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진 꼬리표 떼고 ‘패션 코리아’ 주역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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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목받는 77년생 디자이너들의 진솔한 이야기

2011-03-21 오후 5:42:12

과거 어느 때도 이런 적은 없었다. 서울시와 문화관광체육부가 글로벌 디자이너를 육성하기 위해 정책을 내놓고, 백화점과 편집숍 등 유통업계에서도 디자이너 레이블을 입점시키지 못해 안달이다.


자고 나면 또다른 신진 디자이너가 생겨나는 바야흐로 ‘디자이너 춘추전국시대’인 것. 그러나 주머니 속에 든 송곳은 가만히 있어도 스스로 뚫고 나오는 법이다. 수많은 디자이너 중에도 국내와 해외에서 두각을 나타내며 인정받고 있는 최지형, 최범석, 정혁서&배승연, 홍혜진 등 5명처럼 말이다.


우연인지 필연인지 77년생 35살 동갑내기인 이들은 디자이너이자 경영자 사이에서 고민하고 있는 점도 많이 닮았다. 현재 가장 주목받고 있지만 말못할 고민도 많은 77년생 동갑내기 디자이너 5명의 진솔한 이야기를 들어본다.



최지형 'Jonny Hates Jazz'


실제로 보니 다부진 눈매가 인상적이다. 제일 먼저 브랜드 이름에 얽힌 스토리가 궁금하다.


 “다들 브랜드 이름을 궁금해 하더라. 뭔가 비하인드 스토리가 있을 것 같다며. (웃음) ‘Jonny Hates Jazz’라는 하나의 문장 자체가 브랜드가 추구하는 방향과 잘 맞다. 여성복이지만 약간 중성적인 느낌이 나기 때문에 ‘Jonny’라는 남자 이름을 선택했다. ‘Hates’는 ‘좋아’를 위트있게 반어적으로 표현한 단어고, ‘Jazz’는 단어 자체가 주는 운율감과 클래식한 느낌이 마음에 들었다.”


며칠 전에 파리에 다녀왔다. 작년 연말에 서울시가 선정한 대표 디자이너에 뽑혀 파리 진출 후원을 보장받았는데 이번 파리 방문도 그런 이유에서 인가?


“3월 2일부터 11일까지 서울시의 후원으로 현지 에이전시를 소개받아 파리패션위크 여성복 시즌에 맞춰 미리 세일즈 마케팅을 해봤다. 초반부터 바이어들에게 반응이 좋아 내심 기대했는데 그만큼 좋은 성과가 나온 것 같다. 현지 에이전시는 ‘MC2’라는 곳으로 이미 우영미, 정욱준, 송지오 등 한국 남성복 디자이너와는 좋은 관계를 맺고 있다. 한국 여성복은 우리가 처음인데 선배들이 워낙 잘하고 있어서 우리도 좋게 봐준 것 같다. ‘MC2’는 상품이 아니라 브랜드 자체를 마케팅해서 판매한다. 바이어도 해외 유명 백화점의 빅 바이어들이 많이 찾기 때문에 비즈니스 측면에서도 실질적으로 큰 도움이 될 것 같다. ”


77년생 디자이너들의 공통점 중에 하나가 서서히 해외 시장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는 점이다. 반짝 스타가 아닌 진정한 브랜드를 만들기 위해서는 어떤 게 필요할까?


“우선 브랜드가 자생력을 키워야 한다. 그러려면 디자인도 훌륭해야 하고 자금력도 좋아야 한다. 한국 시장에서의 비즈니스가 잘 뒷받침돼야 해외 시장에 진출할 기회도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지금처럼 정부 차원에서 지원이 활발할 때 당부하고 싶은 말은, 이러한 지원이 단발성으로 끝나는 게 아니라 지속적으로 이어져야만 한국에서도 제대로된 브랜드가 나올 수 있다는 것이다. 현재 서울시에서도 대표 디자이너에 대한 후원 기간을 놓고 고민 중인 걸로 아는데, 해외에서 컬렉션을 하거나 트레이드 쇼를 해 본 디자이너는 다 알거다. 단기간에 가시적인 성과를 내고 자리를 잡기는 정말 어렵다. 적어도 3년 이상의 시간이 필요하다. 한국을 대표하는 글로벌 브랜드를 만드는 게 정부의 목표라면 브랜드가 성장할 동안 지속적으로 서포트를 해줘야 한다. ”


