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쇼핑 중에 말 걸지 마세요” 확산되는 무언 접객 서비스
2017-08-01김숙이 일본 칼럼리스트 sookekim@gmail.com
의류 매장에 ‘말걸기 필요 없음’ 가방 등장, 자유로운 쇼핑 유도
무언 접객 서비스에 대한 소비자의 의견이 명확히 구분된다.


혼자 조용히 매장을 둘러보고 싶은데, 매장 판매 점원의 친절한 대응이 부담스럽거나 성가시게 느껴진다면?

일본에서는 이러한 고민을 새로운 마케팅 기법인 무언(無言) 접객 서비스로 해결하고 있다. 

일본 의류 브랜드 ‘어반 리서치’는 매장 입구에 ‘말걸기 필요 없음’이라고 쓰여진 백을 배치했다. 점원이 말을 걸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의사를 간접적으로 표현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점원들은 이 백을 들고 있는 고객에게는 인사말이나 호객을 하지 않는다.
이와 같은 침묵의 접객 서비스는 지난 5월 도입해 22개 매장에서 시범 운영 중이다.

‘어반 리서치’ 측은 이러한 무언 마케팅 기법을 도입한 이유를 고객의 불만 사항을 해소하기 위함이라고 설명했다. 고객 설문조사 결과 온라인 쇼핑을 선호한다고 밝힌 소비자들이 그 이유에 대해 “내 페이스로 물건을 사고 싶다”, “점원이 말을 걸면 오히려 긴장해 마음대로 쇼핑을 할 수 없다”, “이미 인터넷을 통해 모든 정보를 파악하고 있어 판매원의 도움이 필요 없다”라고 밝혔기 때문이다.

이러한 서비스를 도입한 결과, 판매 점원들이 바쁜 시간에도 도움을 요청하는 고객에게 집중적으로 서비스를 제공해 매출로 이어지는 효과도 있다고 분석되고 있다.


무언 접객 서비스 도입에 찬성표가 80% 상회

무언 접객 서비스는 도입 후 각종 언론에 보도되면서 SNS에서 찬반 여론이 뜨겁게 일었다. 인터넷 상에서 진행된 무언 접객 서비스에 대한 인터넷 조사에서 찬성이 81%에 달했다. 이에 대해 반대측에서는 “그렇다면 점원은 무슨 일을 해야하냐” “말을 걸어주기를 바라는 고객을 가려내는 능력을 키워야 하나” 등 다양한 의견이 제시되고 있다.

‘어반 리서치’ 홍보 담당자는 “여러가지 의견이 나오고 있지만, 고객이 선택할 수 있는 서비스가 추가 되었다는 데 의의를 두고 있다”며 “여름 세일 상품 구입 시 무언 접객 백이 얼마나 사용되는지 반응을 관찰하고 가을 이후 본격 전개를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무언 접객 서비스는 하이브리드 판매(AI+사람)의 시험 단계?

이러한 무언 접객 서비스 시범 도입은 상당한 주목을 받고 있지만, 반면에 ‘판매 서비스란 무엇인가’란 매장 운영의 원점으로 되돌아가 의구심을 갖게 한다.

EC확대가 계속되고 매장 판매가 줄어드는 가운데도 판매직의 일자리는 의류 업체가 블랙컴퍼니의 단골 손님이 될 정도로 장시간 근무와 저임금으로 비인기 직종으로 분리되고 있으며, 범람하는 정보속에 판매 업무의 의미가 희석되고 점포 운영이 퇴화되면서 생산성 정체가 가장 큰 요인이라 할 수 있다.

매장 판매업무는 물류와 재고관리가 대부분이고, 접객판매 서비스는 10%정도로 줄었다. 그나마도 매장 안내나 재고 문의가 대다수이다.

제품 설명이나 코디네이트, 피팅같은 지식이나 기술을 요하는 업무는 절반에도 못미치고 있다. 게다가, 페이싱관리(제품진열) 및 편집진열등의 판매 준비 VMD(Virtual Merchandizing)의 비율이 높다.

EC프론트에서는 퍼스널 추천과 재고검색, 상품 설명등에 해당하는 프로세스는 AI가 담당하고 있어, 매장 판매원이 나설 기회조차 없다. 

매장도 옴니 채널화되면 매장안내, 상품 기본 설명, 재고 검색등은 AI를 활용하고, 매장 판매원에게는 상품 상세설명, 코디네이트 제안, 피팅 등 전문적 지식을 요하게 될 것이다.

이러한 판매 방식은 2~3년 후에는 하이브리드 판매(AI+사람)가 일반적으로 전개 될 것으로 전망되면서, 이번 어번 리서치에서 ‘말걸기 필요 없음’백을 선보인 것은 아닐까.

매장 판매원의 감소와 비선호를 해결하려면 하이브리드 판매체제와 함께 페이싱 관리 및 구매 과정을 다루는 편집 진열등 판매 준비 VMD 기술 확립과 전문직화가 시급할 것이다.




섬세한 일본기업의 특유의 배려?
메마른 현대사회의 단면?


이러한 무언 접객 서비스는 의류 매장뿐만 아니라 교토의 택시회사에서도 목적지와 요금안내 이외엔 일절 말을 걸지 않는 서비스를 실시하고 있어 호의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시대가 변하면 서비스도 변해야 하는 것은 당연지사이다. 소통이나 공감을 구실로 기업들의 호객행위 홍수로 피로해진 사람들에게 여유로운 배려를 제공하는 무언 접객 서비스가 새로운 서비스 트렌드로 확산될 지 귀추가 주목된다.


반면, 무언 접객 서비스는 메마른 현대 사회의 단면을 보여준다는 평도 있다.


고객의 취향을 배려하는 일본 특유의 섬세한 서비스란 평가도 있지만, 사람과의 유대보다는 인터넷 정보에 의지하려는 현대사회의 단면을 보여주는 현상이라는 지적도 있다.


‘어반 리서치’ 매장에 비치된 ‘말걸기 필요 없음’ 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