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형종 한섬·한섬글로벌 대표
2018-02-01강경주 기자 kkj@fi.co.kr
“최고의 인재가 1등 한섬을 만듭니다”



한섬은 청담동 한섬빌딩에 수유실, 임산부 휴게실 같은 직원 복지시설을 갖추고 있다. 패션업계에선 보기 드문 사례다. 또 사옥에서 20분 거리에는 3~7세의 임직원 자녀들을 맡아 주는 한섬의 자체 유치원도 운영하고 있다. 여성 직원 비중이 70%가 넘는 기업 특성을 감안해 업무에 집중할 수 있는 복지 시스템을 갖추기 위한 노력의 일환이다.


김형종 대표는 “유치원 운영에만 연 8억원 가까이 소요된다”고 말했다. 연 1조 4000억원 규모의 매출을 올리는 한섬이지만 분명 적지 않은 예산이다. 이처럼 한섬이 직원 복지에 신경 쓰는 이유는 뭘까. 기업 성장의 첫 번째 요소가 ‘인재’에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우리가 업계 최고 수준의 대우와 복지를 제공하는 것은 최고의 인재가 최고의 브랜드를 만든다는 인식에서 출발합니다. 직원들이 최상의 컨디션에서 최고의 결과물을 만들어낼 수 있도록 다양한 방면에서 파격적인 지원책을 마련하고 있습니다.”

좋은 인재가 강한 한섬을 만들어
김 대표는 임직원들이 원하는 맞춤형 복지제도를 실천하는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가령 화요일, 목요일이 공휴일인 경우 각 브랜드별 자율적으로 월요일 혹은 금요일을 연차로 처리해 팀원 모두가 휴가를 갈 수 있도록 배려해준다.

김 대표는 “공휴일이 끼어 있는 주말을 포함 4일 간의 휴식이 보장되도록 하고 있다”면서 “이같은 휴가 문화는 오히려 직원들의 업무 집중도에 긍정적인 영향을 준다”고 말했다.

최근에는 강동구 성내동에 위치한 계열사 현대G&F 사옥의 구내 식당 예산과 규모를 2배 가까이 늘려 고급 레스토랑 수준으로 업그레이드해 주위의 부러움을 사고 있다. 올해부터는 남성 직원들의 육아 휴직 제도를 도입할 계획이다.

한섬은 임직원의 절반 이상이 디자이너일 정도로 디자인 인력이 과반수를 넘지만, 디자이너의 업무가 혼동되거나 중복되는 경우는 없다. 디자인실, 기획실, 소재실, 컬러실 등으로 각각의 분야를 세분화하고 브랜드 지원실을 만들어 확실하게 업무를 구분한 결과다.

김 대표는 “한섬 조직의 특징은 전 부서를 수평적으로 배치했다는 점”이라며 “독립된 부서들이 자율적으로 움직이니 전문성은 올라가고 그 만큼 업무 효율성도 높아지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 같은 인재 최우선 정책은 곧바로 성과로 나타난다. 한섬의 대표 브랜드인 ‘타임’은 단일 브랜드로 연 매출 2000억원 대를 넘기며 톱 브랜드의 위상을 견지하고 있으며, 론칭 3년차인 ‘더캐시미어’는 시장 안착에 성공하며 효자 브랜드로 자리잡았다.

김 대표는 ‘더캐시미어’의 성장성에 기대감을 갖고 있다. 그는 “캐시미어 전문 브랜드라는 강점이 어필하면서 짧은 시간에 긍정적인 지표가 나타나 만족스럽다”며 “최상급 소재만을 사용하는 것으로 유명한 한섬의 명성에 걸맞게 이탈리아 현지에 담당자를 상주시키면서 소재 개발에 정성을 기울이고 있다”고 말했다.


온라인 진출도 성공적…핵심은 ‘다르게 생각하자’
김 대표는 올해 한섬의 다채널 전략에 집중할 방침이다. 기존의 백화점 유통과 함께 온라인, 로드숍, 해외 진출 등 다양한 채널로의 변화를 모색해 새로운 성장 모멘텀을 만들겠다는 것.