「Jonny Hates Jazz」가 현재 가장 주목받고 있는 브랜드임에는 틀림없는 것 같다. 완성도가 높으면서 상품력도 좋아 해외 바이어의 주문이 꾸준히 이어지고 있지 않나. 브랜드가 점점 커지는 상황에서 가장 고민되는 것은?


“확실히 처음 시작할 때보다 시장 상황이 많이 좋아졌지만 시장 상황에 상관없이 브랜드가 조금씩 커질수록 디자인과 경영 사이의 벽은 점점 높아지는 것 같다. 디자인에만 신경을 쓰자니 상품의 대중성이 떨어지는 것 같고 너무 잘 팔리는 상품을 만들자니 디자이너로서 예술성을 배제할 수가 없다. 어려운 문제지만 긍정적으로 생각하려고 노력한다. 어느 정도 시간이 흐르면 디자인과 경영 사이의 공백을 메꿀만한 파트너를 만나 잘 해결되지 않을까?”


마지막으로 2011 F/W 서울패션위크 컬렉션에 대해 말해달라.


“영화 <언더월드>에 나오는 뱀파이어와 늑대인간에서 영감을 받았다. 2011 S/S 컬렉션이 ‘Cuban Revolution’으로 화사한 컬러에 가벼운 느낌의 원단을 주로 사용했다면 F/W는 정반대다. 컬러도 어둡게 하고 원단 역시 와일드한 가죽이나 퍼, 두꺼운 울을 주로 보게 될 것이다. 복고적인 느낌도 가미해서 재미있는 컬렉션이 완성될 것 같다. 기대해 달라.”



 


최범석 '제너럴 아이디어'


지난 2월 뉴욕패션위크에서 컬렉션과 컨셉코리아 쇼 모두 호평을 받았다. 많이 흥분될 것 같은데 현지 분위기는 어땠나?


“뉴욕 컬렉션을 준비하기 위해 심혈을 기울였다. 긴장도 했지만 최대한 즐기려고 노력했다. 모델들하고도 친해져서 백스테이지에서 샴페인도 한 잔씩 하면서 편안한 분위기 속에서 쇼를 진행했다. 현지 언론에서도 많은 관심을 갖고 도와줘서 성공적으로 끝낼 수 있었다.”


이번 2010 F/W 컬렉션 ‘M2’는 아웃도어 전문 브랜드 「네파」와 콜래보레이션했다는 점이 독특하다.


“77년생, 35살이면 너무 적지도 않고 너무 많지도 않은 나인데, 어느날 문득 이런 생각이 드는 거다. ‘내가 너무 작은 시장에서 헤엄치고 있는 건 아닐까?’, ‘왜 주요 고객 타깃을 20~30대로 잡았을까?’ 고객층을 넓히면 더 다양한 옷을 만들 수 있는데… 시장 범위를 확대할 수 있는 방법이 뭘까 고민하다보니 전 계층을 아우를 수 있는 게 아웃도어였다. 그런데 지금의 생산 라인으로는 한계가 있었다. 그래서 전문 브랜드와 콜래보레이션을 생각하게 됐고, 「네파」에 서 흔쾌히 수락해 주었다.”


말한대로 77년생 디자이너들은 딱 중간 그룹인 것 같다. 디자이너로서 어느 정도 성숙했지만 브랜드 경영자로서는 아직 배워야 할 게 많다.


