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성 넘치는 패션쇼 비즈니스 열기 후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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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4-05 오후 6:17:39


디자이너 57명·100여개 전시 업체가 참가해 사상 최대 규모로 치뤄진 ‘2010 춘계 패션위크’가 지난달 26일부터 4월 1일까지 학여울 SETEC에서 7일간의 대장정을 마치고 성황리에 폐막했다.


올해로 20회째를 맞아 규모면에서도 역대 최대를 자랑했을 뿐 아니라, 그동안 별도로 컬렉션을 진행해 눈총을 받아왔던 SFAA 디자이너 그룹까지 참여하는 첫 통합 컬렉션이라는 점에서도 상징성이 큰 행사였다. 우선 국내 유명 디자이너 45명이 학여울 SETEC에서 ‘2010/11 F/W 서울컬렉션’을 진행하고, 패션업계의 미래를 열어갈 차세대 디자이너 12명이 대치동 크링에서 ‘제너레이션 넥스트’라는 타이틀로 신선한 감각의 패션쇼를 펼쳤으며, 100여개 전시 업체가 참가해 의류·신발·액세서리 등 다양한 아이템을 선보인 ‘서울패션페어’ 전시회 등 3가지 행사를 동시 개최함으로써 시너지 효과를 극대화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특히 IT와의 접목을 통해 국내는 물론 해외에서도 실시간으로 패션쇼 현장을 관람할 수 있도록 아이폰과 유튜브를 통해 전 세계에 생중계하는 파격을 시도해 주목을 받았다. 아이폰으로 패션쇼를 감상할 수 있는 기회는 이번 서울패션위크가 세계 처음이어서 전 세계 패션 피플들로부터 집중 조명을 받았다.



‘서울컬렉션’에서는 「엠비오」의 한상혁, 「본」의 이정재, 「지이크 파렌하이트」」의 정두영이 남성복에서 단연 스포트라이트를 받았고, 셋째날부터 여성복 컬렉션이 시작되면서 패션 축제의 열기는 한층 고조돼 해외 바이어와 프레스들의 호평이 이어졌다. 이번 쇼를 지켜본 프레야 前 영국 보그 편집장은 “유럽이나 미국의 패션위크보다 디자이너 쇼의 내용 자체가 훨씬 다양해 매우 인상 깊게 감상했다. 제너레이션 넥스트와 같은 프로그램을 지켜보면서 유럽은 경기불황을 이유로 패션 산업에 대한 투자를 줄이는데 반해, 한국은 신진 디자이너들에 대한 지원이 상대적으로 후한 편이라는 사실에 놀랐다”면서 “이제는 해외 바이어와 패션 피플들이 아시아에서 일본보다는 한국의 ‘서울패션위크’를 더 많이 찾을 것 같다. 규모나 전통면에서 뉴욕이나 파리의 패션위크와 비교하기는 아직 이르지만, 팀워크도 뛰어나고 IT 강국답게 아이폰으로 모든 컬렉션을 감상할 수 있도록 제공한 첨단 서비스 같은 것은 전세계 패션 피플들의 관심을 끌만한 핫 뉴스”라고 높이 평가했다.


컬렉션의 열기 못지않게 비즈니스의 열기도 뜨거웠다. 100여명이 넘는 해외 바이어 및 프레스들이 당초 예상보다 많이 참석한 이번 서울패션위크는 연일 쏟아지는 찬사와 뜨거운 취재 열기에 힘입어 기대 이상의 비즈니스 성과를 거둔 것으로 나타났다.


