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려한 자태로 자신을 감싸지도, 과도한 섹시함을 강조하지도, 유명 모델을 내세운 요란한 광고를 싣지 않아도 매년 매출이 상승하고 내실 있는 럭셔리 브랜드로 성장하고 있는 업체가 있다. 화려함보다는 실용적인 럭셔리를 표방하고 있는 미국의 가죽 브랜드 「코치(Coach)」가 그 주인공이다.
최근 수익중심형 경영을 선포한 「구찌」가 톰 포드 & 도미니크 데졸레 시절 내세웠던 극단적 섹시함을 자제하고 더 많은 소비자를 끌어들이기 위한 대중적 마인드를 반영하겠다고 밝혔을 때 그 모델이 바로 대중적 럭셔리의 대명사, 「코치」였다.
매스컴의 주목을 받고 트렌드를 이끄는 ‘It Bag’을 내놓지도 않고, 할리우드 패셔니스타들의 머스트해브 리스트에도 올라가지 않지만 아시아가 IMF 위기를 겪을 때도, 미이라크 전 여파로 럭셔리업계가 매출부진에 시달리던 때도 꿋꿋이 상승세를 유지해 온 조용한 파워, 「코치」의 숨겨진 원동력은 무엇일까?
융통성 있는 매스티지
「코치」의 조용하지만 파괴적인 힘은 지난 13년간 「코치」의 사장 겸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로 활약해 온 리드 크라코프와 깊은 관련이 있다. 1941년 뉴욕에서 소박한 가죽 브랜드로 시작한 「코치」는 크라코프가 디자이너로 영입되고 류 프랭크포트가 CEO로 공동 전선을 구축하면서 2000년 주식을 상장했고, 미국은 물론 국제적 유통망을 갖춘 수십억 달러 규모의 국제적 사업체로 발전을 거듭했는데, ‘트렌드 보다는 생활 속의 백을 만든다는’ 리드 크라코프의 디자인 마인드가 가장 큰 성장의 원동력이었다.
번쩍거리고 화려한 앨리게이터 백보다는 ‘들면 들수록 정이 가고 멋이 살아나는’ 백을 만든다는 초창기 브랜드의 모토에 충실한 것이 크라코프의 디자인 마인드이자 「코치」의 성공을 가져온 가장 근본적인 요소라는 점은 매시즌 트렌드를 이끌고 패션 잡지의 머스트해브 아이템에 소개되기 위해 신경이 예민해지는 여타 럭셔리 백 디자이너들을 무색하게 한다.
특히 럭셔리 매출의 메카라고 할 만한 일본인들이 「코치」에 보내는 열광은 거의 광적이어서 「코치」의 일본 내 매출은 「루이비통」을 바짝 따라붙는 2위를 차지, 「루이비통」이 소유주 LVMH의 신경을 날카롭게 만들었고 사업에 걸림돌이 된다싶으면 곧장 법적인 조치에 들어가는 LVMH는 「코치」가 ‘위협적이고 불공정한 사업을 펼치고 있다’는 이유를 들어 소송을 걸어 오히려 「코치」의 인지도를 높여주었다.
럭셔리 시장의 본거지 일본에서 「루이비통」을 긴장시킬 만큼 파워풀한 「코치」, 그 매력은 바로 ‘다수의 소비자를 만족시키는 실용성과 디자인을 겸비한 백을 디자인한다’는 미국적인 마인드에 기인한 ‘매스티지(Masstige)’ 전략에서 비롯된 것이다. 즉, 다수의 소비자를 염두에 둔 융통성과 자아도취를 탈피한 실용적 디자인 마인드가 성장을 재촉하는 원동력인 것.
디자이너의 자아도취는 사절!
‘팔릴 만한 백을 제작한다’는 전략은 디자인을 예술로 취급하는 자존심 높은 디자이너에게는 반감을 사겠지만 많은 브랜드들은 품격을 잃지 않고 매출을 높이는 「코치」의 전략을 뒤따르기 위해 애쓰고 있다. 전통적인 「코치」의 C로고가 뒤덮인 브라운 캔버스+가죽 백은 물론 메탈릭 레더 플리티드 펄스나, 화려한 모자이크 프린트가 돋보이는 더펠 백, 화이트 가죽 백까지 「코치」는 매시즌 ‘It Bag’ 대신 다양한 스타일을 내놓는데, 어떤 백은 한 시즌에 80만 개가 팔릴 정도로 높은 수요를 구축한다고. 일각에서는 2001년 도입된 「구찌」의 시그너처 로고가 「구찌」와 「루이비통」의 로고를뒤섞은 듯한 느낌을 준다고 비꼬지만, 이제는 「코치」 특유의 로고로 자리잡아 「루이비통」을 불안하게 만들고 있으니 참으로 아이러니컬하다.
앞서 말했듯 ‘매스티지’를 표방하는 「코치」의 또 다른 힘은 ‘접근할 수 있는’ 합리적인 가격대다. 깔끔한 디자인과 품격에 비해 298∼388달러의 가격선을 책정, 소비자들이 매장 안으로 들어가는 데 거부감을 없애준 것. 여타 럭셔리업체들의 백에 비해 자릿수 하나가 더 빠진 듯한 이 가격은 당당하게 ‘매스티지’를 표방한 「코치」의 융통성에 기인한 것으로, 극단적인 럭셔리와 매스마켓 사이에 위치한 「코치」 특유의 시장을 형성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조심스런 확장전
일본시장에서 거둔 높은 인기를 바탕으로 「코치」는 유럽 대륙을 본격적으로 포섭하려는 확장전략에 돌입했다. 진중한 성격을 갖고 있는 CEO 류 프랭크포트는 유럽 소비자들이 이미 기존의 경쟁 브랜드들에게 충실한 성격을 갖고 있고, 시장 자체가 포화상태를 보이고 있어 급격한 유통망 확대를 통한 매출증대를 꾀하는 대신 인지도를 넓힐 수 있는 최소한의 접근을 순차적으로 실행할 계획이라고.
하지만 유럽시장의 포화로 신흥 시장 인도에
예정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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