“디자이너의 철학과 비즈니스 사이에서 고민하는 것은 자신의 브랜드를 갖고 있는 패션 디자이너라면 누구나 공감할 거다. 동대문에서 장사를 하다가 디자이너가 된 후 많은 사람들이 내 옷을 좋아해 주니까 나도 모르게 자만에 빠졌다. 배는 고프지만 자존심만은 지켜야 된다며 내가 보여주고 싶은 옷, 남들이 입지 않는 옷만 만들었다. 그런데 2011 S/S 뉴욕 컬렉션을 준비하면서 많이 깨달았다. 아티스트는 고집스럽게 예술성을 고수해도 작품가치가 변하지 않지만 디자이너는 매 시즌 상품을 팔아야 살아남는다는 걸 알게 됐다. 그래서 자존심을 버리고 처음부터 다시 생각했다. ‘나는 누구인가?’, ‘내가 잘하는 것은 무엇인가?’ 고민 끝에 ‘Slow’를 주제로 천천히 자기 자신을 찾자는 의미의 컬렉션을 만들었다. 그랬더니 바로 반응이 왔다. 컬렉션 직후 미국 남성 패션 언론계에서 가장 파워 있는 ‘지큐’ 홈페이지에 「제너럴 아이디어」이름이 생긴거다. 그 때의 기분은 말로 표현할 수 없다. 정말 뿌듯하고 기뻤다. 나 자신을 되돌아 보는 과정을 거치면서 디자이너와 경영자 사이의 접점을 찾았다고 할까?”


컨셉코리아에 참가해서 알겠지만 최근 정부에서 패션산업에 갖는 관심이 지대하다. 앞으로 어떤 방식의 지원이 더 있었으면 좋겠나?


“더 요구하고 싶은 것은 특별히 없다. 지금 해주는 것만으로도 감사하게 생각한다. 솔직히 말해서 정부 측에서도 눈에 띄는 성과를 보이는 디자이너를 후원하고 싶을 거다. 막 달아오르기 시작한 디자이너를 후원함으로써 펄펄 끓게 만들어야 정부 측도 보람을 느낄 게 아닌가. 정부 지원을 요구하기 전에 자생력을 키우는 게 더 중요하다.” 뉴욕 컬렉션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는데 앞으로 뉴욕 시장을 어떻게 공략할 것인지 말해달라. “해외 시장에서는 자국 것이 아니면 적어도 4년 혹은 8시즌 이상 컬렉션을 해야 겨우 인정받기 시작한다. 2011 S/S 시즌이 뉴욕에서 선보인 4번째 컬렉션인데 그 이후 프레스 노출도 잦아졌고 바이어들의 관심도 직접 느낄 정도로 커졌다. ‘M2’도 반응이 좋아 다음 시즌에는 얼마나 주목을 받을 수 있을지 기대가 된다. 뉴욕패션위크가 올림픽이고「제너럴 아이디어」가 국가대표 선수라면 다음 대회에서는 반드시 금메달을 딸 수 있을 것 같은 강력한 예감이 든달까? (웃음)”



 


정혁서&배승연 '스티브J&요니P'


사무실로 오는 길에 보니 최근 제 2의 가로수길로 불리는 ‘꼼데가르송길(지하철 6호선 한강진역에서 제일기획 사거리까지)’이 한 블럭 앞이다. 명함에는 주소가 역삼동이던데 옮긴지 얼마 됐나?


“작년에 세운 계획 중 하나가 플래그십 스토어를 오픈하는 거였는데 올해 운좋게 한남동에 좋은 자리를 찾아 실행에 옮길 수 있게 됐다. 오늘부터 1층에 본격적으로 인테리어 공사를 시작하니까 곧 플래그십 스토어를 보여줄 수 있을 것 같다. 현재는 2, 3층만 사무실로 쓰고 있다. ”


얼마 전 뉴욕패션위크 컨셉코리아에 참가하고 돌아오자마자 서울패션위크 준비로 바쁘겠다.


“그렇다. 귀국 하자마자 정신없이 시간이 빠르게 지나간 것 같다. 컨셉코리아에서 선보였던 옷들이 이번 2011 F/W 서울패션위크에도 그대로 올라간다. 콘셉은 ‘Arrested Adolescence(사춘기)’다. 사춘기 때는 누구나 정체성의 혼란을 느끼고 때로 불안해 한다. 이번 컬렉션은 그런 사춘기 소녀들로 부터 영감을 받았다. 블랙을 메인 컬러로 사용했고 여기에 「스티브J&요니P」의 시그니처 프린트 기법을 이용해 다채로운 사춘기 소녀 룩을 그려냈다.”