대치동 크링에서 차세대 디자이너 12명의 패션쇼가 펼친 ‘제너레이션 넥스트’는 한층 신선하고 창의적인 컬렉션이란 평가속에 프레스와 관람객들의 인기를 독차지했다. 대표적으로 디자이너 홍혜진은 모던&아방가르드의 조화를 우아하고 시크하게 풀어냈으며, 디자이너 이승희는 실험적인 변형을 통한 예측할 수 없는 드레이핑을 선보여 주목을 받았다. 서울패션위크 조직위 관계자는 “제너레이션 넥스트에 대한 평가가 너무 좋아 앞으로 규모와 컨텐츠를 더욱 보강해 우리나라 패션 산업의 미래를 책임질 차세대 글로벌 디자이너 발굴의 장으로 발전시켜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밖에 역대 최대 규모의 비즈니스 열기로 충만했던 ‘서울패션페어’ 전시 부스에도 국내외 바이어들의 발길이 끊이질 않았다. 작년보다 2배 가량 늘어난 100여 업체가 참가한 가운데, 뉴욕 파리 등 해외 패션위크에서나 만날 수 있는 프랑스 ‘레끌레르’ 영국 ‘브라운’ 등 유명 바이어 100여명과 해외 유력 언론 30여명의 기자가 방한하는 성황을 이뤘기 때문이다. 특히 국내 최고의 디자이너 이상봉과 슈즈 디자이너 브랜드 ‘슈콤마보니’ 등이 눈에 띄었다. 이중 액세서리 브랜드 ‘수작’의 경우 작년 추계 서울패션위크에서 호평을 받은 이후 프랑스 유명 백화점에 진출하는 등 국제적인 경쟁력을 강화해 나가고 있는 대표적인 업체로 꼽힌다. 또 올해 처음 ‘트렌드 포럼관’을 구성해 컬러, 패턴 등 내년 S/S 트렌드를 미리 소개함으로써 참가 업체에게는 정보 교류의 장을, 관람객에게는 최신 세계 패션 유행을 살펴 볼 수 있는 특별한 경험을 선사하기도.


작년의 2배 규모로 확대 운영된 프리젠테이션 쇼에도 해외 바이어들의 관심이 쏠렸다. 정욱준, 신재희 등 유명 디자이너들의 PT쇼가 성공적이란 평가를 받았는가 하면, 나스첸카, 이진윤, 이상봉, 양희득 등의 PT쇼에도 많은 바이어들이 관심을 보였다. ‘동대문패션창작스튜디오’ 출신 디자이너들의 활약도 돋보였다. 동대문패션창작스튜디오는 서울시가 작년 12월 오픈해 신진디자이너들을 전략적으로 육성하고 있는 사업으로, 올해 서울패션위크에는 그 어느 해 보다도 많은 숫자가 참가해 그 저력을 다시 한 번 확인시켜 주었다.


한편 7일간의 대장정이 끝나는 마지막날에는 관람객과 함께 이색적인 도네이션 이벤트를 개최해 또 한번의 주목을 받았다. 도네이션 이벤트는 서울패션위크 F/W 10/11에 출품된 패션 아이템 중 일부를 현장에서 판매하고, 판매 수익금을 서울복지재단을 통해 청년 일자리 창출 기금에 활용할 수 있도록 기부하는 행사이다. 주최측 관계자는 “서울시는 올해로 20회째를 맞이한 ‘2010 춘계 서울패션위크’를 패션을 사랑하는 일반 시민들까지 함께 참여해 즐기는 축제의 장으로 마련하기 위해 <‘패션’ 사랑과 소통의 시간>이란 이름의 특별 도네이션 행사를 기획했다”며 “이날 약 40여개사가 기증한 500여 패션 아이템이 현장에서 판매됐다”고 말했다.


