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션산업은 여느 산업보다도 전문인력이 많다. 각양각색의 소비자 감성에 호소하기 위해서는 디자이너, 엠디, 바이어, 마케터 등 분야별 전문가들의 노하우가 필요하다. 그러나 개인들이 아무리 뛰어난 재능을 가지고 있다 하더라도 혼자서는 목표를 달성하기 어렵다. 능력과 열정이 아무리 뛰어나도 구성원들의 마음이 맞지 않으면 성과를 낼 수 없다는 것이 업계 종사자들의 한결같은 의견이다.
블루오션 브랜드에는 블루오션 피플이 있었다. 특히 이들 블루오션 피플은 혼자가 아닌 든든한 기반을 만들어준 오너가 있는가 하면, 20년간 한 배를 탄 ‘경영자-디렉터’도 있었다. 또 리더에 대해 절대적 지지를 보이며 따라준 직원들도 있었다.
남녀간 궁합은 아니지만 블루오션 브랜드를 만든 이들은 찰떡궁합으로 엮였다는 것이 일반적인 의견이다. 특히 이들의 찰떡궁합은 시대흐름과 맞물려 시장이 인정하는 ‘성공’을 만들어냈다.
김성민 리얼컴퍼니 사장은 에프앤에프와 보성을 거쳐 지난 2003년부터 리얼컴퍼니에 몸담았다. 당시 시장에선 감성이 강한 김 사장이 보수적인 경영을 펼치고 있는 맹주옥 회장과 오래 갈 수 있겠냐며 부정적인 시각이 지배적이었다. 맹주옥 회장은 아동복 「이솝」을 20여 년간 전개해 왔으며, 안정 위주의 오너로 정평이 나 있었다.

그러나 이들은 2년간 시장이 놀랄 만한 성과를 이뤘다. 「애스크」를 캐주얼 시장 정상에 올려놓았으며 신규 브랜드도 출시했다. 특히 이에 대한 성과로 올 초 김성민 사장은 디자이너 출신으로서는 드물게 전문경영인 자리에 올랐다. 최근 맹 회장은 아동복 부문까지 김 사장에게 모두 맡겼다. 브랜드 비즈니스와 관련된 부문은 모두 김 사장에게 일임하고, 자금 부문만 직접 챙기겠다는 것.
또 김성민 사장에게는 김기택 상무(영업)와 나인상 이사(생산), 나선영 부장(디자인) 등 전문분야를 책임지는 서포트가 있다. 분야별 베테랑인 이들은 김 사장이 전체 시장을 보고 예측력을 키울 수 있는 여유를 만들어주고 있다.
1998년 「스포트리플레이」, 2001년 「서스데이아일랜드」, 2003년 「엔진」, 2005년 「엘록」. 지금까지 지엔코가 런칭한 브랜드들은 모두 당시로서는 시장에 신선함을 던졌던 브랜드다. 지금 개념으로 치면 블루오션인 셈이다. 지엔코를 이끌고 있는 이석화 사장과 신명은 감사는 어떤 인연이길래 17년간 한솥밥을 먹고 있을까?

두 사람의 만남은 1989년 한주통산 시절로 거슬러 올라간다. 입사 4년 만에 디자인실장에 오른 신명은 씨는 「엘레쎄」를 맡고 있었고, 이석화 사장(당시 부장)은 영국지사에서 귀국해 「리바이스」를 총괄하다 「엘레쎄」 사업부에 합류했다. 당시 「엘레쎄」는 두 사람의 팀워크가 맞아떨어지면서 시장에서 돌풍을 일으켰다. 이 때부터 두 사람은 찰떡궁합을 확인했다고 한다. 이후 두 사람은 대현으로 옮겼고, 「스포트리플레이」를 런칭했다.
17년이라는 시간 동안 호흡을 맞출 수 있었던 이유에 대해 두 사람은 “서로의 강점에 충실하면서 역할과 상황을 존중하려고 노력해 왔기 때문”이라고 입을 모았다.
이석화 사장은 “신 감사는 영혼이 아주 맑은 사람이다. 그래서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들이 흔히 빠지기 쉬운 독단을 저지르지 않는다. 디자이너로서 유연한 사고를 할 수 있다는 건 누구도 따라올 수 없는 큰 장점”이라고 말했다.
신 감사는 “이 사장님은 냉철한 판단력과 따뜻한 인간미를 동시에 갖춘 탁월한 경영자다. 직원들의 창의력을 계발하고 모두들 내 일처럼 일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든 것은 사람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경영방침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신 감사는 「서스데이아일랜드」를 런칭할 때 즈음, 퇴근 시간이면 사무실을 나가버리는 이 사장이 그렇게 야속할 수가 없었다고 털어놓는다. 직원들도 매일 새벽 2~3시까지 함께 일하고 있는데 경영자가 책임감 없이 자리를 비운다는 생각에 화가 치밀어 다음날 사장실로 찾아가 따졌다고. 그러나 나중에 이 사장이 그 시간을 경영과 관련한 모임과 자기 계발에 쓴 것을 알고는 신뢰가 더 깊어졌다고 한다.
이 사장은 “말이 17년이지 그 동안 런칭했다가 중단한 브랜드만 5개가 넘는데 왜 의견충돌이나 힘든 일이 없었겠느냐”며 “그런 문제에 치중하기보다 패션산업에 대한 열정과 브랜드의 성공이라는 본질적인 목표를 중심으로 서로를 믿고 존중해 온 것이 지금의 결과를 낳았다”고 말했다.
「폴햄」을
정인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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