이번에 서울패션위크가 대폭 개편되면서 새로 생긴 ‘take-off’ 무대에서 쇼를 하게됐다.


“그동안 너무 필요했던 시스템이라 생각했기 때문에 긍정적으로 생각한다. 우리처럼 중간 그룹에 있는 디자이너들이 많은데, 이를 한 데 묶어 보여줄 수 있는 좋은 기회인 것 같다. 사실 SETEC에서 몇 번 컬렉션을 해보니 다른 장소에서도 해보고 싶은 욕심이 생기더라. ‘take-off’가 신설되면서 크링에서 할 수 있게 돼 더 기대가 된다.”


영국 런던에서 먼저 브랜드를 론칭하고 컬렉션도 진행했다. 지난 시즌 컬렉션을 봤는데 한국의 그것과는 느낌이 많이 달랐다. 한국에서의 컬렉션이 좀 더 대중적이라고 할까?


“솔직히 런던에서 디자인할 때는 자아도취에 빠졌었다. 내가 입고 싶은 옷만 만들었다. 그런데 한국에 와 보니 길거리의 다른 사람들이 우리 옷을 입고 지나가면 그게 그렇게 좋더라. 우리가 직접 그린 패턴을 사람들이 좋아해 주고 또 편안하게 입고 다니는 걸 보면서 그런 생각이 들었다. 디자이너와 대중이 같이 즐길 수 있는 게 진정한 의미의 창의적인 패션 디자인이 아닐까. 우리가 추구하는 패션의 예술적인 측면은 컬렉션 무대에서 충분히 자유롭고 독창적으로 구현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77년생 디자이너들의 공통점이라고 한다면 국내에서 어느 정도 입지를 다지고 해외 시장에서도 인정 받고 있다는 점이다. 브랜드가 점점 성장 중인 시점에서 가장 큰 고민은?


“사실 작년에 디자인과 경영 사이의 딜레마에 대해서 제일 많이 고민했다. 심지어 MBA 과정이라도 밟아야 하나 생각했다. 그런데 한 단계씩 지나와 보니 점차 고민은 사라지더라. 나름대로 우리만의 방식을 고수하면서 차근차근 해보니까 해결방법이 생겼다.”


마지막으로 올해 구체적인 계획은 뭔가?


“한 해를 시작할 때마다 항상 목표를 정하고 세부적인 계획을 잡는데 작년에 목표했던 것들은 다 이뤄져서 기분이 매우 좋다. (웃음) 플래그십 매장 오픈을 목표로 잡았는데 지금 준비 단계에 있고 해외에서도 계속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특히 홍콩 ‘D- MOP’이라는 편집숍에 입점했을 때 하나의 아이템을 60장 판매하는 성과를 이뤄냈다. 이는 거의 기적에 가까운 일이다! 국내에서는 신세계백화점 편집숍 ‘블루핏’의 바잉량이 매 시즌 두배로 신장했다. 여세를 몰아 올해의 목표는 브랜드의 볼륨을 키우는 것이다. 지방에서는 우리 옷을 사고 싶어도 판매하는 곳이 없으니 못산다고 하더라. 그래서 소규모라도 매장 수를 확대해 가면서 볼륨을 키우려고 한다.”



 


홍혜진 '스튜디오K'


인터뷰 오기 전에 뒷조사(?)를 좀 했는데 패션이 아니라 공예 특히 주얼리 쪽을 전공했더라.


“어렸을 때부터 공부하는 걸 좋아했다. 부모님도 하고 싶어하는 게 있으면 적극적으로 밀어주셨다. 대학에서 공예학을 전공하고 곧바로 미국으로 건너가 주얼리로 석사 학위를 받았다. 귀국 후에는 모 대학교 대학원에서 예술행정경영으로 박사 과정을 수료했다. ”


2006년에 론칭하고 이제 5년 째 접어든다. 론칭 당시와 지금의 상황을 비교해보자면?


