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여성복 시장의 ‘주류(主流)’가 바뀌고 있다. 최근 럭셔리 브랜드에서부터 컨템포러리, SPA 브랜드 등 고가에서 저가에 이르기까지 해외 브랜드의 파상공세가 이어지면서 국내 패션시장의 판도 또한 많은 변화를 겪고 있는 것이다.
더욱이 SPA 기업들이 유독 ‘백화점’에 집착하면서 시장 변화를 가속화 시키고 있다. 경쟁사에 빼앗기지 않기 위해 지나치게 파격적인 조건을 내민 백화점의 편파적인 행태도 이를 부추기고 있다.
이러한 배경으로 최근 국내 여성복 시장에는 △SPA형 브랜드들이 新 주류세력으로 가장 먼저 지목받고 있다. 규모의 경제를 기반으로 한 막강한 개발력과 소싱력, 그에 따른 가격경쟁력은 국내 브랜드를 위협하고 있다. 백화점과 쇼핑몰들의 파격적인 조건까지 더해지면서 무소불위(無所不爲)의 입지를 다지고 있다는 것이다.
국내 SPA를 지향하는 국내업체도 각광받고 있다. 현우인터내셔널의 「르샵」은 400여가지 이상의 다양한 스타일을 트렌드에 맞춰 저렴하게 출시함으로써 최근 주요 백화점에서 매출 1위 브랜드로 자리잡고 있다. 이 브랜드는 이번 가을 MD에서 유통망을 105개로 확대함으로써 본격적인 매스밸류 브랜드로서 입지를 다지게 됐다.
박상병 롯데백화점 팀장은 “「르샵」은 대박 상품을 만들어내는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 특히 탄탄한 생산 소싱력을 갖추고 있어 향후 영 캐주얼 시장의 기대주”라고 평가했다.
「코데즈컴바인」과 「숲」 「플라스틱아일랜드」 등도 가능성을 인정받고 있다. 이들은 올 가을 롯데와 현대 등 주요 백화점에 40평 이상의 중대형 매장을 오픈하는 등 한국형 SPA 브랜드로서 성장가능성을 검증받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유통업체 관계자들은 “해외 SPA 브랜드에 우선권을 준 것은 사실이지만 이들이 가지고 있는 구색경쟁력과 집객력을 무시할 수 없다. 국내 업체들도 1차적인 조건만 따질 것이 아니라 컨텐츠별 완성도와 판매력, 브랜드 가치 등 실력을 키우는 것이 우선”이라고 입을 모았다.
패션 대기업의 부상도 이슈를 모으고 있다. 디자이너 또는 상품 의존형이 아닌 시스템과 자본이 핵심 경쟁력으로 대두됨에 따라 투자여력을 갖춘 대기업들이 새롭게 부상하고 있다.
올 초 출시된 제일모직의 「르베이지」가 성공 모델로 등장함에 따라 이 같은 흐름은 더욱 분명해지고 있다. 제일모직은 「르베이지」 외에도 「니나리찌」 마스터 라이선스권을 확보했으며, 「망고」의 유통망도 계속해서 확대하고 있다. 또 올 가을에는 「토리버치」도 새롭게 선보이는 등 전방위로 사업영역을 확장하고 있다.
신세계 손문국 부장은 “패션도 투자가 필요한 시기다. 브랜드 정체성과 효율 모두에서 일관된 흐름을 지키기 위해서는 시스템에 투자해야 한다. 무엇보다 유능한 인재에 대한 투자가 이뤄져야 한다. 시대적 변화를 외면하는 업체에게 미래는 없다”고 지적했다.
바이어들은 이런 측면에서 LG패션의 「레오나드」에 대해서도 기대감을 가지고 있었으며, SK가 인수해 성공적으로 전개중인 「오즈세컨」 신세계인터내셔널의 「보브」 등에 대해서도 향후 여성복 시장의 대표 주자가 될 것으로 예상했다.
정체성이 분명한 브랜드를 보유한 중견 패션기업은 최근 전환기를 맞아 더욱 빛을 발하고 있다. 특정 디자이너의 능력이 아닌 시스템에 의한 조직을 만들어 전문 디렉터를 접목함으로써 정체성을 지킬 수 있다는 것이다.
백화점 여성복 바이어들은 「아이잗바바」를 우선적으로 꼽았으며, 브랜드 오리지널리티와 현지화를 성공적으로 일궈낸 에프앤에프의 「시슬리」 「베네통」을 롤모델로 지목했다.
정인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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