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널이 변한다는 것을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 느낌은 있는데 확신이 서지 않는 상황이 지금 우리 패션업계가 맞이하는 리테일 시대의 모습임에 틀림없을 것 같다.

채널이 변화한다는 것은?
우선 채널의 변화를 확신하기 위해서 우리 업계가 가지고 있는 상품과 정보의 커뮤니케이션 플로우에 대해서 이해를 해보자. 그림1에서 보듯이 매스 프로덕트 시대엔 상품과 정보의 흐름이 단방향으로 이루어지고 상품량과 정보량이 반비례하면서 깔때기 Funnel 현상이 상호간 역으로 발생하는 구조로 되어 있다. 깔때기 구조상에서는 플로우상에서 교차 교환점이라 할 수 있는 제조업자와 리테일러에 부하가 걸리면서 시장의 무게 중심을 끌고 갈 수 밖에 없는 구조로 되어 있었다.
그림1과 같은 구조가 될 수 밖에 없었던 이유는 가장 중요한 원인은 플로우의 신경망을 구성하는 정보 시스템이나 사회간접자본(SOC)와 밀접한 관계가 있다고 본다. 20세기 후반부터 급속도로 발전하기 시작한 IT 분야 덕분에 패션업계도 기존의 구조에서 벗어난 보다 더 복잡한 구조 속으로 이동하기 시작하였고 이러한 복잡한 구조에 맞게 기존의 채널 보다 더 다양하고 복잡한 채널이 생기는 것이 바로 리테일 시대의 채널의 변화 원인이라고 이해하면 정확할 것 같다.
그림에서 보는 기존 플로우에 촉매 역할을 하는 새로운 구조(Flow Enhancer)나 도구가 등장하면서 기존에 경험하지 못했던 채널들이 생겨나고, 이러한 구조 위에서 생존하기 위한 플랫폼으로서 비즈니스 모델을 변화시키는 것이 리테일 시대의 패러다임 변화의 일반적인 형태일 것이다.
실례를 들어보자. 최근 2~3년 전부터 생겨나기 시작한 ‘나들목 상권’이란 용어는 리테일 시대 대두의 첫째 현상이라고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다.
집적된 공간에서 확장된 공간으로
대표적으로 채널의 이동은 집적된 공간(예를 든다면 백화점이나 노면 주요상권 같은) 일변도에서 탈피하여 나들목 상권(수도권의 예를 든다면 파주 프로방스, 여주 375아울렛, 덕소 삼패사거리, 화전 항공대 입구 등)과 같은 그야말로 들판으로 매장을 옮기는 현상에서 찾을 수 있었다. 이것이야말로 말 그대로 플레이스가 옮겨가는 직접적인 채널의 이동 현상이었지만 본질적인 패러다임 변화에 따른 이동이라고 볼 수는 없을 것 같다. 그렇다 하더라도 교외 상권의 대두는 아울렛 붐을 가져왔고, 기존 질서에 파격적인 영향을 준 것만은 틀림없다.
‘나들목 상권’이란 용어가 가진 한계처럼 패션의 채널은 지금 시장 구성원들로부터 최종 목적지에서 중간 기착지에 머무르는 정도까지 하락하고 있다는 사실에 먼저 주의를 해야할 것 같다. 라이프 스타일에서 패션 소비가 차지하는 위상이 줄어들고 있다는 사실이 중요한 것이지 교외에 점포채널이 생겨난다는 사실이 중요한 것은 아니라는 현실을 직시해야 한다.
이런 변화의 현상들 속에서 보다 본질적이고 혁명적 상황은 전혀 새로운 채널의 대두와 이에 적응해야 하는 비즈니스 모델의 파괴가 나타날 것이라는 사실이다.
새로운 채널의 모습 중 20년이 채 안 된 온라인 커머스 역사 중에서 최근 가장 파괴적인 형태로 다가오는 소셜커머스(Social Commerce)를 한 번 살펴보자.
올 상반기 공중파 광고 매출액 1위를 대기업이 아닌 소셜커머스 업체가 차지했다는 뉴스만 보아도 국내 시장에서 소셜커머스 열풍을 짐작하고도 남을 것이다. 하지만 패션기업들의 소셜커머스에 대한 생각은 그저 홍보 수단 혹은 특정재고 처리 등의 접근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중심이 될 수 없다는 판단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우리 앞에 펼쳐진 소셜커머스 모델 외에 유럽이나 미국 등지에서 패션 중심으로 성장하고 있는 소셜커머스 모델을 한 번 살펴 본다면 새로운 채널의 등장에 대한 우리의 생각이 얼마나 잘못 되었는지 깨달을 수 있을 것 같다.
새롭게 등장하는 강력한 채널은?
며칠 전 해외 기사 중에 손정의(일본명 마사요시 손) 사장의 소프트뱅크가 미국계 프라이빗 커머셜 사이트인 길트그룹(Gilt Groupe)에 1억3800만달러(한화 1600억원 정도)를 투자하는 펀드의 50% 대주주로 참여했다는 소식이 있었다.

길트(www.gilt.com.)는 온라인 회원을 대상으로 패션에서 예술작품 여행에 이르기까지 소위 럭셔리 상품들을 최대 80%까지 할인 판매하는 서비스로 패션 시장에서 주목받고 있으며, 기업가치를 10억 달러까지 평가받는 소셜커머스 시장의 떠오르는 스타라고 할 수 있다.
