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면초가에 몰린 여성복시장
가+
가-

2006-12-27 오후 4:22:32

'사면초과, 고립무원, 진퇴양난, 진퇴유곡, 속수무책' 2003년 우리 여성복 브랜드들이 처한 상황을 한마디로 표현할 수 없을까하여 찾아본 단어다. 여성복 브랜드를 운영하고 있는 많은 패션기업의 경영자들은 어쩌면 가슴이 섬뜻해지는 느낌이 들지도 모른다. 높은 마진을 요구하고 철철이 매장 위치 바꾸라는 백화점만 미운 놈인 줄 알았는데 철석같이 믿었던 샵마스터도 내편이 아니다. 내 편인 줄 알았던 그녀는 매출이 한창 뜰 때는 중간관리를 요구하더니, 작년에는 동생들 월급은 본사에서 주고 자기 월급은 수수료로 챙겨 달라 하고, 올 들어서는 월급제로 바꿔달란다. 한 벌에 50∼60만원하는 정장을 입어야 집을 나설 수 있었던 소비자들이 여성 영캐주얼 브랜드에서 20∼30만원 짜리를 사입더니 이제는 10만원에 몇 벌씩 파는 중저가 캐주얼 브랜드에서 색깔만 예쁜 옷을 입기도 한다. 팔다 남은 정장은 아웃렛에서나 팔리는 정도다. 재고가 무서워 매장 당 1장씩만 돌아갈 정도만 만들다보니 옷을 사겠다고 온 손님은 놓치기 일쑤고 퀵서비스 비용만 올라간다. 손님들은 왜 그렇게 까탈스러운지 수선비가 상품개발을 위한 견본비의 2배 이상이 든다. 대리점으로 눈을 돌려보지만 만만치 않은 판매가격 탓에 점포개설 자체가 어렵다. 가두상권과 아웃렛을 타겟으로 하는 중저가 브랜드도 생각해보았지만 자금 여력도 없고 4배수에도 미치지 않는 저마진 구조는 도대체 낯설기만 하다. 「앗슘」은 오너가 손을 들었다. 국내 대표 여성기업인 데코와 미샤는 「디아」 「애니알릭스」의 영업 중단을 선언했다. 그래도 접을 수 있는 기업은 힘이 남아 있다. 빚잔치가 무서워 표정관리에만 신경 쓸 수밖에 없는 경우도 많다. 한섬 등 일부 기업을 제외하고는 사업이 여성복에 집중되어 있으면 있을수록 숨쉴 구멍이 작다. 캐주얼 브랜드를 보유하고 있거나 대리점이나 아웃렛 유통에 기반을 가졌거나 원단이나 수출부문 사업을 가지고 있는 기업들은 그나마 숨돌릴 틈이 있다. 「데코」 「온앤온」 「랑시」에 이어 「끌레몽뜨」와 「카라임플런트」가 지난해 중국에 진출했고 올 봄 들어서는 「이지엔느」와 「리씨」도 중국에 첫발을 디뎠다. 「톰보이」「YK038」 「샤틴」은 중국 진출을 확정했다. 규모가 크든 작든 간에 중국 시장 진출에 관심을 가지지 않는 여성복 기업이 없다. 사스만 아니라면 국내 여성복 기업 경영자들의 절반은 중국 땅에 있을 것이라는 우스개 아닌 우스개도 설득력을 얻는다. 중국 장사에 기대를 걸었으나 사스 마저 그들을 괴롭힌다. 백화점도 백화점대로 고민이다. 없어지는 브랜드도 빼야할 브랜드도 많은 데 넣을 만한 브랜드가 없다. 장사가 덜되는 커리어와 캐릭터 브랜드를 줄이고 수입 브릿지 라인과 잡화 땅을 넓혀주고 빈 공간을 메운단다. 롯데와 같은 대중 백화점은 아줌마 타겟의 커리어 브랜드를 줄이는 대신 그 자리에 20대 중후반 여성을 타겟으로 하는 캐릭터 브랜드의 매장을 구성한다. 2층에는 「A6」 「BNX」와 같은 요즘 뜨고 있는 20대 초반을 타겟으로 하는 개성강한 브랜드의 매장을 넓힌다. 퍼즐 맞추듯이 여기서 저기로 옮겨보지만 제대로 된 모양을 맞추기에는 힘에 부친다. 이러다가 갑자기 퍼즐 조각들이 도망가버리지나 않나 하는 기분 나쁜 예감이 들기도 한다. 그러나 여성복업체도 백화점도 뾰족한 해법을 내놓지 않는다. 모두 함께 벼랑으로 달려가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으면서도 누구하나 먼저 이야기를 꺼내지도 않는다. 백화점과 여성복업체와의 관계는 아직까지 '갑'과 '을'이기 때문이다. (다음호에 계속)

황상윤 기자
hsy@fashioninsight.com

- Copyrights ⓒ 메이비원(주) 패션인사이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메이비원(주) | 대표:황상윤 | 개인정보보호책임자:신경식
사업자등록번호:206-81-18067  | 통신판매업신고:제2016-서울강서-0922호
TEL 02)3446-7188  |  Email : info@fi.co.kr
주소 : 서울특별시 강서구 마곡중앙8로 1길 6 (마곡동 790-8) 메이비원빌딩
Copyright 2001 FashionInsight co,.Lt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