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션 비즈니스의 ‘시대정신(The Spirit of the Times)’이 바뀌고 있다. 1990년대 중반부터 불기 시작한 중저가 캐주얼 열풍은 젊은 층의 합리적인 의류 소비문화를 만들며 패션시장의 주도세력으로 부상했다.
그러나 시간이 흐르면서 소비자들은 브랜드에서 제시하는 옷에 만족하지 못하고 있다. 기존 패션 비즈니스 패러다임으로는 소비자들을 만족시키기 어려워진 것이다. 소비자들은 끊임없이 새로운 것을 원한다. 2005년 5월, 새로운 ‘시대정신’으로 무장한 브랜드들이 시장에 나타났다. 파격적인 가격과 고급스런 브랜드 이미지, 다양한 재미를 주는 이들 브랜드들이 나타나자마자 소비자들의 관심이 쏠리기 시작했다.
특히 이랜드의 움직임이 빠르다. 이미 1990년대 초반 「헌트」 단일 브랜드로 3천억 외형을 돌파했지만 품질 저하는 소비자들의 외면을 불러왔고 곧 혹독한 시련으로 다가왔다. 이런 뼈아픈 경험을 치른 바 있는 이랜드의 시대정신을 반영한 저가 전략은 시장의 관심을 모으고 있다.
ECOMART, 함께 나누는 천원의 가치와 행복

“에코마트라고 아시나요? 무조건 1천원인 shop! 물품은 2주마다 바뀐다네요? 천냥가게처럼 그런 싸구려들 아니구요. 정말 이쁜 것들만 모아놓은 곳입니다. 저두 가서 조화를 한웅큼 사가지고 왔어요. 저렇게 많이 사도 1만2천원밖에 안 나온 거 있죠. 저 정도 사려면 한 3∼5만원 정도 나왔을 텐데… 놀랐습니다. 뭔가 횡재한 기분. 히이~”
네이버 블로그 ceci1997을 운영하는 김지현(25) 씨의 글이다. 소리소문 없이 시작한 「에코마트」가 네이버 블로그 등 개인 홈페이지를 통해 알려지기 시작하면서 패션·유통 관계자들의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3월 17일 문을 연 「에코마트」는 ‘고품격 1천원 숍’을 내걸었다. IMF 이후 국내에도 일본 100엔 숍을 본따 1천원 숍들이 우후죽순 생겨났지만 아무래도 ‘싼 게 비지떡’이라는 이미지가 강했다. 상품도 상품이지만 인테리어나 서비스에서 차이가 나기 때문.
도상훈 브랜드장은 “「에코마트」는 ‘매장 안에 있는 상품들은 1천원짜리가 아니다’라는 반증 논리에서 시작했다. 고객들에게 1천원짜리 만족을 주어서는 안 되며 매장 안에서 행복을 느낄 수 있어야 한다는 게 첫째 원칙이다”라고 런칭 배경을 설명했다.
「에코마트」 영등포점은 18평 매장에 300∼500가지의 제품이 진열돼 있다. 보는 즐거움, 쇼핑하는 즐거움을 함께 만끽할 수 있도록 2주마다 30% 이상 새로운 상품으로 채운다.
인테리어용품, 생활잡화, 문구, 사무용품, 주방용품 등 다양한 상품으로 구성했다. 인테리어는 흰색과 갈색을 주로 사용해 밝으면서도 품격이 느껴질 수 있게 했으며 매장 한쪽에는 자율포장대를 마련해 고객의 쇼핑 편의를 더했다.
이 매장에서 판매하는 모든 제품은 1천원. 특히 조화는 가격이 싸고 새로운 디자인의 상품이 수시로 공급되고 있어 소비자들이 주로 찾는 아이템. 욕실·생활용품도 인기 있는 품목이다.
「에코마트」의 핵심 경쟁력은 싸고 다양한 아이템을 주기적으로 변화시켜 보여준다는 것. 소싱처를 개발하고 관리하기 위해 전담 MD는 중국에 상주하다시피 하며 상품 개발에 공을 들인다. 베트남 등 중국 이외 지역으로 소싱처를 확대하는 작업도 병행중이다.
5월 안으로 두세 개 매장을 더 오픈하고 올해 안으로 40개까지 늘릴 계획이다.
도상훈 브랜드장은 “소비자들에게 가치를 통한 만족을 주는 시대는 이제 지났다. 고객이 브랜드를 선택하도록 하려면 ‘행복’을 전달하는 수준이 되어야 한다. 「에코마트」는 1천원이라는 낮은 가치의 돈으로 행복을 맛볼 수 있는 브랜드가 될 것이다”라고 말했다.
김정명 기자
kjm@f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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