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호 시크(Boho Chic) 혹은 보호 시크 룩(Boho Chic Look). 지난해 말부터 부쩍 등장한 이 말은 무슨 뜻일까? 올 봄·여름 시즌 다양한 스타일이 우리의 눈길을 사로잡지만 ‘보호 시크’라 불리는 보헤미안 시크(Bohemian Chic)처럼 생기있고 화려한 스타일은 없는 듯하다. 보호 시크를 느끼고 싶다면 럭셔리 브랜드와 빈티지, 클래식한 재킷과 진, 드레스와 플립 플랍 혹은 플랫 슈즈를 제멋대로 믹스&매치해 독특하고 스타일리시한 분위기를 연출하는 케이트 모스, 시에나 밀러의 스타일을 유심히 살펴보면 된다.
한마디로 패션은 이래야 한다는 정통적인 규칙을 깬다. 수트와 캐주얼의 경계를 허문다. 자연스럽지만 스타일리시하다. 즉, 신경 안 쓴 듯하지만 매력적인 스타일, 은근히 고난도의 패션 감각을 총집합시킨 ‘믹스&매치’ 스타일이 바로 케이트 모스나 시에나 밀러가 제안하는 ‘보호 시크’라 말할 수 있다.
진과 벨트, 늘어지는 조끼+페전트 블라우스+플라피 햇을 매칭해 자칫 촌스러워 보일 수 있는 페전트 블라우스를 시크한 스타일로 연출한 케이트 모스, 원숄더 블라우스+비즈 튜닉+물 빠진 진+커다란 백을 매칭해 섹시하고 사랑스럽고 시크한 보호 스타일을 연출한 시에나 밀러는 2005년 패셔니스타들이 가장 닮고 싶어하는 ‘보호 룩’의 전도사들이다. 덕분에 케이트 모스는 미국 패션디자이너협회인 CFDA에서 주는 2005년 패션 아이콘상을 수상했다. 그렇다면 여성들이 미치게 빠져들고 있는 보호 시크, 그 원류는 무엇일까?
1960년대 히피 문화에서 파생
보호 시크의 원류는 밴드를 머리에 두르고 늘어지는 매듭실 장식(마크라메) 백을 메고 다니던 자유로운 1960년대 히피 문화로, 그 당시 획일적인 히피 스타일을 좀더 세련되고 스타일리시하게, 개성적으로 표현한 것이 보호 시크다.
그렇다면 ‘보호 시크(Boho Chic)’와 ‘보보 시크(Bobo Chic)’는 어떤 차이가 있을까? 보보 시크(BOBO:Bohemian bourgeois)는 그 이름에서 알 수 있듯 보호 룩(Boho look)과 디자이너 백, 선글라스 등 럭셔리한 아이템을 결합시켜 좀더 ‘있어 보이는(?)’ 느낌을 주는 스타일을 말한다.
히피 스타일에서 보호 룩이 발생되고, 보호 룩을 기반으로 보보 시크가 가지치기를 한 셈. 재미있는 점은 럭셔리한 액세서리를 매치했지만 보보 시크보다는 보호 시크가 좀더 깔끔하고 유쾌한 느낌을 준다는 사실이다.
보호 시크… 자유롭지만 적당히 절제된 스타일
케이트 모스와 시에나 밀러의 스타일은 자유롭고도 스타일리시한 ‘진정한 보호 시크’로 정의할 수 있다. 즉, 히피에 기반을 둔 ‘보헤미안 시크’라는 용어가 주는 위태로움을 멋지게 비켜나가 패션을 개성적으로 재창조하는 즐거움과 ‘자유롭지만 적절히 절제된’ 시크한 감성을 주는 스타일이다.
패셔니스타들과 패션계가 열광하는 보호 시크의 전형은 바로 케이트와 시에나처럼 ‘자유롭지만 적절히 절제된 스타일 감각’을 통해 자칫 남루(?)하고 방만해 보일 수 있는 히피 스타일의 영향을 수위 조절했다는 점이다. 이는 자유롭고 쉬워 보이는 ‘믹스&매치 풍 보호 시크’가 사실 상당한 패션 감각을 기반으로 고도의 계산이 필요한 연출이라는 설명을 낳는다. 즉, 스타일 믹스&매치에 대한 예민한 감각 없이 어설프게 보호 룩을 실험하다간 산만하거나 남루해질 소지가 있다는 것.
결국 스타일 감각이 뛰어난 사람들만이 ‘진정한 보호 시크’를 추구할 수 있다는 논리가 그럴 듯하게 들린다. 실제로 ‘억지로’ 만든 듯한 부자연스런 믹스&매치는 진정한 의미의 보호 시크가 아니다. 보호의 생명은 머리부터 발끝까지 ‘자연스러워 보이는 것’이니까. 그렇기 때문에 자수·비드·가죽꼬임 플립 플랍이 보호 룩의 필수 아이템이라고 할지라도 자신의 체형이나 스타일에 어울리지 않으면 굳이 착용할 필요가 없다. 보호룩은 빈티지와 이국적 정서가 뒤엉켜 나온 개성적인 스타일이지만 보호 룩을 보호답게 할 수 있는 가장 큰 요소는 바로 ‘개성’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자신에게 가장 잘 어울리는 방식으로 빈티지와 클래식과 익조틱을 뒤섞는 연출, 의류 패턴과 벨트 버클 사이즈, 스카프와 목걸이, 모자, 샤시, 비드와 세퀸, 컬러에 대한 믹스&매치 연습을 하는 편이 보호 시크 연출법을 모방하는 것보다 훨씬 효과적이다. 페이즐리, 작은 꽃무늬, 크로세 니트, 스카프, 모자, 시퀸, 비즈 등 보호 룩 연출에 필수 아이템을 마련해 둔 다음에 시간과 장소에 따라 섹시하게 혹은 진지하게, 관능적으로 혹은 유니섹스하게, 캐주얼하게 혹은 글래머러스하게 보호 룩의 스펙트럼을 넓혀가는 과정이 필요한 것이다.
이렇듯 보호 시크는 가장 자유로우면서도 스타일 훈련이 가장 많이 필요한, 자유분방한 듯하면서도 절제된 믹스&미치가 이뤄진 섬세한 스타일이기도 하다.
예정현 기자
- Copyrights ⓒ 메이비원(주) 패션인사이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