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어디에 있는가?
2015-06-29최진근 큐리언스 대표 jinkeun.choi@curiens.com
최진근의 패션 인문학 이야기 | 15 |

영화 <매드 맥스:분노의 도로>에 나오는 시타델의 물



기후학자들이 연구한 바에 의하면 25만 년 동안에 걸쳐 지구의 평균기온을 추적한 결과, 세계의 기후가 과거 1만 년 동안 유별나게 안정적이었다는 것을 보여 준다. 이 시기는 농업이 탄생하고 이와 더불어 생겨난 문명의 수명과 정확히 일치한다고 한다.

그리고 빙하를 연구한 한 학자는 “인간은 오늘날 우리가 갖고 있는 기후에 적응한 문명을 건설했다. 점차적으로 인류는 이 기후가 제공하는 모든 것을 이용하고 있으며…… 지난 몇 천 년의 기후는 거의 최상을 유지했다”고 말했다.

즉 인간의 문명은 1만 년 동안 최상의 기후라는 생태계 속에서 발전했기 때문에 만약 이 기후생태계가 변화된다면 문명도 달라질 거라고 추측할 수 있다. 약 1만 년 전에 농업이 시작된다. 중동의 높은 산악지대와 메소포타미아의 비옥한 초승달 지역에서 밀, 보리 등 인류 최초의 농업이 시작돼 아시아, 멕시코, 남미 안데스산지 등으로 퍼졌는데 이를 ‘농업혁명’이라고 부른다.

이것이 인류최초의 테크놀로지이다. 농업생산 덕분에 먹는 것이 해결되어 인류의 문명이 시작되었다. 산업혁명을 거쳐 현재는 인터넷, 사물인터넷(IoT), 빅데이터 등 IT산업이 발전하고 새로운 사업과 제품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 식량생산이야말로 우리가 생존할 수 있는 유일한 테크놀로지

그런데 심각한 문제는 문명발달 그 자체가 오히려 문명의 성장을 가능하게 만든 1만 년 동안 안정적이었던 기후를 전복시켜가고 있다는 사실이다. 북극과 남극의 빙하가 계속 부서져 내리고 있으며, 만년설이었던 빙하의 일부는 단 25년 만에 사라졌다. 가뭄과 유별나게 더운 날씨는 연속적으로 세계의 곡물 생산을 떨어뜨리거나 정체시키고 있다.

그 동안 먹여야 할 인구는 70억 명 이상으로 늘어났다. 지구의 기후 균형이 갑자기 전복되면 농작물은 어떤 곳에서도 자라지 못할 것이고 농업과 함께 시작된 우리의 문명이라는 것도 비극적 파멸을 맞을 것이다.

인간생활에 가장 필수적인 의식주 중에서도 가장 중요한 농업식량에 대해 이야기하자면, 1만 년 전에 심어졌던 밀, 보리, 쌀, 옥수수, 콩, 감자, 호박, 땅콩 등 12개의 고대 농작물이 오늘날 70억이 넘는 인류를 먹여 살린다. 이후 여러 분야에서 과학기술이 발달하고, 과학적 농작물 품종개량과 최첨단의 유전공학에도 불구하고 선사시대 이래 우리 농작물의 목록에는 단 하나의 새로운 주요 농작물도 추가되지 않았다.

인간이 어떤 과학기술 문명을 이루고 살지라도 먹지 않으면 생존할 수 없기 때문에 여태까지의 인간의 발명 중 어떠한 발명도 이 농업에 필적하지 못한다. 농업혁명이야말로 현재 PC나 스마트폰 등 첨단문명을 지탱하는 가장 근본적인 기술이다. 1만년 전 신석기시대의 식량생산 테크놀로지야말로 이것 없이는 우리가 살 수 없는 유일한 테크놀로지이다.

그런데 기후변화로 식량생산 테크놀로지를 희생한다면 어떤 새로운 테크놀로지들이 발전하더라도 아무 의미가 없다. 지금 인류에게 유토피아는 자원고갈과 환경파괴와 기후파괴로 치닫는 소비와 성장만능주의에 있는 것이 아니라 자원, 환경, 기후를 보호하여 인류가 먹고 마시고 살 수 있는 지구생태계를 보존하는 것이다. 그리하여 <매드맥스>나 <인터스텔라> 같은 영화 속에 나오는 지구와 인류처럼 되지 않도록 막는 것이다.



◇ ‘오로지 이윤추구’는 시대에 뒤떨어진 경영이론, 새로운 패러다임 필요

기업의 목적은 계속기업이니 이윤추구가 최우선이라는 것은 이제 시대에 뒤떨어진 탐욕적인 경영이론이다. 파괴되어가는 지구환경을 개선할 수 있는 새로운 경영이론이 나와야 한다. 물론 기업은 당연히 이윤을 낳아야 하지만 오로지 이윤만을 위해서 자원을 고갈시키고 환경과 기후를 파괴하면서 매출과 이익을 매년 의욕적으로 키워가는 것은 지구와 인류전체에게는 치명적인 결과를 낳을 수가 있다. 그래서 ‘계속기업’이 아니라 가령 ‘계속지구’ 같은 새로운 경영이론이 나와야 한다.

물리학이 뉴턴의 물리학에서 아인슈타인의 상대성이론으로 패러다임이 바뀌어 가듯 경영의 패러다임도 이제는 바뀌어야 한다. 지구공동체 문명이라는 차원에서 자원절약, 환경보호와 기후보존을 최우선으로 하는 가칭 ‘계속지구’라는 경영이념이 함께 작동될 수 있도록 의식있는 소비자와 기업의 생태계가 조성되어야 한다.

로마제국의 잘 닦인 도로가 다른 나라들을 정복하는데 사용되었지만, 이 도로들은 반대로 외부나라들이 로마를 침략할 때도 사용돼 로마제국이 멸망에 이르게 된다. 인류는 놀라운 기술적, 물질적 발전의 혜택을 누려왔지만 동시에 핵전쟁, 환경파괴, 지구온난화, 기후변화라는 엄청난 위험에 직면해있다.

과학기술과 기업의 발전은 로마의 도로처럼 인류의 멸망을 재촉할 커다란 위험을 만들어내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이러한 위험을 직시하고, 이를 통제할 힘을 키우는 것이 현 기업들의 과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