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도 여성복 사업을 잘 할 수 있다. 삼성에서 제일 주목받는 벤치마킹 대상 1호 브랜드’ 제일모직의 잘나가는 여성복 브랜드 「신시아로리」에 비상이 걸렸다. 올들어서도 전년대비 70%대의 매출 상승세를 기록, 의기양양했던 신시아로리 식구들의 얼굴에는 웬일인지 시름이 가득하다.
어쩌면 「신시아로리」가 없어질 수도 있다는 두려움 때문이다. 최근 일부 언론에 ‘신시아 상표권분쟁’이라는 기사가 보도되면서 빌리지유통과 제일모직의 상표권 분쟁이 ‘대기업의 중소기업 괴롭히기’로 비춰지고 있고, 또 이것이 그룹이미지 손상으로 이어지는 것을 막기위해 그룹 전체로 보면 몇푼 벌지도 못하는 「신시아로리」의 문을 닫을 수도 있을 것(재판결과와 상관없이)이라는 추측이 힘을 얻으면서 그들의 어깨가 늘어질대로 늘어지고 있는 것이다.
사건의 경과를 알기 위해 제일모직에서 이 사건을 담당하고 있다는 해당부서에 문의를 해봐도 ‘알려진 그대로’고 홍보채널에 문의하라는 말뿐 대답을 회피한다. 홍보팀도 입에 오르내리는 것 자체를 피하고 싶다며 보도를 하지 않았으면 하는 입장이다.
“대기업인 제일모직이 신시아로리 영업을 시작하면서 연간 60억원에 달하던 빌리지의 매출이 매년 떨어져 현재는 10억원 수준에 머물고 있다” -매경 6월15일 “신시아와 신시아로리는 유사한 상표라는 특허청의 판단에도 불구하고 제일모직이 상표를 계속 사용하는 것은 대기업의 막강한 영업력과 자금력을 동원한 횡포, 굴러들어온 바위가 박힌 돌을 차내는 형국”-한국일보 6월22일, 등 언론에 보도된 기사로 제일모직은 극히 예민해져 있었다.
빌리지측은 최근 언론의 보도로 다소 여유가 있는 것 같았다. 이 회사 박배성 이사는 “우리가 선등록한 상표를 사용하다 코너에 몰린 것이다.
「신시아로리」를 국내에 들여와 장사를 한 97년부터 지난해까지의 매출 500여억에 대한 3%를 상표 사용료로 내놓아야하며 그후에 「신시아」의 상표권를 사든지 아니면 계속 사용료를 지불할 것인가를 결정해야한다”고 주장했다. 언론의 표적에서 벗어나고 싶은 것이 제일모직의 입장이라면 조금이라도 더 알리고 싶은 것이 빌리지측의 생각인 것 같았다.
기자가 알기로는 「신시아로리」라는 브랜드 때문에 「빌리지」의 매출이 떨어진 사실도 없었고, 또 백화점에서 밀려난 사실 또한 없었다. 빌리지유통의 「신시아」는 「빌리지」라는 점포의 한 코너에 있었던 브랜드였고 이 브랜드 단독으로 백화점에 입점한 적은 없었다.
지난 83년 명동에 「빌리지」라는 편집샵을 개점, 패션유통업에 뛰어든 [빌리지]는 한때 청소년층에 캐주얼의 대명사가 되기도 했으나 90년 초반 중저가캐주얼 브랜드의 잇단 출시로 세력이 약화됐었다.
또 빌리지는 90년 중반이후 경쟁관계에 있는 보세전문점과 차별화되는 독자적인 소싱을 확보하지 못하고 가격경쟁력 마저 잃어 명동, 이대 등의 대형점을 철수했었다.
빌리지의 주요고객은 10후반에서 20대초반의 중저가 소비자였다면 신시아로리의 소비자는 20대중반의 고가(빌리지에 비해) 소비자였다.
즉 신시아로리와 빌리지의 매출감소는 어떤 관계도 없다는 것이 기자의 생각이다. 빌리지라는 점포 안에 「신시아」라는 브랜드가 있었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들은 패션업계에 종사하는 사람들 가운데서도 흔치 않다.
큰회사· 해외기업은 나쁘고, 작은회사·국내회사는 착하고 좋다는 식의 흑백논리는 2천년대의 논리도 세계화시대의 논리가 아니다. 「신시아」「신시아로리」의 상표권에 대한 판결은 법원이 내려줄 것이지만 사실을 왜곡하고 어느 한편을 몰아세우는 구시대의 논리로 포장된 여론이 판결에 영향을 미쳐서는 않될 것이다.
그리고 그러한 구시대의 논리가 무서워 가리기만 하려는 자세도 바람직하지 않다. 가리고 숨기는 것은 또다른 의혹을 낳는다. 정치권에서 압력이 들어와 소극적인 자세로 대응하고 있다는 소문도 나오고 있다.
내달 21일 결심공판이 있다고 한다. 제일모직과 빌리지유통의 협상이 진행되고 있으며 결심공판이전에 협상이 이루어질 것이라는 소식도 전해진다. 두회사의 협상이건 판결이건 상식을 벗어나지 않는 범위에서 이루어졌으면 하는 것이 패션인들의 바램이다.
신시아로리 외에도 「루츠」 「지오다노」등 여러 브랜드가 이번 사건과 유사한 경우에 처해있다. 해외에서는 우리를 어떻게 보고 있을까?
황상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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