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쇼핑 일번지’ 재건하는 긴자
2017-07-01김숙이 일본 칼럼리스트 sookekim@gmail.com
“우리의 럭셔리는 물건이 아니라 체험”
도쿄올림픽 앞두고 재개발 붐… ‘긴자식스’ 등 쇼핑몰 속속 오픈


‘긴자식스’의 명소 츠타야


지금 일본 도쿄에서 가장 핫한 장소를 꼽으라면 단연 긴자다.

2020년 도쿄올림픽을 앞두고 재개발 붐이 일어 작년부터 새 쇼핑몰이 속속 문을 열고 있다. 지난해 3월 5가의 긴자 TS빌딩(옛 긴자 토시바 빌딩)에 ‘토큐플라자 긴자’가 들어섰고 9월에는 미쓰코시 긴자점 맞은편에 ‘긴자 플레이스’가 개점했다. 올 3월에는 지난해 32년 역사를 마감한 ‘쁘랭땅 긴자’ 자리에 ‘마로니에게이트 2&3’가, 이어 4월에는 긴자 최대 복합쇼핑몰 ‘긴자식스’가 문을 열었다.
여기에 미키모토 본점도 리뉴얼 오픈했고, ‘소니 긴자’는 이벤트 전용공간 ‘긴자 소니파크’로 바꿔 내년 여름부터 2020년까지 잠정 오픈할 예정이다.

이 중 가장 주목받고 있는 곳은 ‘긴자식스’다. 이 쇼핑몰은 4월 20일 오픈 당시 아베 총리가 참석하는가 하면 문을 열기 전부터2500여 명이 입장 대기해 예정보다 10분 빠르게 오픈하는 등 이슈의 중심에 섰다. 오픈일 방문객수는 9만명에 달했고 지금도 일평균 8만5000명이 다녀간다. 오픈 첫날부터 골드위크 마지막날인 5월 7일까지 18일간 방문객은 152만명을 돌파해 올해 목표인 매출액 600억엔(약 6300억원), 방문객 2000만명을 거뜬히 넘어설 것으로 보인다.


◇‘일본 문화’ 부각시킨 복합쇼핑몰 대세

‘긴자식스’는 지하 6층부터 지상 6층까지 13개 층, 상업시설 총면적 4만7000㎡ 규모로 241개 숍이 들어섰다.

이 중 무려 121개 매장이 플래그십스토어로 구성돼 차별화를 꾀했다. ‘디올’ ‘펜디’ ‘생로랑’ ‘발렌티노’ ‘셀린느’ ‘반클리프앤아펠’ 등은 독립 건물처럼 나뉘어져 입구도 별도로 사용하고 있다.

시선을 압도하는 거대한 외관과는 달리 내부는 일본 특유의 아기자기하면서도 세밀한,  화려한 치장으로 시선을 사로잡는다. 세계적인 일본 현대 미술가 쿠사마 야요이의 거대한 설치작품 ‘호박’이 중앙 홀 천장에 디스플레이되어 있을 정도여서 도쿄의 새로운 문화 발신지로 자리매김했다.

지하 1층에는 ‘샤넬’ ‘입생로랑’ ‘슈에무라’ ‘RMK’ 등 인기 화장품 브랜드와 피부, 미용, 네일 등 살롱 잡화 및 식품이 구성됐다. 특히 ‘클라란스’는 화장품 매장과 함께 스파도 병설해 80종 이상의 복잡한 손동작을 조합한 독자 트리트먼트 시술을 제공한다. 이외에도 파우더룸을 갖춘 매장등 여기에서만 볼 수 있는 뷰티 스토어들도 다수다.

지하 2층 푸드코너는 신업종 및 첫 지점을 포함한 37개 매장이 밀집, 변함없는 일본인들의 데파치카(백화점 지하) 사랑을 확인 할 수 있다.

인기 매장은 20~30분 줄을 선 후에라야 맛을 볼 수 있을 정도다. 지하 3층에는 일본 문화를 만끽할 수 있는 공연장이 들어서 외국인 관광객들이 쇼핑과 외식, 공연을 원스톱으로 체험하게 했다.

‘긴자식스’는 외관부터 로고까지 세계 정상급 일본 예술가의 손을 거쳐 완성됐다. 외관은 세계적 건축가로 뉴욕 현대미술관을 디자인한 다니구치 요시오, GSIX로고는 ‘무인양품’ 아트디렉터이자 나가노 동계올림픽 개폐회식을 담당한 하라 켄야, 중앙홀 설치물 선정과 상설 전시는 롯폰기힐 모리미술관이 담당한다. 후미오 모리미술관장은 “긴자는 일본의 얼굴이고, 긴자식스를 만드는 일은 일본의 새얼굴을 만든다는 의미다. 일본 최고의 크리에이터들은 지금의 럭셔리는 물건이 아니라 체험이라는 점에 주목한다”고 말했다.


