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자이너 파워가 생활 전반을 지휘하는 지금, 항공사들이 디자이너와 손잡고 ‘오뜨꾸뛰르’식 유니폼 제작에 부산하다. 최근 파리에서 전세계 기자단이 모인 가운데 에어 프랑스(Air France) 승무원들의 유니폼 컬렉션을 선보인 디자이너 크리스찬 라크루아가 대표적인 경우다. 에어프랑스는 라크루아의 손길을 거친 유니폼 제작에 2천만달러 이상을 투자해 1년 넘는 제작기간을 거쳐 3만6천여 명의 직원들을 위한 디자이너 유니폼 라인을 선보였는데, 일반 꾸뛰르 패션쇼가 아닌 유니폼 패션쇼에 300여 명의 기자단과 사진작가가 모인 것도 디자이너 유니폼 제작에 투자한 투자비와 제작기간이 기존의 오뜨꾸뛰르에 버금가는 규모였기 때문이다.

최근 디자이너와 손잡고 유니폼을 제작하는 곳이 에어 프랑스만은 아니다. 실용적이고 모던한 핸드백으로 유명한 미국 디자이너 케이트 스페이드는 지난해 델타(Delta) 항공사의 출퇴근 전용 국내선 송(Song) 라인 승무원을 위한 프레피 스타일의 유니폼을 제작했고, 영국이 자랑하는 디자이너 줄리앙 맥도널드는 브리티쉬 에어웨이(British Airways)의 유니폼을, 지앙프랑코 페레는 여승무원을 위한 팬츠 유니폼이 포함된 대한항공(KAL) 유니폼을, 호주 디자이너 피터 모리세이는 콴타스(Quantas) 항공사 승무원을 위해 휘몰아치는 갈색 프린트에 타이와 드레스가 포함된 독특한 유니폼을 제작한 바 있다.
그렇지만 항공사 유니폼을 디자인한 디자이너 중 최고봉은 델타 항공사와 3년 계약을 맺고 지난 뉴욕 패션쇼에서 델타 항공사를 의식한 듯한 아이템으로 무대의 절반 이상을 꾸민 디자이너 리차드 타일러라 할 수 있다. 그는 딱딱하고 공식적인 기존의 유니폼 디자인을 벗어나 정열적인 붉은 타페타 랩 드레스 형태를 무대에 올려 패션 에디터들과 델타 항공 승무원들의 열렬한 찬사를 받아 유니폼 패션화의 선봉장에 섰다. 그렇다면 왜 이렇게 항공사들이 디자이너 유니폼 생산에 열을 올리고 있는 것일까?
승무원 브랜드 마케팅 효과
세계의 항공사들이 앞다퉈 디자이너 유니폼 생산에 나선 것은 한 마디로 승무원을 마케팅 도구로 이용, 브랜딩(branding) 효과를 얻기 위한 것이다. 갈수록 경쟁이 치열해지는 항공업계에서 다른 항공사와 차별되는 고급스럽고 독특한 이미지를 구축하기 위해 걸어다니는 항공사의 모델이라 할 승무원들을 도드라지고 돋보이게 하는 작업을 선택한 것.
이 같은 항공사의 브랜딩 작업은 이미 지난 1960년대 내셔널 에어라인(National Airlines)이 자사 승무원들을 섹시한 액세서리처럼 등장시킨 ‘Fly me’ 광고 캠페인을 펼치면서 시작되었다. 실제로 패션 전문가들과 광고 마케터들은, 항공사 승무원이 ‘매력적인 대상’으로 인식되어 왔고 이 같은 이미지를 통해 항공사들이 부수적인 마케팅 효과를 얻을 수 있다고 말한다. 따라서 승객들에게 자사 항공사에 대한 매력과 호기심을 높이고, 아울러 매출을 증가시키는 승무원 마케팅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 디자이너들을 끌어들인다고 설명하고 있다. 디자이너들 또한 업스케일된 운송수단(비행기) 승무원들의 유니폼을 통해 자신들의 디자인 감각을 전세계 사람들에게 각인시키는 효과를 얻을 수 있기 때문에 유니폼 제작에 적극적이다.
결과적으로 항공사의 승무원 유니폼 제작은 항공사에게는 브랜딩 효과를, 디자이너에게는 자신의 지명도를 확산시키는, 양쪽 모두에게 이득이 되는 작업인 셈. 한 마디로 전세계를 날아다니는 항공사 승무원들이 세계인들에게 걸어 다니는 모델 역할을 하게 되는 것이다.
승무원 마케팅의 역사… 관능에서 품격으로
매력적인 여승무원을 내세운 ‘항공사 마케팅’은 지난 1960∼70년대 여승무원이 ‘관능의 대상’으로 부각되는 사회적 현상을 낳기도 했다. 이 같은 현상은 여성이 가질 수 있는 직업이 비서나 매장 직원 정도로 한정되었던 사회적 상황과 ‘비행기를 타고 세계를 난다’는 첨단성 때문에 여승무원이 되는 것은 미인대회에서 뽑히는 것만큼 젊은 여성들에게 인기를 끌 수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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