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한 중견 패션업체 사장은 B브랜드에 대해 고민하고 있다. B는 백화점 위주로 40여개 유통을 전개 중인 캐주얼 브랜드인데, 이익을 내기 어렵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일시적인 경기불황이라고 생각하면 좀더 버티고 나면 개선되겠지만, 요즘의 시장환경으로는 미래가 없다고 생각하기에 겨울물량을 발주하기 전에 중단을 결정하겠다는 것이다.
이 업체 사장은 “몇몇 A급 점포를 제외하고는 빅3라고 하더라도 3~4000만원을 넘기기 어렵다. 정상매출이 저조하니 최근 백화점들은 행사매출까지도 정상가 판매수수료를 적용해 압박하고 있다. 매월 700~800만원대로 정해져 있는 판매사원 인건비와 기타 경비를 제하고 나면 매장을 유지하는 것 자체가 마이너스이다. 예전엔 그나마 가두상권 대리점에서 커버했지만 지금은 어렵다”고 말했다.
또 다른 캐주얼업체도 최근 메인 브랜드인 C를 두고 고민하고 있다. 한때 1000억원대를 육박했던 볼륨 브랜드지만 아이덴티티 관리가 안되고, 무엇보다 이를 책임지고 풀어나갈 디렉터나 본부장이 없기 때문에 자신감이 없다고 한다. 이들 외에도 2개 브랜드가 추동물량 발주이전에 전개 중단을 선언했으며, 심지어 한때 캐주얼 시장을 리드했던 또 다른 업체는 지난달 급여를 지급하지 못할 만큼 궁색한 입장이다.
국내 캐주얼 업체들은 2000년대 이후 중저가 시장의 성장기를 맞아 호황을 누렸지만 △브랜드 아이덴티티 정립 △핵심인력 양성 △사람이 아닌 시스템에 의한 경영기반 구축 등 중장기적 성장모델에 대해서는 투자를 소홀히 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복수의 전문가들은 “지금의 어려움은 전문인력과 시스템의 취약성에서 비롯되고 있다.
가격경쟁력을 앞세운 인터넷 쇼핑몰과 대형마트 PB, 가격에 감성까지 더한 「유니클로」 등 글로벌 브랜드의 파상공세에 ‘가격’만 내세웠던 내셔널 브랜드들이 무너지고 있다. 새롭게 강자로 올라선 이들과 경쟁할 수 있는 역량을 갖추기 위한 노력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반복되는 행사와 큰 폭의 세일도 소비자들로부터 신뢰를 잃고 있다. 이들은 초창기 거품을 뺀 노세일 정책으로 고객층을 확대했지만, 지금은 30%세일은 기본이고 ‘1+1’ ‘50% 세일’ ‘1~3만원대 균일가’에 이르기까지 행사를 남발함으로써 소비자들로부터 외면 받고 있다.
최근 대다수 캐주얼 브랜드들이 마이너스 성장을 면치 못하고 있지만 「폴햄」 「지오다노」 「테이트」등 몇몇 브랜드는 신장하고 있는 것을 보더라도 시스템 경영과 재투자의 중요성을 다시 한번 환기시키고 있다. 또 최근 명동 타비투 매장을 계약하며 대형 브랜드 만들기에 전력투구 중인 이랜드 그룹의 행보도 업계의 관심을 모으고 있다.
정인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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