2007년 미국에서 설립, 서비스를 시작한지 3년 만에 전 세계적으로 350만명의 회원을 보유하고 있는 길트에 소프트뱅크는 직접 투자하고 일본에 공동 출자하는 형식으로 합작사인 길트재팬을 설립해 관련사업을 추진한다는 뉴스였다. 길트는 국내에서도 시작된 모바일 쿠폰 서비스 업체인 그루폰과 달리 트레이드업(Trade Up) 소비를 추구하는 현대 소비자들의 의식을 잘 파고 들어서 하이엔드 상품군을 주요도시 지역에 집중하여 트렌디 하면서도 고급스러운 서비스와 함께 제공하는 모델로 단시간에 시장의 주목을 받았다. 길트와 같은 커머스 사이트가 그루폰 등의 소셜커머스와 차이점은 상품 구성에서의 차이도 있지만 프라이빗한 비즈니스 모델을 채택했다는 점이 될 것이다.
길트와 같은 프라이빗 소셜커머스에 대한 기대가 크면서 자본 시장들이 관심을 갖게 되는 건 당연한 수순인 듯 하다. 길트 뿐 아니라 경쟁 사이트인 Iddeli는 이미 2009년 2000만 달러 규모의 투자 유치를 하였고 프라이빗 소셜커머스의 원조 격이라 할 수 있는 프랑스의 방트프리베(Vente-Privee)는 지난해에 아마존이 30억 달러에 사려 한다는 소문도 나돌았었다.
이처럼 새롭게 등장하는 채널 중에서 패션 상품으로 특화되어 좋은 성과를 거두고 있는 소셜커머스들은 기존의 온라인 쇼핑몰보다 한층 진일보된 SNS와 같은 모바일 혁명이 가져온 혁명적 비즈니스 모델임에 틀림 없을 듯 하다. 특히 프라이빗 쇼핑 사이트들은 단순한 집단에 의한 저가구매를 목적으로 하는 소셜커머스에 비해 패션 분야에는 더욱 파괴적으로 다가올 듯 보인다.
그 이유는 현재의 소셜커머스들이 과거 온라인 커머스들이 보인 솔루션으로서의 존재감이 아니라 오프라인까지 포괄시킬 수 있는 패러다임의 성격을 지녔다는 점이다. 이러한 특징이 집단 지성에 SNS와 같은 도구와 결합하면서 실시간적이면서도 확산성을 띤다는 특성을 보유하게 됨으로써 패션 시장에도 영향을 미칠 강력한 채널로 대두되는 것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소셜커머스는 솔루션이 아니라 패러다임
실시간적이라는 부분은 패션의 생명인 신선도를 충족시켜주고 확산성이라는 독자적인 채널로 독립할 수 있는 규모를 제공하고 거기에 개인의 지성이 집단으로 퍼져나가는 정보 이동의 통로를 겸할 수 있으므로 디지털 시대에 가장 먼저 어필 할 수 있는 채널이 지금 우리 주변에서 막 움트고 있는 것이다.
이렇게 새로운 채널을 대두시킨 SNS의 위력이 얼마나 대단한지는 손정의 사장이 길트에 투자한 이유만 보아도 알 수 있다. 20년 전 디지털 혁명 초기에만 해도 국가별 지역별 차이가 있을 정도로 디지털의 확산에도 시차가 존재했었다.
하지만 페이스북이나 트위터 같은 SNS 서비스의 등장은 그 시차는 물론 더 나아가 공간 차 마저도 무의미하게 만들었다는 것이다. 그루폰이 미국에서 부상한 시점에 한국에서 티켓몬이나 위메프 같은 동일한 서비스가 생겨난 것처럼…
그래서 손정의 사장은 소셜커머스에 주목하고 확산에 대한 확신을 바탕으로 거액을 투자하게 되었다고 한다. 일본의 MUJI나 UNIQLO가 자사의 인트라넷 사이트와 외부 커머셜사이트를 페이스북이나 트위터와 결합하여 기업활동이나 이념을 전달하고 상품개발에 소비자를 직접 참여시키고 새로운 상품에 대한 PR과 Feed Back까지 획득할 수 있는 방향으로 개선하고 있고 글로벌을 겨냥하여 적극적인 콘텐츠를 이식하고 있는 부분들도 새로운 채널에 대한 학습단계라고 판단된다.
이런 세계의 변화 속에 우리 패션업계는 어떤 준비를 하고 있을까? 그냥 마케팅부서에서 기안이 올라오면 또 하나의 미디어로서 새로운 패러다임을 바라보고 있는 건 아닌지? 혹은 그저 이것도 지나가는 광풍일 뿐이야 라고 생각하는 건 아닌지?
많은 생각을 해보면서 최근에 에이션패션의 박재홍 대표가 신사동 모처에 구축한 R&D center 프로젝트에 대해 주목을 해본다. 늘 혁신적인 생각을 하는 분이니 아마 틀림없이 상품을 연구하는 것이 아니라 플랫폼과 비즈니스 모델을 연구하는 곳이리라 혼자 추측해보면서 국내에도 새로운 채널과 결합하는 또 하나의 성공적인 비즈니스 모델을 꿈꾸는 더 많은 경영자 분들을 만날 수 있게 되기를 기대해 본다. 다음 호엔 변화하는 채널에 부합되는 인적자원은 어떻게 만들어 나가야 되는지 같이 고민해 보도록 하자.
김묘환 CMG 대표
ingi@f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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