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쇼룸’ 중국 패션시장 판도를 바꾸다
2017-04-15윤대희 중국 패션시장 전문가 
모노숍에서 편집숍으로… 변화의 중심에 선 쇼룸

미국이나 유럽의 비즈니스로만 여겨졌던 ‘쇼룸 비즈니스’가 요즘 중국 패션 시장의 핫이슈다.

지난달 중국 상하이에서 열렸던 ‘CHIC’ 전시회의 ‘CYB’는 단순한 대리상 모집을 위한 전시회가 아닌 홀세일브랜드와 리테일러가 만나 교류하는 트레이드쇼로의 전환을 알렸다. 한국의 쇼룸 ‘차오름(Chaoroom)’은 전시기간 내내 많은 바이어들을 부스로 끌어들였고, 상하이의 쇼룸 ‘브이토브(VTOV)’는 왕홍을 초청 라이브 방송을 통해 참여한 한국 브랜드를 직접 홍보하고 판매하는 프로그램으로 주목을 받았다.

2012년  코트리를 진행하는 EMK인터내셔널과 공동 주관으로 시작된 ‘모드상하이’는 중국 내 최대  홀세일 트레이드쇼로 규모를 확대하고 있다. 이 행사는 지난 7일 시작된 상하이패션위크기간에  많은 바이어들을 불러모았다.


중국 ‘오투’ 브랜드 편집숍



◇  쇼룸 비즈니스가 주목 받는 이유

1990년대 초 본격 성장하기 시작한 중국 패션 브랜드 시장은 2001년 중국의 WTO 가입과 2005년 외국 독자기업에게 중국 내 도소매업 진출을 허가하면서 중국 내 내셔널 브랜드와 해외 브랜드가 동시에 경쟁하는 본격적인 시장 확장기에 들어간다. 2008년 베이징 올림픽을 전후로 거침없이 팽창하던 시장은 2011년 중국의 경제가 연착륙 단계에 들어가면서 숨고르기에 들어간 모양새다.

하지만 그 내면을 들여다 보면 그 동안 패션 시장을 이끌어가는 패러다임이 바뀌어 가고 있으며 소비자의 패션에 대한 다양해진 요구들이 ‘편집숍’ 같은 새로운 형태의 비지니스를 만들어 가고 있음을 알 수 있다.


1. 주요 유통의 변화

우선 백화점과 쇼핑몰 그리고 스트리트 시장을 위주로 형성되어 있던 패션 시장에 온라인 마켓이 급성장하면서 큰 변화를 몰고 오고 있다.  약 500조원 규모로 예측되는 중국 패션 마켓은 50~55%의 시장을 온라인 마켓이 잠식하면서 이미 큰 흐름을 바꿔 놓았다.

그동안 패션 시장의 유통을 리드하던 백화점은 이미 중국 패션 시장에서는 퇴물 취급을 받고 있고 스스로 변신하지 않으면 살아남지 못하는 상황이 되었다.

상하이의 동방샹사는 ‘무인양품’에 백화점 면적의 50%에 가까운 면적을 내주는 빅딜을 통해 완전 탈바꿈 하고 있으며 화이하이루의 영신백화점은 아예 ‘유니클로’에 전체 공간을 내어주었다.

중국 주요 도시들의 ‘쇼핑몰’은 기하 급수적으로 늘어나고 있는데 상대적으로 이전 방식의 시스템을 가지고 있는 백화점 유통에게 큰 타격을 주고 있지만 너무 많은 공급 탓에 스스로도 과부하에 걸려있다. ‘자라’, ‘H&M’, ‘유니클로’같은 글로벌 브랜드를 입점 시켜 차별화 시키는 전략을 하고 있지만 이런 전략도 이미 식상해 지고 있어 새로운 소프트웨어를 장착하지 않으면 안되는 상황으로 보인다.

스트리트 시장 역시 마찬가지이다. 중국의 로컬 브랜드들의 독무대였던 3,4선 시장의 스트리트 마켓은 주변 도시 개발에 따른 쇼핑몰의 출현으로 직격탄을 맞고 있고 임대료 상승과 브랜드의 노후화 등으로 많은 소비자들로부터 외면을 받고 있다. 특히 이 시장을 이끌던 대리상은 자체적인 브랜드 관리 방식 노후화와 가맹상의 급감 등으로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런 상황들을 극복하기 위해 새로운 상품과 콘셉을 가진 브랜드와의 협업을 지속적으로 추진하고 있으며 복건성의 남성복 치피랑의 충칭 대리상의 경우 2015년 아이올리의 ‘랩’을 조인트 벤처 형식으로 사업을 협력을 시작해 매장을 오픈해서 진행하고 있는 등 많은 변화를 보이고 있다.

