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H&M」과의 갑작스런 ‘러브어페어(?)’로 세계 패션계를 깜짝 놀라게 했던 라거펠트는 인터뷰할 때마다 “중저가 브랜드를 ‘싸구려(Cheap)’가 아닌 ‘합리적인 가격대(Inexpensive)’로 불러달라”는 색다른 주문을 할 정도로 중저가 브랜드에 대한 관심이 높다.

사실 몇 년 전만 해도 「H&M」의 「샤넬」 베끼기에 불쾌한 심정을 노골적으로 드러냈던 그이기에, 호사가들은 매스밸류가 주도하는 세계 패션의 흐름에 백기(?)를 든 것이 아니냐는 의견도 조심스럽게 나오고 있다.
디자이너 칼 라거펠트의 최종적인 꿈은 각기 다른 3개 나라에서 서로 다른 3개의 컬렉션을 선보이는 것이다. 헌데, 요즘 그 꿈이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 물론 여기에는 중저가 브랜드에 대한 라거펠트의 남다른 관심도 한몫 했을 터.
라거펠트 일병의 맨해튼 상륙작전
“나의 머릿속에는 늘 파리, 뉴욕, 로마가 떠돈다”라고 입버릇처럼 말하는 칼 라거펠트는 실제로 파리에서는 「샤넬」을, 로마에서는 「펜디」를 디자인하고 있으며 최근에는 뉴욕을 기반으로 한 매스밸류 브랜드 「칼라거펠트」를 준비중이라는 사실을 기자회견을 통해 공식적으로 밝혔다.
새로운 라인은 2006년 가을 시장을 겨냥해 내년 2월에 선보일 예정이며, 가격대는 라거펠트의 디자이너 컬렉션인 「라거펠트갤러리」보다 50% 정도 낮추었다. 브랜드 포지셔닝에 대해 라거펠트는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그 동안 나는 「샤넬」 오뜨꾸뛰르 컬렉션을 통해 비싼 옷도 디자인했고, 「H&M」과 일하면서 ‘저렴한’ 옷도 디자인할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해 보였다. 「칼라거펠트」는 그 중간 정도에 위치하는 브랜드가 될 것이다.”
지난해 가을, 칼 라거펠트는 「H&M」과의 성공적인 컬렉션을 통해 저렴한 가격대의 상품을 만들 수 있는 능력과 더불어 세계적인 그의 명성 또한 과시했다. 당시 라거펠트의 「H&M」 리미티드 컬렉션은 라거펠트의 캐릭터가 들어간 19.90달러 티셔츠를 비롯, 49달러 블라우스, 149달러 울 캐시미어 오버코트 등을 선보였는데, 전세계 매장에서 단 1시간 만에 품절되어 화제를 뿌렸고, 덕분에 「H&M」의 4사분기 이익이 23.9%나 상승하는 효과를 가져왔다.
한편 앤 아시에르노(Ann Acierno) 「칼라거펠트」 사장은 “「칼라거펠트」 라인은 최고의 백화점과 별도 스페셜 스토어에 입점할 것이다. 특히 데님과 스포츠웨어, 티, 탱크, 재킷을 통해 젊고 활기찬 느낌을 줄 것이다”라며 새 브랜드 탄생은 최근 여성 소비자들의 소비행태 변화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녀는 “오늘날 여성들은 값비싼(expensive) 재킷과 저렴한(inexpensive) 탱크탑 한 벌을 동시에 원한다. 그러나 그 극단적 양극화 가격대의 옷 한 벌을 갖추기 위해 여성들은 이 매장에서 저 매장으로 정신없이 뛰어다니며 다리품을 팔아야 한다. 그러나 새로운 「칼라거펠트」에서는 걱정할 필요가 없다. 「칼라거펠트」 매장은 주택가 가까운 곳에 위치할 것이며, 백화점에 가는 수고를 덜어주기 위해 상상을 뛰어넘는 다양한 아이템과 그 안에 내재된 젊음의 활력을 선사할 것이다”라고 말했다.
크리에이티브 디렉터에 패션 기자 출신, 파격 영입
한편 브랜드 「칼라거펠트」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에는 한때 「헬무트랭」의 컨설턴트였으며 현재 패션지 <하퍼스바자>의 시니어 패션 에디터인 멜라니 워드(Melanie Ward)를 임명해 주목을 끌고 있다.
물론 질 샌더와 같이 패션 기자 출신의 디자이너가 몇 명 있기는 하지만 실무 경험이 없는 현직 기자를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로 전격 영입한 것은 세계 패션사에도 유례를 찾아볼 수 없는 경우로 라거펠트만이 꾸밀 수 있는 파격 인사일 것이다.
라거펠트는 “그녀는 흠잡을 데 없는 세계적인 명성을 가지고 있고, 무엇보다 사람들이 그녀를 좋아하며 동시에 존경한다는 점이 강점이다. 그녀는 내가 본 여성 중에서 가장 모던하다”며 워드에 대한 남다른 애정과 기대를 동시에 피력했다.
새 브랜드 「칼라거펠트」는 남녀 누구나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유니섹스를 추구하며 이를 위해 상상을 초월하는 엄청나게 많은 스타일을 제안할 계획이라고 밝혀 「H&M」 「자라」 「갭」 등과 같은 매스밸류 브랜
유재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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