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대 여성들의 착장 스타일이 정장에서 캐주얼로 변함에 따라 여성 커리어 시장이 일대 변혁기를 맞고 있다.
특히 지난해 가을부터 여성 커리어 브랜드들의 주력 아이템이었던 예복 정장 매출이 줄어들면서 ‘커리어 시장의 전성기가 가고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최근 30대 구매 고객들의 착장을 살펴보면 포멀한 수트보다는 니트에 스커트, 머플러, 하프 트렌치코트를 단품으로 구매해 코디하거나 블라우스형 재킷에 단품팬츠를 코디하는 등 개성을 살리는 코디네이션을 선호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기존에 심플한 수트로 예복과 직장 내에서의 착장을 겸해 구매를 하던 것과는 다른 양상이다.
문제는 지금까지 커리어 브랜드들이 심플한 수트정장, 흔히 예복 매출에 많은 의지를 해왔다는 것이다.
커리어존의 형성은 IMF가 발생한 바로 직후인 98년경이다.
경기가 침체됐었던 지난 98년 소비자들이 실속구매를 하면서 결혼식이나 모임, 직장 등에서 무난히 입을 수 있는 정장을 주로 구매해왔다. 또 시장이 커지면서 커리어로 리뉴얼을 하거나 신규 오픈하는 브랜드들이 속속 가세하기 시작했다. 게다가 「다회」 「러보오그」 등 예복 전문 브랜드들이 몰락하면서 이들 고객까지 유입하는 등 커리어 시장의 팽창은 지속돼왔다.
또 지금까지 커리어 브랜드들의 가장 큰 경쟁력은 고객층이 20대부터 40대까지 폭넓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이제는 소비자들의 발길이 백화점 3층을 떠나고 있다는 것이 업계 관계자들의 한결같은 얘기다.
가장 이탈이 심한 고객층은 예복 구매 고객들인 20대 후반∼30대 초반 여성들. 이들은 더욱 젊게 입고자 하는 의지에 따라 커리어 브랜드가 아닌 캐릭터 브랜드에서 예복을 구매하고 있다. 게다가 2층 캐릭터 브랜드들이 심플한 정장 스타일을 제안하고 또 사이즈를 77까지 확대하는 등 발빠르게 움직이고 있어 고객 이탈은 더욱 심화되고 있는 상황이다.
롯데 본점 숙녀팀 오대진 SM은 “커리어 브랜드들의 주력 상품군이 바뀌고 있다. 예복 매출에만 의지해서는 한계에 이를 수 밖에 없다. 또 예복을 사더라도 한 브랜드에서 재킷, 스커트, 팬츠, 롱재킷 등 4피스로 구매했던 것과는 달리 지금은 여러 브랜드에서 마음에 드는 단품들을 직접 골라 코디하는 경향이 확산되고 있다. 이에 따라 브랜드 당 객단가도 낮아지는 추세”라고 말하고 또 “소비자들은 변화된 모습을 기대하는데 아직까지도 A라인 실루엣에 코사지로 대변되는 예복 정장을 고수하는 브랜드들이 적지 않다”고 덧붙였다.
이러한 가운데 몇몇 리딩 브랜드들은 조금씩 변화를 꾀하고 있다.
최근 「아이잗바바」는 갤러리아 압구정점에서 매장을 이동, 리뉴얼 오픈하면서 기존에는 볼 수 없었던 상품 구성을 통해 변화된 모습을 선보였다. 레드 계열 등 과감한 원색 컬러를 사용하고 또 니트, 스커트, 트렌치코트 등 단품 코디 아이템을 전면에 배치하는 등 기존의 ‘베이직’과는 다른 면모를 보였다.
「아이잗바바」 백명랑 이사는 “커리어 시장이 과다 경쟁에 돌입했다. 먼저 변하는 것이 경쟁력”이라고 말했다.
「앤클라인」도 소비자들의 변화에 따라 오는 하반기 대대적인 리뉴얼을 단행할 예정이다.
브랜드 로고 변경과 함께 상품구성, 컨셉 등을 조정하는 「앤클라인」의 키워드는 ‘캐주얼’.
여성 커리어 브랜드 중 단품 비중이 가장 많았던 「앤클라인」은 단품을 더욱 보강하면서 수트 구성을 줄일 방침. 또 수트도 포멀한 라인보다는 편하게 입을 수 있는 캐주얼한 스타일을 강조할 계획이다.
일부 브랜드의 변화에 대해 위험한 발상이라는 지적도 적지 않다. 기존에 커리어에서 볼 수 없었던 아이템들이 과연 매출을 일으킬 수 있을 지에 대한 논란도 있다. ‘베이직’을 모토로 하는 커리어 시장에서 너무 앞서가는 것은 악영향을 초래할 수도 있다는 것.
커리어 시장이 향후 어떻게 재편될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김희연 기자
heeyoun@fashioninsigh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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