“그때와 지금은 시장 상황 자체가 확연히 다르다. 론칭 당시 박사 논문을 준비하고 있었는데, 나와 같은 신진 디자이너들이 한국에서 자리잡으려면 어떻게 해야할까를 주제로 고민하고 있었다. 그런데 막상 자료 수집을 하려고 보니 사례가 전무하다시피 했다. 그런 상황에서 브랜드를 론칭하고 5년을 이어오면서 시대의 변화를 크게 느꼈다. 디자이너 레이블에 대한 수요도 많아졌고 정부가 나서서 해외 지원 프로그램도 운영할 정도니 그 어느때보다 신진 디자이너들에게 좋은 환경이 조성된 것 같다.”


77년생 디자이너들이 다 비슷한 상황에서 살아남기 위해 애쓰고 있는 것 같다. 경영의 어려움은 없나?


“초기에 혼자서 작은 규모로 운영할 때는 실수 해도 티가 안났는데 규모가 커지니까 힘들더라. 특히 세금, 회계 등 재무 관련 업무에 있어서 체계적인 시스템 구축의 도입이 절실하다. 처음에는 혼자 어떻게든 해보려고 독학으로 공부했지만 한계가 있었다. 외주로 맡기려고 알아보니 직원 10명 미만의 작은 사업체에서는 이해타산이 안 맞는다고 하더라. 외국의 경우에는 유망한 디자이너 레이블에 펀드가 붙어 자금을 지원 받는다. 디자이너는 디자인에만 집중할 수 있어서 좋고 자금을 지원한 기업 측에서는 투자한 만큼 이익을 가져갈 수 있어 좋다. ”


2010 F/W 컬렉션 ‘궤적’과 2011 S/S 컬렉션 ‘동시대비’ 등 제목만 봐도 얼마나 많이 연구하고 고민했는지 느껴진다. 이번 서울패션위크 ‘take-off’에 선보일 컬렉션의 콘셉은?


“제목은 ‘From office to mountain’이다. 확실히 최근 대세는 아웃도어인데 다양성이 부족하다. 너도나도 화려한 컬러만 사용하니까 눈에 띄기보다 오히려 획일화하는 양상이다. 다양한 아웃도어 웨어를 제시하기 위해 고민하다가 옛날 선조들의 라이프스타일을 분석하게 됐다. 사냥, 수렵, 캠핑 등 야외에서 주로 활동했던 그 시절의 의복을 리서치해보니 흥미로운 게 많았다. 그래서 이번 컬렉션은 기본적으로 오피스룩을 바탕으로 아웃도어 느낌을 가미해봤다. ”


진지하게 컬렉션을 준비하는 모습이 참 보기 좋다. 디자인 뿐만 아니라 학생들을 위한 강의도 하고 또 정기적으로 시각장애 예술인 돕기 자선바자회를 여는 걸로 안다. 어떤 특별한 계기가 있나?


“어머니가 의상학과 교수로 계셔서 어렸을 때부터 가르치는 일에 흥미가 있었다. 그러다가 좋은 기회에 대학에서 강의를 하게 된 게 벌써 8년 째다. 시각장애 예술인 돕기 자선바자회는 정말 우연하게 본 전시회가 잊혀지지 않아 정기적으로 시작하게 됐다. 작은 어머니를 따라 ‘장님 코끼리 만지기’라는 전시회를 봤는데 정말 감동적이었다. 시각장애가 있는 아이들이 생전 한번도 본 적 없는 코끼리를 손으로 만져 보고 자기가 느낀대로 그림을 그리거나 오브제를 만들어 전시하는 것이었다. 참 많은 생각을 하게 됐다. 패션 디자이너는 시각을 매체로 하는 직업인데 과연 시각이 없으면 어떻게 될까? 꼭 시각이 있어야만 옷을 만들 수 있을까? 우연히 보게 된 전시회가 옷을 만드는 행위가 가지는 의미에 대해 한참을 고민하게 만들었다. 그러다 그들의 예술 활동을 적극적으로 후원해야겠다는 생각에 자선바자회를 시작하게 됐다.”




한지형 기자
hjh@f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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