 


“한국 패션의 가능성을 봤다”
보리스·소피 <후즈넥스트> 매니저·디렉터



“우리는 브랜드 선택 기준이 매우 까다롭다. 한국 브랜드는 상품력이 있고 디자인이 흥미롭다. 일본(도쿄) 패션은 아주 독특한 반면 한국 패션은 시크하고 섬세한 것이 강점이다. 특히 이번 서울패션위크의 ‘제너레이션 넥스트’에 참가한 디자이너는 바로 마켓으로 나가도 될 만큼 완성도가 높아 만족스러웠다.” 서울패션위크가 한창 진행되던 지난 3월 30일, 행사를 보기 위해 방한한 <후즈넥스트>의 매니저 보리스와 셀렉트 디렉터 소피를 만났다. 뉴델리와 일본을 거쳐 서울패션위크를 찾은 이들은 한국 패션을 높이 평가하며 말문을 열었다.


<후즈넥스트>는 프랑스 파리에서 1994년부터 1년에 두 차례씩(1월, 9월) 개최되는 패션 트레이드 전문 전시회이자, 최신 패션 트렌드 정보및 아이디어 교류의 장으로 자리매김 하고 있으며, 이보다 먼저 1989년부터 시작된 액세서리 전문 전시회 <프리미어클라스>와 함께 열리고 있다. 의류 전시회인 <후즈넥스트>에는 페미닌 70%, 캐주얼 30% 비중으로 700여개 업체가 참가하고, 잡화 전시회인 <프리미어클라스>에는 500여개 업체가 참가, 총 1200개 브랜드가 총망라 선보이게 된다. 한 회 방문객은 5만 5000명 정도이며, 그 중 50%는 프랑스, 나머지는 이탈리아, 스페인, 영국, 미국, 일본 등이다.


보리스와 소피는 “우리는 ‘내가 만약 바이어라면’이라는 기준으로 브랜드를 선별한다. 유럽 시장에 맞는 니즈, 너무 비싸지 않은 유로 기준 가격대, 패브릭, 완성도, 시간을 지키는 생산능력, 유럽 쪽 커뮤니케이션 등을 확인한다. 바이어 중에서도 셀렉트숍 바이어가 타깃이다. 그들이 셀렉션을 더 잘 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방식으로 진행되는데 그것이 <후즈 넥스트>의 최대 장점”이라며 “국내 브랜드의 경우 보끄레머천다이징의 「모린꼼뜨마랑」이나 슈즈 브랜드 「슈콤마보니」 등이 <후즈넥스트>에서 좋은 평가를 받고 있다”고 말했다. 


그들은 또 “최근 들어 세계 패션계가 한국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 이번 ‘서울패션위크’ 행사가 한국이 아시아의 중심 축으로 자리잡게 되는 기폭제가 될 것” 이라면서 “특히 ‘제너레이션 넥스트’에 참가한 디자이너의 경우 퀄리티도 높고 스타일도 좋아 이들이 해외 시장에 진출한다면 승산이 있다. 한국의 젊은 신예들을 세계 무대에서 다시 만나볼 수 있게 되길 바란다”며 한국 패션의 가능성을 낙관적으로 내다봤다.


BON


브리티시 포멀 정장의 자유 이미지 표현



독특한 디자인의 초대장으로 패션쇼 전부터 기대감을 잔뜩 부풀게 한 남성 캐릭터 캐주얼 「본(BON)」이 이번 서울컬렉션을 통해 다시금 화려하게 부활했다.


디자이너 이정재가 만드는 「본」의 2010 F/W 시즌 테마는 ‘disguise(변장)’으로, 쉐퍼드(양) 라는 주인공을 통해 차츰 잊혀져 가는 현대인의 순수성과 단순함의 명제를 아날로그적 감성으로 재해석한 것이 포인트.


무엇보다 모던 브리티시 감성의 포멀 정장을 캐주얼하게 풀어낸 아이디어가 돋보였다. 마치 연극무대 세트처럼 꾸며진 쇼 장 한 가운데 오래된 타자기를 두드리는 소리가 주인공의 아날로그적 감수성을 여과없이 드러내기에 충분했다는 평.


