”면서 “물론 회사 생활에서 배우는 것도 많겠지만 윗사람이 시키는 것만 하기에는 젊음이 아깝다고 생각해 시작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 씨의 사례 뿐만 아니라 현재 젊은층에게 인기를 끌고 있는 인디 브랜드 상당수가 패션기업에 입사했다가 포기했거나 아예 입사하지 않은 케이스가 많다.
상황이 갈수록 심각해지자 일부 패션기업을 중심으로 기업 운영 전반적인 시스템 재점검에 나서고 있고 가장 첫 번째로 디자인 조직 문화 혁신이 도마위에 올랐다.
과거 권위주의 시절부터 내려오는‘Top-Bottom’식 조직 문화를 없애야 한다는 것이다. 중견 패션기업 A사는 수년 전부터 디자인 실장의 업무 역할에 점진적인 변화를 주고 있다. 20여명의 디자이너가 각각 아이템별로 책임질 수 있도록 권한과 역할을 확대하고, 디자인 실장은 디테일한 실무에서 벗어나 ‘코치’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조정한 것이다. 시행 과정에서 기존 인력들의 인식 전환에 시간이 걸리기는 했지만 경영진과의 소통을 통해 단계적인 변화를 거쳤다. 그 결과 젊은 직원들의 이직율이 줄어든 것은 물론이고 업무 만족도가 높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이 브랜드 본부장은 “시장은 갈수록 소비자 주권이 강화되고 있는데 직급이 높은 사람들은 소비자보다 회사에 가까운 사람들”이라면서 “이들은 실무에서 벗어나 경륜과 노하우, 경영진과의 커뮤니케이션을 바탕으로 젊은 직원들이 신나게 일할 수 있는 문화를 만드는 게 중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일부에서 시작된 이러한 주장은 갈수록 설득력을 더하고 있다. 현직 디자인 실장인 박 모씨는 “현재 디자인 실장을 맡고 있는 사람들 대부분이 엄격한 조직 문화를 거쳐 성장한 사람들이다보니 새로운 조직 모델에 적응하는 것이 쉽지 않은 것이 사실”이라면서 “하지만 분명한 것은 영 캐주얼 브랜드 주 고객층이 30대 중반 이상으로 넘어간 현 시점에서 브랜드 운영 구조 전반에 걸친 패러다임 전환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김정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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