2. 중국 로컬 브랜드의 변화

중국 로컬 브랜드의 변화 역시 숨가쁘게 일어나고 있다. 광저우의 대표적인 남성 캐주얼 브랜드인 ‘카빈’은 최근 소비자의 다양한 니즈에 맞추기 위한 라이프 스타일형 편집숍을 오픈 했다. 전체 구성을 기존의 의류 매장 외에 헤어숍, 카페, 플라워숍 등을 포함해 다양한 소비자 요구에 대응하도록 했다.

치피랑(七匹狼)그룹의 ‘DW’ 역시 최근 샤먼의 SM쇼핑센터에 오픈한 매장을 라이프스타일형 편집숍을 통해 기존 브랜드와 오가닉 카페를 포함해 생활용품을 조합한 구성을 선보여 기존 매출의 2~3배에 이르는 효과를 거두고 있다.

뿐만 아니라 3선 가두 시장에도 단일 브랜드가 아닌 편집숍 형태의 매장이 등장하기 시작했다.

사천성의 남성 캐주얼인 ‘오투' 회사가 보유한 전체 브랜드를 편집형태로 전개하는 라이프스타일형 매장을 오픈해 3선 도시의 소비자들에게 새로운 느낌을 보여주고 있다.

이런 일련의 변화들은 중국 로컬 브랜드의 변화가 시작한다는 점에서도 중요하지만 그만큼 중국 소비자들의 패션에 대한 다양한 요구가 늘어나고 있다는 점에서 주목할만 하다.


DFO 쇼룸



3. 중국 소비자의 패션 니즈의 변화

중국의 매년 1억 5000명에 가까운 인구가 해외여행을 한다. ‘요우쿠’, ‘투도우’같은 온라인 영상 채널을 통해 유럽, 미국 등의 문화 콘텐츠가 거의 실시간으로 전달되고 있으며 글로벌 브랜드의 최대 공략 시장인 중국은 가장 빠른 시간 내에 전세계의 모든 상품을 온·오프라인으로 볼 수 있는 시장이 됐다.

핀테크의 발달은 최대한 빠르고 신속하게 글로벌 상품을 구매할 수 있는 환경으로 만들어 가고 있다. 알리페이, 위챗페이 등 이미 중국인에게는 생활 저변에 깔려있는 편리한 결제 시스템은 기본적으로 온라인 마켓이 커지는 데 혁혁한 공헌을 했고 또한 이를 통해 새로운 상품들을 다양하게 보여주려는 서플라이어들의 경쟁을 불러 일으키고 있다

SMG그룹의 티브이 채널인 ‘동팡웨이스’의 ‘D2C’는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잘 결합한 모델로 주목을 받고 있다.

매주 토요일 오후 10시에 TV채널을 통해 ‘워더신이(我的新衣)’라는 제목으로 방송되는 이 프로그램은 기본적으로 중국을 포함한 글로벌 디자이너 브랜드의 상품을 소개한다. 실시간으로 새로운 디자이너와 상품들이 매주 방송채널을 통해 소개하는 것이다. 또한 소개된 상품들은 거의 같은 시간에 온라인과 오프라인 매장에서 상품으로 구매할 수도 있다.


4. 급성장하고 있는 편집숍 시장 ?‘I.T’

2016년 발표한 홍콩의 대표적인 편집숍 브랜드인 ‘I.T’의 재무보고서에 의하면  2015년에 비해 중국 대륙에서의 매장수가 364개로 전년대비 25%나 증가하는 좋은 성과를 이루었다. 홍콩 및 기타 지역에서는 매장수가 줄고 있는 데 비해 놀라운 성과다. 중국내 다른 브랜드들이 고전하고 있는 것에 비하면 더욱 그렇다. ‘I.T’의 중국에서의 성공은 좀 더 깊이 들여다 볼 필요가 있다.

‘I.T’는 기본적으로 많은 브랜드를 보유하고 유통별로 적합한 구성을 통해서 전개하는 멀티브랜드 편집숍이다.

상하이의 ‘IAPM’경우 지하 1층에 ‘i.t’매장을 통해 ‘초콜렛’, ‘5cm’, ‘ete’등 브랜드를 묶어 편집숍을 구성하고 있으며 3층의 ‘i.t’는 한국의 ‘스타일난다’와 ‘랩’ 등  여성아이템을 위주로 구성해 전문 여성 캐주얼 편집숍을 보여준다. 그뿐만 아니라 최근 지하 1층에 ‘izzue’, ‘b+ab’등 자사 브랜드의 단독 매장을 오픈하기도 했다. 그동안의 판매 및 소비자동선 분석 등을 통한 다양한 매장 전개를 하고 있는 것이다.

