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션쇼가 고객을 위한 건지, 백화점을 위한 건지 모르겠다. 패션쇼 당일 수천 만원의 매출 목표를 주는 것은 너무한 것 아니냐. 행사비용에다 패션쇼 매출까지 으름장을 놓고 있어 브랜드는 여전히 ‘봉’취급을 당하는 것 같다”
백화점들이 입점업체들에게 패션쇼를 강요해 곳곳에서 비난의 목소리가 터져 나오고 있다.
롯데, 현대, 신세계 등 주요 백화점들은 호텔이나 백화점 행사장에서 패션쇼와 기획상품 판매를 겸한 사은행사를 개최, 수천 만원이 넘는 매출 목표를 주고 압력을 행사하고 있어 입점업체들의 불만이 커지고 있는 것이다.
백화점의 눈치를 봐야하는 입점업체들로서는 당연히 매출관리에 들어갈 수밖에 없는 입장.
매장 매니저들은 물론 생산업체들까지 동원해 매출을 찍어야 하는 실정이다. 패션쇼 행사비용도 모델료, 식사 등 적게는 30만원에서, 많게는 수백 만원을 지불하고 있어 불경기에 브랜드들이 가슴앓이를 하고 있다.
한 여성복 업체 관계자는 “롯데 어느 점에서 하면, 현대 어느 점에서 하자고 하고, 현대 어느 점에서 하면 신세계 어느 점에서 하자고 하는 등 ‘꼬리에 꼬리를 무는 패션쇼’가 연간 20회 이상 진행되고 있다. 요즘에는 바이어가 핸드폰 문자메시지를 보내 일방적으로 통보하는 수준이다. 바빠서 미처 메시지를 확인 못했다고 하면 ‘아무 말 없길래 그냥 진행하는 줄 알았다’며 밀어붙인다”고 말했다.
남성복 관계자는 “브랜드를 알리고 홍보하는 패션쇼는 필요하다. 하지만 패션쇼를 핑계로 매출을 강요하는 건 불경기에 적절하지 않은 것 같다. 패션쇼를 거부하거나 매출이 시원치 않을 때에는 MD개편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울며겨자먹기식의 영업을 할 수밖에 없다. 수도권 위주로 진행하던 패션쇼는 최근에는 지방점에서도 요구하고 나와 비용부담이 크다. 지방점의 경우 패션쇼를 거부하면 ‘내가 중심점 바이어로 가면 어떻게 하려고?’라며 으름장을 놓기도 한다”고 토로했다.
한 매장 매니저는 “패션쇼가 있기 며칠 전부터 매출을 모아뒀다가(이월매출) 패션쇼가 있는 당일 한꺼번에 매출을 찍는 실정이다. 본사로부터 매일 ‘얼마 이월시켰냐? 현금은 얼마고, 카드매출은 얼마냐?’라는 질문도 이젠 진저리가 난다. 또 자사 브랜드의 타 백화점 매니저를 시켜 가매출을 찍고, 상품은 나중에 다시 가져와 재고를 맞추거나 매출이 많은 날 취소시켜주고 있다. 일부 생산업체 관계자는 할 수 없이 그날 본사에서 통보를 받고 상품을 사갔다며 환불을 요구하는 사람도 있다. 매출취소 전표를 바이어에게 일일이 사인을 받는 일도 이골이 난다”고 말했다.
한편 오는 25일부터 4일간 롯데백화점은 잠실점에서 ‘제2회 코리아패션월드 인 서울 패션쇼’를 개최한다. 이 행사에는 104개 입점업체들이 참여할 예정인데 모델료를 적게는 400만원을, 많게는 800만원을 입점업체들이 부담해야 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김동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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