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션 시장의 질서가 바뀌고 있는 지금, 시장은 새로운 패러다임에 맞는 새로운 리더를 요구하고 있다. 한 분야에서의 전문성 뿐만 아닌 다양한 분야를 아우를 수 있는 멀티(Multy)형 리더가 필요한 시점인 것이다. 이들은 새로운 시대정신으로 무장하고 급변하는 시장의 흐름을 현장에서 맞닥뜨리고 있다. 가두상권의 신화창조를 꿈꾸며 파고에 맞서 물러서지 않고 이겨나가는 그들의 모습을 살펴본다.
슬럼프 빠졌던 신인왕, MVP로 부활
서정균 「MLB」 본부장
“2000년과 비교해 달라진 점이 있다면 긴장의 끈을 놓지 않고 있다
는 점입니다. 내부 직원들 입에서 ‘너무하다’는 불평까지 나오지만 지금 단속하지 않으면 무너져 내리는 건 한 순간이라는 것을 경험을 통해 뼈져리게 알고 있습니다. 이 때문에 상품 개발과 유통망 확충에 더 열을 올릴 수 밖에 없는 것입니다.”
서정균 이사는 지난날 쓰라린 경험이 「엠엘비」에 약이 됐다고 미소짓는다. 순간의 자만으로 브랜드가 끝없는 나락으로 떨어졌고, 팔다리를 잘라내는 것 같은 아픔을 겪었지만 튼튼한 체력을 바탕으로 다시 정상권에 진입하고 있기 때문.
‘1998년 70억원 - 1999년 350억원 - 2000년 700억원 - 2001년 480억원’ 「엠엘비」의 초기 성적표다. 2000년에는 메이저리그 열풍을 타고 급성장했지만 이듬해 40%나 급감했다. 자만한 탓이다. 시장이 이끌어 준 성장을 실력이라고 착각했기 때문이다.
브랜드 내부에서부터 자성의 목소리가 나왔고 강도 높은 구조조정도 이어졌다. 하지만 3년 동안 성적표는 제자리 걸음을 벗어나지 못했다. 모두에게 힘든 시기였다.
그러나 지난해 들어서 차츰 호전되기 시작했다. 매장을 5개나 줄였지만 매출은 오히려 50억원이 늘어 500억원을 넘어섰다. 하반기부터는 가파른 성장세를 이어갔다.
올 봄 「엠엘비」는 연일 매출 기록을 경신하며 옛 영화를 되살리고 있다. 4월 롯데 부산점에서는 4억원의 매출을 올리는 기염을 토했다. 과거와 다른점은 시대적 조류에 편승한 일시적 현상이 아닌, 꾸준히 닦아온 실력이 뒷받침 됐다는 것.
사업계획상 목표를 650억원으로 잡았다. 지난해에 비해 30% 이상 증가한 금액이다. 매달 목표대비 30~40%씩 신장을 거듭해 이 추세대로라면 700억원을 넘겨 750원까지 바라볼 수 있게 됐다. 2000년에 세운 매출 700억원 기록은 올해면 깨질 것 같다.
야구에 빗대 설명하자면 신인왕을 거머쥔 선수가 2년차 슬럼프에 빠졌다가 다시 살아나 시즌 MVP로 선정됐다고나 할까.
“한 번 데어서인지 너무 급격하게 상승곡선을 그리니까 좀 불안하기도 하네요. 그런데 분명히 달라진건 팀원들의 자세에 있는 것 같습니다. 모두들 물이 올랐달까. 디자이너들부터 그림 그리는 게 날이 갈수록 자신감있고 분명해 지는 것을 느낄 수 있습니다. 직원들도 저에게 의사결정을 하는 감이나 스피드가 눈에 띄게 좋아졌다고 말하더군요. 그러다 보니 직원들이 하는 일을 믿을 수 있고, 직원들도 제가 한 결정을 믿고 따르게 되면서 서로간에 확실한 신뢰관계가 자리잡는 것 같습니다.”
「엠엘비」는 연일 고공행진을 이어가고 있지만 정작 서 이사 자신은 많이 낮아졌다. 어깨에 힘이 들어갈 법한 상황인데도 오히려 차분해졌다. 눈빛은 더 예리해졌다. 굴곡진 경력을 가져서일까. 내뱉는 한 마디 한 마디에 깊이가 느껴진다.
“지금 패션 시장의 흐름을 보면 패러다임이 바뀌는 과도기적 상황에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엠엘비」는 시대의 흐름에 편승에 성장했다고 볼 수 있지요. 앞으로 다가올 새로운 비즈니스 패러다임은 ‘멀티’의 시대가 될 것입니다. 다양성이 공존하는 가운데 이것을 묶어줄 수 있는 문화적 코드가 필요한 것이지요. 「엠엘비」의 지속적인 성장을 자신하는 이유는 바로 이 때문인 것이지요. 다가올 시대를 이끌어갈 「엠엘비」를 기대해 주십시오.”
김정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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