내부 중앙홀에 설치되어 있는 구사마야요이의 작품 ‘호박’


◇ ‘쇼핑 · 문화 · 휴식’이 있는 대형 테넌트

‘긴자식스’의 야심작으로는 ‘하우스 오브 디올’을 꼽을 수 있다. ‘디올’이 일본 시장 확대를 목표로 선보인 만큼 패션부터 코스메틱, 카페 등 모든 제품과 서비스를 망라했다. 지하 1층부터 지상 4층까지 5개층에 걸쳐 입점해 그 규모만으로도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디올’ 매장은 패션 사업까지 모두 LVMH그룹에 인수된 이후 처음 선보이는 매장. 크레이티브 디렉터 치우이의 벚꽃을 주제로 한 8개의 컬렉션을 비롯해 2017년 가을 시즌 ‘디올옴므’ 남성 컬렉션을 선보여 화제가 되기도 했다.

6층에는 일본의 대표 문화 테넌트 ‘츠타야’가 자리를 잡았다. 이곳에는 세계 각국에서 공수한 6만권의 아트북과 한권에 40kg이 넘는 50종의 빅북(일명 스모북), 일반 서적 및 잡화가 진열돼있다.

서점 내 스타벅스 리저브에서는 일본에서 첫 선을 보이는 니트로 콜드브루 커피도 맛볼 수 있다. 이처럼 ‘츠타야’ 긴자식스점은 일반적인 서점의 기능을 넘어 다양한 문구, 잡화 아이템을 제안하고 카페, 갤러리 등 방문객들에게 또 다른 휴식과 문화 공간을 제공하고 있다.

옥상에는 긴자 지역 최대, 약 4000㎡ 규모로 에도시대 정원문화를 콘셉으로 한 하늘정원이 탁트인 전망을 자랑한다. 이곳에서는 긴자 중앙거리는 물론 도쿄타워, 스카이트리까지 도쿄 전경을 만끽할 수 있다. 정원 중앙에 설치된 분수는 더위를 식혀주는 물놀이 공간이 되기도 한다. 앞으로 요가 이벤트나 비어가든도 열릴 예정이다.


긴자식스 '디올' 매장(위), 일본에 첫 선을 보인 '디올' 메종(아래 왼쪽), 스타벅스 리저브바


 ◇ '성숙한 일본의 꿈’ 대변하는 공간 콘셉


긴자의 자부심과 역사성을 이어받은 ‘긴자식스’는 ‘Life at Its Best’라는 콘셉으로 삶을 풍요롭게 하는 가치있는 상품과 체험을 제공한다.


이 세상에서 단 한곳, ‘긴자식스’에서만 누릴 수 있는 새로운 가치, 뉴 럭셔리를 제안하는 것이다.


‘긴자식스’는 탈출구가 보이지 않는 백화점의 전신(마쓰자카야 긴자)에서 탄생했다. 최근 일본 백화점은 날개없는 추락을 거듭하고 있다.


1991년 9조713억엔의 정점을 찍은 후 2007년까지 큰 폭으로 하락했다. 지난해에는 1980년 이후 처음으로 매출액이 6조엔 밑으로 떨어져 5조9780억엔을 기록했다.


쇼핑몰 또한 상황은 마찬가지. 1990년대 부동산 거품이 꺼지면서 시작된 장기불황으로 경영난에 빠진 일본 쇼핑몰에는 해외 고급 브랜드만이 살아남았다. 2000년대에 들어서는 ‘유니클로’ 등 20~30대를 겨냥한 저가 패션브랜드에 점령당했다.


이런 상황에서 ‘긴자식스’는 긴자의 화려한 부활을 꿈꾸며 탄생했다. 예술의 색채와 일본문화를 느낄 수 있는 ‘긴자식스’는 2020년 도쿄올림픽을 계기로 재도약하려는 일본의 포부와 연결된다.


1964년 도쿄올림픽이 ‘성장하는 일본’에 초점을 맞췄다면 반세기 지나 열리는 2020년 도교올림픽은 ‘성숙한 일본’을 보여주는 것이라 할 수 있다.


‘긴자식스’의 탈(脫) 백화점, 고급브랜드 전략은 일단 성공적으로 보인다.




긴자식스 외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