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터쇼가 아니라 모델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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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04-22 오후 3:32:18


지난 3월 31일 부터 4월 10일까지 일산 킨텍스에서는 홀수 해에 개최되는 서울 모터쇼가 진행되었다. 한국은 이젠 세계에서 손꼽히는 자동차 생산국이 되다 보니, 국민들의 관심들도 그에 못지않은 터라, 국내에서 모처럼 벌어지는 자동차 축제는 해가 갈수록 성황리에 마무리 되고 있다.


 


하긴 인간의 피조물이 아무리 아름답다 한들 창조주의 피조물보다 아름다우랴! 엔진 위에 차가운 강철이 덮여있는 자동차 보다는 따뜻한 피가 흐르는 심장을 가진 하얀 피부의 아름다움이 더 눈에 다가 오는 것은 당연한 일인지도 모르겠다.


사실 모터쇼 장을 채운 수많은 자동차 브랜드들은 자동차뿐 아니라 모델들도 서로 치열하게 시각적 경쟁을 하는 것 같았다. 각 회사들이 작심을 한 듯 내세운 많은 자동차들 옆에는 거의 대부분 자동차의 아름다움에 육박하는 모델들의 백가쟁명이었다. 그것만으로도 충분한 관심거리인 것은 분명했다. 어떤 경우에는 자동차가 미녀 모델들을 돋보이게 하는 건지, 모델들이 자동차를 돋보이게 하는 것인지 구분하기 어렵기도 하였다. 그렇지만 모터쇼가 모델쇼로 언급되는 것은 여전히 유감이다. 왜냐하면 우리 눈에 보여진 모델들로 단지 섹시하고 아름답기만 하는 데에서 끝나지 않았기 때문이다.


눈만 뜨고 있다고 보는 것이 아닌 것처럼 이번 모터쇼에서는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많은 것들이 우리 눈에 들어왔다. 하지만 그런 것들은 아름다운 자동차와 섹시한 모델들 너머에 있으며, 모터쇼를 그냥 보는 것이 아니라 읽어야만 볼 수 있는 것들이기 때문에 좀 더 세밀하게 하나하나 따져가면서 되짚어 볼 필요가 있다.


다르면서 같은 자동차와 패션
옷과 자동차는 참 비슷한 것이 많다. 단지 쓰임새가 아니라 그것을 뛰어 넘는 어떤 무언가가 사람들에게 어필한다는 것이 가장 닮은 것 같다. 가령 자동차는 타고 어디엔가 가기 위해 필요한 것이다. 하지만 자동차의 매력은 이동성에서 나오지 않는다. 포르쉐, 페라리, BMW. 이런 이름을 들으면 뭔가 말로 표현하기는 어려울 정도로 몽롱하지만 우리의 가슴을 심하게 박동 치게 만드는 분명한 매력들이 있다. 이런 매력들은 대체로 자동차의 내부에서가 아니라 외형으로부터 비롯되는 경우가 많다.


옷도 그렇다. 옷은 일차적으로는 외부로부터 몸을 보호하기 위해서 입지만 요즘 같은 세상에 비바람 피하려고 옷을 챙겨 입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샤넬, 디오르, 루이뷔통, 에르메스. 이런 이름들을 들으면 가슴이 벌컥거리는 것은 입기 좋아서가 아니다. 말로 형언할 수 없지만 심장박도 수를 높이는 매력이 분명 있다. 그것은 대체로 옷의 외형에서 먼저 비롯된다.


자동차든 옷이든 뭔가 말할 수 없는 매력으로 사람들을 흥분시키는 점에서는 조금도 다를게 없다. 대체로 그런 매력들은 각 브랜드나 메이커들이 지향하는 어떤 특정의 조형적 아름다움에 의해 촉발된다. 디자인 분야에서도 자동차는 엔지니어링이 가장 강하고 첨단의 기술들이 좌우할 것 같지만 의외로 조형적인 부분이 차지하고 있는 비중이 크다. 일반적으로 자동차 디자이너들은 다른 분야의 디자이너들에 비해 조각적 능력을 더 많이 요청받는다.


