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황에 패션기업 생존 어쩌나…한여름에도 구조조정 ‘한파’
2025-07-20 김우현 기자 whk59@naver.com
대기업, 사업방향 전환·비효율 브랜드 중단 등 상시 구조조정 체제로
중견 여성복, 인력 감축 확산…유동성 심각 일부 기업은 급여도 밀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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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견·대기업 중심으로 인력 감축을 포함 강도 높은 구조조정 움직임이 상시적으로 나타나고 있다. (사진 : Freepik) |
최근 국내 패션 업계가 고물가·고환율·소비 심리 위축·해외여행 증가 등 복합적인 요인으로 침체기를 겪는 가운데 중견·대기업을 중심으로 인력 감축을 포함한 강도 높은 구조조정에 나선 곳들이 늘어나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주요 대형 패션 기업들이 실적 악화뿐만 아니라 사업방향 전환, 비효율 브랜드 중단 등을 이유로 큰 폭의 인력 구조조정을 실시하고 있다. 중견 여성복 기업들도 수십 명 규모의 본사 직원을 구조조정하는 등 인력 감축 움직임이 확산되고 있다. 이는 지난해부터 패션시장에 불어닥친 한파로 그동안 전개해온 브랜드들의 대거 철수로 인한 결과다.
업계 관계자는 “코로나19 팬데믹을 거치면서 오프라인 매장 축소와 함께 해외수출 위주 제조업체(OEM/ODM)들의 구조조정이 먼저 시작됐다”며 “해외 수출길이 막히고 생산 위축 및 수요 감소가 이어지면서 인력 감축은 불가피한 수순”이라고 말했다.
삼성물산 패션부문의 경우 지난 2023년 1282명이었던 임직원 수는 2024년 말 1242명으로 40명이 줄었다. 이는 지속적인 비효율 사업 정리와 핵심 브랜드에 집중하겠다는 선택과 집중 전략의 일환으로 풀이된다.
실제로 삼성물산 패션부문은 올해 1분기 매출액 5040억원으로 전년동기대비 2.5% 줄었다. 하지만 영업이익은 340억원으로 전년동기대비 무려 37%나 감소했다. 여기에 그치지 않고 안정적인 수익구조를 만들기 위한 구조조정은 앞으로도 계속 이어질 것이란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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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LF는 올 1분기 기준 직원 수가 전년대비 90명 줄어든 848명으로 나타났다. (사진 : LF) |
LF는 올 1분기 기준 직원 수가 전년대비 90명 줄어든 848명으로 나타났다. LF는 현재 상시 구조조정 체제를 가동하면서 오직 수익성 개선에만 매달리는 모습이다.
LF는 지난해 오프라인 유통 채널에 의존하는 일부 브랜드의 사업을 중단하는 등 효율성을 극대화하려는 노력을 지속하고 있다. 일부 브랜드의 경우 온라인 채널 전환 시 수익성 여부를 시뮬레이션하며 사업 방향을 재검토하고 있다.
브랜드 정리와 함께 조직 통폐합을 통해 인력을 효율적으로 재배치하는 곳도 있다. 이 과정에서 일부 팀장급 인력의 직급 해제나, 직무가 겹치는 인력에 대한 자연스러운 정리가 이루어지고 있다는 전언이다. 심지어 입사한지 1~2년차에 불과한 사원급 인력에 대해서도 각 사업부별로 일정 수 이상을 의무적으로 정리하라는 할당량이 떨어지는 등 상식 밖 구조조정이 단행돼 원성을 사고 있다.
한세엠케이는 지난 2023년 292명이던 사무직 직원이 지난해 233명으로 59명 줄었다. 지난해 8월 아동복 ‘컬리수’를 ‘컬리수에딧’으로 리뉴얼 했지만 반년도 되지 않아 사업 종료를 결정한 것이 영향을 미쳤다. 컬리수에딧은 올해 4월말 이후 생산이 중단된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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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패션그룹형지는 2019년 당시 매출 감소와 비효율적인 조직 구조에 대응하기 위해 역대급 구조조정을 단행했다. (사진 : 패션그룹형지) |
중견 여성복 기업에서도 구조조정은 일상이 되고 있다.
패션그룹형지의 경우 자체 사업보고서에 임직원 현황이 기재되지 않아 확인이 어렵지만 재무 상황 등을 고려할 때 인력 감축 폭이 상당한 수준일 것이라는게 지배적인 관측이다.
계열사인 형지I&C의 증권신고서 자료에 따르면 그동안 꾸준히 전체 인력 규모를 줄여왔음을 확인할 수 있다. 그 결과 2020년 82명 수준이던 직원 수는 2022년 70명까지 감소했다.
패션그룹형지는 2019년에도 매출 감소와 비효율적인 조직 구조에 대응하기 위해 역대급 구조조정을 단행한 바 있다. 당시 크로커다일레이디, 샤트렌, 올리비아하슬러 등으로 나눠져 있던 브랜드 사업부를 영업본부와 상품기획본부로 통폐합하면서 임원진에 대한 대규모 인원 감축이 이뤄졌다. 이 과정에서 500명 수준의 전체 직원 수가 30명 내외 줄어든 것으로 알려진다.
인디에프는 올해 1분기 임직원 수가 전년동기대비 16명 줄어든 155명으로 나타났다. 여기에 올들어 미지급금이 작년 1분기 1억1018만원에서 올해 1분기 2억688만원으로 두 배가 늘어날 정도로 현금 유동성까지 원활치 못한 흐름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처럼 최근 여성복 기업 사이에서는 수익성 악화로 임금 지급 능력조차 버거운 기업들이 늘고 있다는 안타까운 소식이 들린다. 한 기업의 경우 영업 부진으로 현금 창출이 어려워지자 동탄 소재 물류센터 보증금을 담보로 인출해 급여로 충당했다는 소문까지 나돈다.
업계 관계자는 “경기 침체 장기화로 국내 패션 기업들의 구조조정은 당분간 지속될 것”이라며 “이는 일시적인 현상이라기보다는 시장 환경의 근본적인 변화에 따른 산업 재편 과정의 일부라는 점에서 사태의 심각성이 크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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