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자본주의를 도입하며 신흥 부자들을 키워내자 ‘황금의 땅’이라며 중국으로 몰려가던 패션계가 이제 중국의 성장파워를 두려움으로 지켜보고 있다.
값싼 노동력을 사용해 생산단가를 낮출 수 있는 하청 기지, 혹은 브랜드 이름만 있으면 무조건 매출이 구축될 것으로 기대되던 신천지 중국이 더 이상 하청 기지 역할에 만족하지 않고 그간의 노하우를 발휘해 제조한 패브릭과 낮은 가격을 무기로 유럽 패브릭 시장을 위협하고 있다. 여기에 럭셔리 브랜드들의 카피 제품을 생산해 럭셔리 시장을 교란시키는데다 자체 브랜드까지 생산하며 패션대국으로의 발판을 다지기 시작했다.
특히 ‘자본주의의 맛’을 알게 된 중국 사업가들이 아예 럭셔리 패브릭의 본고장, 이태리까지 찾아와 텍스타일 공장을 인수할 움직임을 보이거나 합자 벤처를 구축해 자체 브랜드를 런칭할 작전을 짜는 등 그야말로 적진 깊숙이 침투해 교란작전을 펼치고 있다.
이태리는 중국의 값싼 패브릭과 의류 제조기술 성장이 유럽 패브릭 시장의 큰 위협이 된다는 사실을 일찌감치 깨닫고 이를 막기 위한 ‘텍스타일 협회 회의’를 여러 번 진행했다. 하지만 인해전술 및 가격전쟁을 펼치는 중국을 막을 뾰족한 방법이 없어 고민 중이다.
실제로 ‘금전적 이익’을 중시하는 제조업체나 브랜드들은 중국에 ‘인수되거나 합자를 통한 라벨 런칭’을 긍정적으로 보고 있어 내분까지 벌어지는 상황이다.
이런 와중에 니트웨어업체 ‘발란타인(Ballantyne)’은 홍콩을 기반으로 한 중국 업체 ‘페닉스(Fenix)’와 손잡고 ‘차이니즈캐시미어컴퍼니(Chinese Cashmere Company)를 설립, 제품 생산 및 유통 계획을 밝혔다. 바로 이탈리아가 두려워하는 ‘합자 형식의 세력 증대’다.
즉, 국제적인 브랜드와 합자를 통해 지명도를 얻고 독자적인 유통망 구축을 통해 패션계에 근거지를 마련하는 실용전선에 뛰어듦으로써 유럽시장에 본격 잠입하는 작전이 시작된 것이다. 마치 게릴라 작전을 펼치듯 현지인(이태리 제조업체)을 내세워 기지(패션계에 입지 다지기)를 구축하는 중국의 비즈니스 모델은 성장하는 중국의 경제와 뛰어난 아이디어와 시너지 작용을 일으키면서 유럽의 패션계를 점점 긴장케 하고 있다.
이렇듯 중국의 텍스타일 시장 독점 문제가 유럽 패션가를 불편하게 만들고 있는 가운데, 미국은 일본과 단독으로 텍스타일 협정을 벌일 계획으로 알려졌다.
중국이 미국과 유럽 텍스타일 시장의 70%를 차지하게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면서 2005년 양측이 협의한 텍스타일 협정만으로는 이 문제가 해결되지 않을 것으로 판단한 것이다. 따라서 중국은 중국을 견제하는 EU와 미국을 각각 따로 상대해야 할 상황에 직면했다.
특히 중국의 텍스타일 시장 독점이 예상되는 지금, 미국의 제조업체들은 농산물 시장 개방과 별도로 텍스타일 문제를 다뤄 값싼 중국의 텍스타일 시장이 국제 텍스타일 시장을 교란시키고 여타 섬유 수출국의 시장 진입을 막는 불합리한 사태를 막아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현재 쿼터 시스템으로는 중국의 급성장을 적절히 통제할 수 없기 때문에 보다 극적인 통제를 가해야 한다는 것이다. 실제로 2005년 쿼터제가 없어지면서 미국 어패럴 시장에서 16% 정도를 담당했던 중국 어패럴 장악력이 36%로 급증했고, EU의 경우 절반에 가까운 48%에 달해 긴장감이 극도에 이른 상황이다.
따라서 중국과 비농산물 부문에 대한 협의(NAMA)를 시작할 때 텍스타일·어패럴 문제를 독자적으로 분리시켜 접근해야만―즉, 중국의 텍스타일·어패럴 부문의 쿼터량을 대폭 축소시켜야―중국의 글로벌 텍스타일 시장 점유를 막고 미국과 유럽, 기타 개발도상국 텍스타일 업체가 정상적 활동을 할 수 있다는 것이 미국 텍스타일 업계의 주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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