패션도 그에 못지않게 외형의 비중이 크다. 그렇기 때문에 자동차든 패션이든 남과 다른 세련된 이미지로 고유성을 유지하면서, 색다른 이미지를 계속 창조해 나간다. 그렇기 때문에 자동차든 패션이든 각 브랜드마다 고유한, 그러면서도 매력적인 이미지들이 오랜 시간 동안 자리잡고 있는 것이다.


패션계가 주목해야 할 모터쇼


그런 점에서 볼 때 이번 모터쇼에서 유심히 봐야 했던 것은 각 자동차 메이커 마다 자사의 고유한 이미지를 어떻게 자동차 디자인에 실현하고 있으며, 나아가 자동차 모델들의 이미지들에까지 그러한 고유함을 어떻게 구체적으로 실현하고 있는가 하는 것이었다. 실지로 이번 모터쇼는 단지 자동차의 모양만이 아니라 자동차 옆에 서 있었던 모델들의 이미지에까지 각 메이커들이 정성을 다해 신경을 썼던 것 같고, 그것이 자동차 자체의 모양 못지않게 참으로 재미있고 의미 있는 볼거리를 제공했다.
하지만 그것은 모터쇼 장 전체와 부분을 아우르는 입체적인 시야에만 들어오는 것이었기 때문에 모델들의 몸매에만 렌즈를 들이대고 있어서는 전혀 감을 잡을 수가 없었다.
하지만 패션의 여러 디자이너들이나 브랜드들이 그러는 것처럼 자동차 외형의 디자인으로부터 모델들의 의상이나 태도들에 이르기까지 브랜드들이 종합적으로 디자인해나가겠다는 것을 입체적으로 관찰해 보면 각 자동차 브랜드들이 얼마나 재미있는 이지미들을 담았는지 무릎을 치게 된다.
자! 그럼 모터쇼에 등장했던 자동차 메이커들을 중심으로 하나 씩 숨겨진 묘미를 찾아보도록 하자.



르노 삼성의 다양한 이미지


옛날 같으면 같은 자동차 메이커라면 모델들에게 모두 같은 유니폼을 입혀서 자동차 옆에 세워 두었을 것이다. 하지만 요즘은 그런 무지막지한(?) 일은 잘 벌이지 않는다. 설사 유니폼을 입히더라도 전혀 유니폼의 티가 나지 않게 통일시킨다.


그런 점에서 르노 삼성은 다양한 종류의 차들을 선보이는 것만큼 모델들에게 다양한 패션을 입혔다는 것이 눈에 띄었다. 레이싱 카 옆에는 기존의 레이싱 걸의 복장을 한 모델을 두어서 낯설지 않았다. 빨간색과 흰색으로 구성된 레이싱 유니폼은 시각적으로 명시성이 강할뿐 아니라 밝고 힘차게 보인다. 기존의 SM3 승용차를 레이싱 카로 만든 자동차 옆에도 자동차의 디자인과 일맥상통하는 레이싱 복을 남녀에게 입혀서 강한 이미지를 안겨주고 있었다. 나머지 자동차들에게는 각각 자동차의 이미지에 맞게 모델들의 이미지를 대비시켰다. 고급 승용차에는 미스 코리아 풍의 드레스를 매치한 것이 특이했다.


중후한 승용차에게 남성 모델을 쓴 것은 좀 독특했다. 모터쇼하면 섹시한 여성 모델만을 생각하게 되는데 이렇게 남성 모델들의 정장 차림에 자동차를 돋보이게 하는 것도 색다른 변화였다. 나머지 자동차들에도 다양한 이미지의 옷차림을 한 모델들이 각각의 자동차와 어울려 르노 삼성의 이미지를 높이 선양하고 있었다. 하지만 좀 아쉬운 것은, 모델들의 패션을 획일적으로 통일하지 않은 것은 좋았으나 자동차의 다양한 종류에 너무 집착하다 보니 전체적인 일관성이 떨어진 게 아닌가 하는 아쉬움이 들었다. 각각의 패션들은 나무랄 데 없었으나 전체가 너무 중구난방으로 달라서 르노 삼성의 이미지가 강렬하게 각인되지 못했다는 점은 좀 아쉬웠다.