레이어드·대조적인 실루엣의 매치로 포멀웨어의 전통적 이미지 일변도에서 벗어나 자유로운 이미지를 추가했으며, 소재도 울·코튼·저지·빈티지 레더 등 다양한 원단 사용으로 복합적 이미지를 만들어 냈다.
피날레 타임에서는 장내가 떠나갈듯한 박수갈채와 함께 선물로 나눠준 가죽 휘슬을 관객들이 함께 따라 부는, 각본에 없던 퍼포먼스가 펼쳐져 장관을 연출했다는 후문.


SIEG FAHRENHEIT


스포티한 감성 & 모던 클래식의 조화



신원의 남성복 「지이크 파렌하이트」 디자이너 정두영(사진)의 이번 컬렉션은 매니시한 패셔니스타 최여진을 전면에 내세워 강렬한 부드러움을 강조한 카리스마 넘치는 캣워크로 시작돼 눈길을 끌었다.
이번 쇼는 ‘파렌하이트 플라이트’라는 콘셉 아래 비행기 여행에서 얻은 모티브를 도시적 감성으로 세련되게 표현해낸 것이 특징.


클래식한 감성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모던 클래식에 스포티한 감성을 적절하게 조화시켜 국내에서는 다소 생소한 듯 보이지만 관람객들의 시선을 끌기에는 충분했다는 평. 특히 전속 모델로 활동 중인 배우 소지섭이 게스트로 참석한다는 소문이 돌면서 일본 관광객들이 장사진을 이루고 패션쇼 티켓까지 매진되는 사태가 벌어지는 등 이날 행사장 주변이 큰 혼잡을 빚기도 했다.


최여진이 압도한 이날 쇼는 강렬한 레드 팬츠와 타이트한 블랙 재킷, 풍성한 퍼 트리밍으로 컬렉션 전체 이미지를 한 눈에 보여주는 오프닝이 절묘하게 맞아 떨어져 신비스러움을 연출했다. 블랙과 그레이 레드 톤의 바리에이션은 자칫 단조로워 보일 수 있는 색감 구성에 생명력을 불어 넣었으며, 강렬한 레드에서 브라운·네이비·버건디로 이어진 컬러 레인지는 실용적이며 편안한 이미지를 강조하기에 부족함이 없었다.


MVIO


알프스를 탐험하듯 여유 있는 한발짝



기대해도 절대 실망하지 않을 디자이너 한상혁에게 이번 서울컬렉션은 ‘여유’ 그 자체였다.
쇼가 진행된 20여분 동안 입추의 여지없이 꽉 들어찬 500여명의 관람객들은 한 순간도 눈을 떼지 못하고 그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고 있었다. 디자이너 한상혁이 디렉팅하는 제일모직의 트렌디 캐주얼 브랜드 「엠비오(MVIO)」는 ‘마운티니어링 (등산)’을 테마로 영국식 테일러링 수팅과 등산용 아웃도어를 결합한 새로운 개념의 시티 캐주얼 웨어를 선보여 뜨거운 박수 갈채를 받았다.


한상혁 크리에이티브디렉터(CD)는 이번 패션쇼의 타이틀을 ‘로프(Rope) 컬렉션’으로 정하고, 도시적 감성과 디자인에 아웃도어의 기능성과 활동성을 결합한 새로운 개념의 컬렉션을 선보였다.


한상혁 CD는 "우리는 누구나 한 번쯤 산에 올라가 본 경험이 있습니다. 정상을 향해 한발 한발 걸어가는 반복적인 걸음이 때론 무의미할지라도, 목표를 향해 묵묵히 걸어가면, 나도 모르게 정상에 도달하게 됩니다”라며 “뉴질랜드 태생의 등산가였던 에드먼드 힐러리 경(에베레스트 산 최초 정복)에게서 영감을 받아 올 겨울 하얗게 뒤덮인 산 속에서 등산을 즐기고, 도전하는 사람들의 모습을 떠올리며 이번 컬렉션을 준비했다”고 말했다.



김샤론 기자
ksr@f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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