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사복 업계의 올 가을 신상품 재고문제가 심각할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빠르면 지난 7월말부터 기본 스타일을 중심으로 각 매장에 출고된 가을 상품은 8월 중순을 기점으로 메인 물량이 출하되어 9, 10월경 신사복 판매의 최대 성수기를 맞는 것이 일반.
작년 10월부터 불어닥친 불경기를 올 춘하 시즌 뼈저리게 경험한 신사복 업체들은 자구책 마련으로 올 가을 공급물량을 전년대비 90% 선으로 책정, 다이어트 경영을 시도했다.
그러나 영업 결과는 기대를 벗어나 아주 저조한 판매고를 기록하고 있다.
종합의류업체 K사의 경우 전년대비 13% 역신장하는가 하면 신사복 전문업체 K사 역시 예년과 비교할 때, 판매량이 90%에 못 미치는 실정이다.
중소 전문업체의 경우 올 가을 상품 판매추이는 더욱 심각하다.
미도파백화점 「T」 브랜드 영업소장은 “신사복 영업을 해 온 이래 올 가을처럼 영업실적이 안 좋은 예는 처음이다. 하루에 겨우 1∼2착 파는 것이 고작일 정도"라고 말했다.
업계 관계자의 예측으로는 중소 전문업체의 가을상품 판매는 30% 이상 역신장할 것이라는 지적이다.
국내 신사복 업계가 한 시즌에 내놓는 수트 물량은 평균 200만 착.
이중 대기업이 80만 착으로, 현재 업계의 판매상황을 감안할 때 약 50만 착의 신상품이 고스란히 재고로 남는다는 계산이다.
이처럼 올 가을 신사복 판매가 저조했던 근본적인 이유는 크게 세가지가 지적되고 있다.
▶불경기에 따른 영업 부진 ▶기온 이상 ▶간절기의 퇴조 등이 그 이유.
LG패션의 조원준 부장은 “작년 10월부터 불어닥친 불경기의 한파가 내년까지 지속될 것으로 예견되며 오는 2003년 상반기에 가서야 겨우 회복국면으로 들어 갈 것으로 예측된다”고 내다봤다.
백화점 측 관계자는 “불경기를 증명하듯 수선실의 일이 전년과 비교해 2배 이상 늘어났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는 그 만큼 작년에 입었던 수트를 고쳐 입는 고객이 부쩍 많아졌다는 얘기다.
최근 들어 나타나고 있는 기온이상 현상 역시 올 가을 신상품 판매에 악재로 작용했다.
9월∼10월초 날씨의 경우 여름 날씨를 방불케 할만큼 30도를 웃돌았으며, 10월 날씨도 예년과 비교할 때 2∼3도 높았던 것이 가을 메인 상품의 판매를 저조하게 했던 요인이다.
여기에 엎친 데 덮친 격으로 가을 시즌 주기가 점차 짧아지는 것도 재고가 늘어날 수밖에 없었던 직격탄.
이런 와중에도 호재를 본 업체가 있다면 LG패션과 제일모직이다.
가을 신사복 기획이 예전의 기모가 많은 소모방 위주에서 세미 밀드, 클리어 원단으로 바뀌면서 전체적으로 가을 수트가 얇아진 반면, 소비의 양극화 추세로 가을 상품 판매가 다른 업체와 비교 소폭이지만 오히려 판매가 늘었다는 것.
즉 날씨가 따뜻한 덕에 100수 이상의 얇지만 고급스러운 원단을 사용한 수트류의 판매가 예년과 비교했을 때 15%이상 늘어난 추세다.
현재 추세로 보아서는 10월 정기세일과 결혼 특수로 반짝 영업(?)를 했지만 11월 역시 1∼9월의 형편에서 크게 벗이 나지 못할 것이라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다만 어서 속히 예년의 겨울날씨가 와 줘서 그나마 겨울 상품이 판매되기를 업계의 관계자들은 기대하고 있다.
특히 이번 겨울 시즌 신사복 업체들은 그 동안 선보인적 없는 다양한 코트와 가죽 제품, 다운 제품 등으로 한겨울(?)을 이겨나가려 하고 있다.
김창호 기자
welcum@fashioninsight.com
- Copyrights ⓒ 메이비원(주) 패션인사이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