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성장시대, 패션 기업의 경영 패러다임이 바뀌고 있다. 갈수록 수익성이 악화되고 경쟁기반을 상실하고 있는 국내 패션 기업들에게 새로운 시장환경에 맞는 기업 조직과 인력, 시스템 전반에 대한 구조조정 노력이 요구되고 있는 시점이다.
과거와 같은 고도의 성장을 기대할 수 없는 선진 패션시장으로의 진입과정에서 기업들은 가격 거품, 회전율 거품, 사업 운용과정의 거품 제거라는 한 단계 높은 비즈니스 혁신을 요구하는 체제로 바뀌고 있다. 특히 1~2년 전부터 불어닥친 글로벌 소싱에 의한 가격혁명은 전체 패션시장을 뒤흔들어놓을 정도의 위협적인 요소로 등장했으며, 기업들은 가격에 대한 거품을 제거하기 위한 새로운 비즈니스 관점을 연구하기 시작했다.
그 동안 상대적으로 가격구조의 지배를 받지 않았던 여성복 시장은 급격한 시장구조 재편과 위기상황에 대한 방어 및 대처역량이 미흡, 가장 많은 구조조정을 겪었다.
글로벌 소싱에 대한 가격혁명은 고감성, 고감각의 디자인 중심으로 평가받던 여성복 시장의 가치와 인식, 평가기준을 뒤흔들어놓았다.
수년 동안 기업부도와 금융부실로 인한 중도하차 등 시장환경 변화에 대한 후폭풍이 가장 거세게 불었던 여성복 시장은 경기불황만이 그 침체의 요인이 아니다.
근본적으로는 선진 패션시장으로 진입하는 과정에서 과대 포장되었던 그간의 거품 요소가 시장의 평가로 나타난 결과로 볼 수 있다.
그렇다면 과거와 같은 고도성장을 현실적으로 기대하기 어려운 시점에서 여성복업체들이 겪고 있는 구조적인 문제점과 잘못된 관행, 비효율적인 거품 요소가 무엇인지, 패션시장 성숙기 진입과정에서 해결해야 할 과제가 무엇인지 새로운 관점에서 살펴볼 필요가 있겠다.
여성복 시장, 무엇이 문제인가?
1980년대 후반부터 IMF 직후인 2000년 초반까지도 성장기를 구가했던 여성복 시장은 2000년 초반 이후 국내 패션유통의 양대 축이었던 백화점과 가두점의 입지가 약화되고 아웃렛, 할인점, 상설할인타운, 홈쇼핑, 인터넷 등 신유통 위세가 확산되면서 급격한 하향세를 타게 됐다.
백화점에 집중했던 여성복업체들의 취약한 영업구조는 신유통이 선택적 유통이 아닌, 제도권 주력 유통의 한 축으로 부상하는 등 유통환경의 급격한 변화로 인해 고비용 구조의 문제점을 노출하기 시작했다.
10여 년 동안 고비용 구조의 디자인 중심 영업구조에 익숙해 있던 대다수 중소 전문 여성복 기업들은 유통환경 및 소비시장의 급격한 변화에 대응할 수 있는, 위기 대응 능력이 부족한 대표적인 사례로, 도산과 중도 포기가 줄을 잇는 등 암울한 시기를 겪어야 했다.
경영환경이 급변하고 소비시장의 양극화 현상이 심화되면서 위기 대응능력이 취약한 중소 전문 여성복업체의 수많은 브랜드가 뒤안길로 사라졌다.
특히 백화점 중심의 취약한 유통구조와 가격저항감이 컸던 여성 캐릭터캐주얼의 경우 소비시장의 양극화 바람이 불면서 가장 많은 브랜드가 사라졌으며, 대신 또 다른 매스벨류 시장이 성장할 수 있는 기반을 제공했다.
10여 년 동안 성장을 거듭했던 여성 캐릭터캐주얼 시장은 수많은 브랜드의 탄생이 끊이지 않을 정도로 패션 기업가, 패션 디자이너들에겐 국내 패션시장의 트렌드 발신지 역할을 하는 최고의 관심시장이었으며 이 시장의 인력은 높은 주가와 몸값에도 스카우트 경쟁이 치열했다.
그렇다면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던 여성 캐릭터 시장의 인기와 화려함이 어느 순간 침몰하며 급격한 구조조정의 폭풍에 휘말린 결정적인 요인은 무엇일까?
지속되는 경기불황과 소비위축 현상이 전체 패션시장 판매부진으로 이어졌으나 유독 여성복에 침몰 브랜드가 많았던 것은 외부 환경 요인보다 인력과 조직, 영업구조 등 내부의 시스템 불균형에 원인이 더 컸다는 분석이다.
여성복, 위기 대응력 부재… 고비용 문제점 노출
또 디자인·기획 분야의 높은 몸값, 수입 원부자재 의존도 등 내부의 고비용 구조를 갖추고 있는 여성복 전문업체의 대다수 브랜드가 근본적으로 수익창출이 불가능한 취약한 영업구조로 위기극복에 대한 자생력이 떨어진 데 있다.
회사 내부의 고비용 구조에 대한 문제점을 인식하지 못한 채 전국 20∼30여 개의 백화점 유통에 의존하며 영원히 낮아질 수 없는 백화점의 높은 수수료만 탓하고 있지는 않았는지, 그러면서 생존을 위한 위기 대응능력에는 무관심하지 않았는지 스스로 자문해 볼 필요가 있을 것이다.
겉으로 드러나는 화려함에 반해 소비자와 시장의 변화를 무시한 브랜드 대부분이 자사의 취약한 자금력과 열악한 수익구조에도 고액의 연봉을 제공하며 최고의 디자인 인력 구성에 집중, 조직의 불균형을 초래했다.
대다수의 여성복 브랜드들이 소비자의 눈높이를 무시한, 디자인 중심의 비즈니스 관행에
류숙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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