쌍용의 중후함
쌍용 자동차는 다른 자동차 메이커에 비해 색다르거나 실험적인 디자인을 선보이진 않았다. 모델도 마찬가지였다. 검은 자동차 앞에 검은색의 미니 원피스를 입고 있으니 그다지 두드러지지도 않고 무난했다. 하지만 모델이 입고 있는 옷을 자세히 보면 중후하고 고전적인 무늬가 옷에 가득하고 어깨 부분의 레이스는 옷을 대단히 중후해 보이면서도 섹시하게 만들어주었다. 비슷한 검은색톤 안에서 이런 변화가 들어가 있으니 차분하면서도 열정이 가득해 보였다. 모델의 자신감 넘치는 태도 또한 쌍용 자동차의 이미지를 매우 고급스럽게 표출해 주는 독특한 기법이었다.



귀엽고 깜찍하면서도 섹시한 닛산


닛산은 일본의 기업다운 느낌이 물씬했다. 일단 가장 눈에 띄는 곳에 닛산의 자랑 큐브가 닛산의 이미지를 대표하면서 자리 잡고 있었다. 그 옆에는 섹시하기 보다는 귀여운, 젊다기 보다는 어려 보이는 모델이 독특한 닛산의 느낌을 만들면서 관심을 끌었다.


큐브만 그런 것이 아니라 새로 제시한 전기차의 모델도 마치 아이돌 스타와 같이 귀엽고 어려 보이는 이미지로 대중들을 맞이하고 있었다. 다른 자동차 메이커들이 주로 섹시하고 여성적인 느낌을 기본으로 자사 자동차의 이미지를 표현하고 있는 것에 비해 두 차의 모델들이 보여주는 독특한 느낌은 대중들에게 확실히 차별화되는 것이었다. 닛산이 모델의 이미지에 얼마나 신경을 썼는지를 보여주는 장면이다. 하지만 닛산이 귀엽기만 한 모델 이미지로만 접근했던 것은 아니었다. 차종에 따라 모델의 이미지를 유연하게 활용하고 있었다. 나머지 닛산 차들에는 오히려 반대로 섹시하고 여성적인 느낌을 주는 모델들을 배치하였다. 검은색 미니 원피스에 검은색 스타킹과 힐을 신은 모델은 귀여운 모델들의 이미지와는 판이하게 대비되는 이미지였다. 눈에 잘 보이지는 않지만 주름이 가 있는 원피스 질감 또한 대단히 섹시한 느낌을 강화하고 있었다. 전기차나 큐브 이미지와 의도적으로 다르게 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빨간색의 스포티한 자동차에서도 섹시한 느낌의 검은색 원피스를 입은 모델을 배치하여 강렬한 이미지로 연출한 것이 다분히 의도적이었다. 정리하자면 닛산은 여리고 순수한 이미지와 강렬하고 섹시한 이미지의 모델들을 같이 세워서 대중들에게 극단적으로 대비되는 느낌을 의도적으로 연출하고 있었다. 이로써 닛산은 복잡한 모터쇼 장에서도 자신만의 독특한 존재감을 충분히 대중들에게 어필할 수 있었다. 이처럼 자동차의 매력적인 외형과 브랜드의 몽환적인 이미지, 모델들의 다양한 패션들이 더 불어서 서울 모터쇼는 눈에 보이지 않는 시각적 경쟁을 불꽃 튀게 하는 화려한 경연장이었다.


 



최경원 현디자인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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