그 중 온라인몰 ‘더한섬닷컴’의 성장세가 주목된다. 지난해 500억원의 매출을 기록한 ‘더한섬닷컴’은 올해 800억원의 매출을 목표할 정도로 상승세를 타고 있다. 기존 패션 기업 대부분이 새로 진출한 온라인 사업에서 고전을 면치 못하는 상황에 비추어 볼 때 한섬의 성공사례는 단연 주목을 받는다. 김 대표는 “그 비결은 할인에만 몰두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많은 기업들이 ‘온라인은 할인 장사’라고 단순하게 생각하는 것 같아요. 하지만 우리는 다르게 접근했습니다. 브랜드 파워나 제품력, 디자인은 이미 검증이 된 만큼 서비스와 편리함에 집중했죠. 상품 선택에서 결제 단계까지 막힘이 없도록 설계한 것이 맞아 떨어졌고, 최근에는 소비자가 제품을 직접 집에서 경험해볼 수 있는 ‘홈피팅’ 서비스도 시작해 차별화를 꾀하고 있습니다. 이 같은 고객 맞춤형 서비스가 시너지를 낸다면 올해도 온라인 사업은 낙관적입니다." 이와 함께 ‘더한섬닷컴’의 모바일 구매 비중이 70%로 높은 수준인 만큼 모바일 페이지에도 지속적으로 투자할 계획이다.

온라인 비즈니스의 가시적인 성과와 함께 오프라인 강화도 놓쳐서는 안될 부분이다. 김 대표는 “백화점 유통의 효율화를 꾀하면서 신규 고객 유치를 위해 로드숍이나 한섬 브랜드만을 모은 통합 아웃렛 매장 오픈을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SK네트웍스 패션부문을 인수한 후 브랜드 포트폴리오가 다양해 진데다 고가 브랜드가 대부분인 기업 특성을 감안할 때 통합 아웃렛 매장 전개는 확실한 경쟁력이 있다는 판단에서다.

해외 진출 전략은 어떤 방향으로 잡고 있을까. 김 대표는 “간판 브랜드인 ‘타임’과 신규 ‘더캐시미어’의 경우 프랑스 라파예트 등 유력 바이어들의 홀세일 요청이 잇따르고 있다”며 “올해는 해외 홀세일 비즈니스 활성화를 위해 기획 시기를 앞당기는 등 납기에 차질 없도록 만전을 기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비효율 브랜드 정리…제2 도약 마중물 될 것
한섬은 2016년 SK네트웍스 패션부문(현 한섬글로벌, 현대G&F)을 인수하고 1조 4000억원 규모로 덩치를 키우면서 새로운 전기를 맞고 있다. 김 대표는 올해를 브랜드 포트폴리오를 재정립하고 이를 효율적으로 운용하는 원년으로 삼을 계획이다.

“브랜드 수가 41개까지 늘어나면서 자연스럽게 비효율 브랜드도 생겨났습니다. 마음을 독하게 먹고 비효율 브랜드 10여 개를 과감히 정리했지요. 이에 따른 외형의 축소 및 직원 감축에 따른  고통은 감수해야 겠지만, 올해 정리 작업이 마무리된 후 2019년에는 200억원 정도의 수익성 개선 효과가 나타날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지속 성장을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었죠.”

김 대표는 고객 관리에 대한 중요성도 언급했다. 핵심은 신규 고객 창출과 고정 고객 관리 등 두 가지다. ‘시스템’ ‘SJSJ’ 등 영 타깃 브랜드로 젊은 소비자를 불러 모으고 ‘래트바이티’를 통해 시니어 고객층을 끌어 모으겠다는 구상이다. 이를 위해 고객관리팀이 주도해온 CRM 분석을 기획, 영업 부서와 연계해 시너지를 높이겠다는 것.

“패션은 길고 멀리 봐야 할 사업입니다. 한섬이 현대백화점 그룹에 인수된 후 제 자리를 찾기까지 3년 여의 시간이 걸렸어요. 새로이 편입된 한섬글로벌, 현대G&F도 탄탄한 내실 위에 힘찬 날갯짓을 할 수 있도록 적극 지원할 계획입니다. 한섬의 강점을 십분 살린다면 한섬글로벌과 현대G&F의 미래도 우리 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