이런 전략을 통해 중국의 많은 도시에서 큰 성공을 거두고 있는‘I.T’는 그동안 단일 브랜드에 식상한 소비자들에게 새로운 활력을 주며 편집숍이 중국 내에 성공할 수 있는 비지니스 모델임을 증명해 가고 있다.


중국 상하이 IAPM의 ‘i.t’ 매장



◇ 중국 쇼룸의 역사와 현황

2010년 부터 태동하기 시작한 중국의 ‘쇼룸’은 아직 그야말로 시장 형성기를 거치고 있다고 봐야할 것 같다. 2010년 ‘파신스샹궈지’가 파리에서 ‘우마왕(Uma Wang)’ ,‘마샤마(Masha Ma)’등의 중국 브랜드를 전시하여 소개할 목적으로 ‘우지에훈시에(无界·混血)’ 쇼룸을 만든것이 중국의 ‘쇼룸’의 효시라고 할 수 있다.

이후 런던 세인트마틴을 거쳐 ‘디올’ 등에서 근무한 ‘메이메이딩(Meimeiding丁乃云)’이 2010년 헝가리 부다페스트에 본사를 둔 ‘DFO(Danube Fashion Office)’를 만들면서 본격적인 중국 쇼룸의 역사가 시작된다.

‘VDS’, ‘쇼룸 상하이’, ‘프로젝트 크로스오버’, ‘온 타임 쇼’ 등 불과 4~5년 사이에 우후 죽순으로 생기기 시작한 ‘쇼룸’들은 상하이를 중심으로 본격적으로 시장을 형성하기 시작했으며 매년 상하이패션위크 기간에 열리는 모드상하이를 통해 시장을 확장하고 있다.

이들의 현재 매출 규모나 수익구조는 어떨까? ‘쇼룸 상하이’를 운영하는 린지엔은 2015년 춘하시즌 매출이 7700~9000만 RMB(한화 125억 ~146억원) 이라고 밝히고 전년대비 3배이상 매출이 늘었다고 했다. 현재 중국 쇼룸의 매출 규모를 짐작해 볼 수 있는 대목이다. 하지만 대부분의 쇼룸들이 이에 못미치는 매출 구조를 가지고 있는 것이라고 예측되며 대부분 돈을 벌고 있는 상황은 분명히 아니다.

‘프로젝트 크로스오버’를 운영하는 체리천(Cherie Chen) 역시 2016년 매출을 3000만 RMB(한화 약 49억원)이라고 밝히고 있는데 기존 운영비를 감안하면 현재로서는 외부 투자에 의존해야 되는 상황으로 보인다.

이들의 수익 구조는 대부분 홀세일 브랜드가 리테일러에게 전달되는 과정에서 생기는 수수료에 의존하는 경우가 많은데 일반적으로 15~20%의 수수료를 책정하고 있거나 시즌 또는 일년 단위로 고정 참가비를 받는 경우 또는 임대 면적당 수수료를 받는 경우,각 행사별로 참가비를 받는 경우등 이들의 수익 형태는 다양하게 책정되어 있다.


◇한국 브랜드의 중국 쇼룸 진출 전략은?

2016년 10월 상하이 패션위크 기간에 ‘DFO’ 쇼룸에서 만난 ‘LUP(Lip Under Point)’, ‘아르케’, ‘라이’등 한국 브랜드에 대해 전시 담당자는 비교적 후한 평가를 하고 있었다. ‘얼터(Alter)’ 쇼룸의 ‘요하닉스’ ‘병문서’의 역시 많은 바이어들에게 많은 관심을 받으며 수주를 진행했다.

이들의 공통점은 모두 기존 브랜드에서 볼 수 없는 독창성을 가지고 있었고 비교적 중국 소비자에게 적합한 디자인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중국 쇼룸의 오너들은 한 목소리로 한국 브랜드의 독창성과 시장성에 대해 좋은 인상을 가지고 있었다. 하지만 아직 중국 쇼룸에서 이렇다 할 성과를 내었다는 한국 브랜드가 많지 않다. 이유는 아직 중국 쇼룸 자체적으로 수주 성과가 미흡하기도 하지만 한국 브랜드의 대응에도 문제점이 없지 않다.

‘브이토브(VTOV)’ 쇼룸을 운영하는 덴번(Danven)은 한국 브랜드 진출 시에 주의 할 점 몇 가지를 강조한다.

첫번째 쇼룸이 가지고 있는 바이어에 대한 이해와 여기에 맞는 상품과 가격전략을 가져야 한다는 것이다. 바이어 구성이 고급 백화점과 가두 시장에 매장을 가지고 있는 바이어와는 확연히 다를 수 밖에 없다.

또한 가격에 민감한 바이어가 많기 때문에 수입 통관을 해야 하는 한국 상품은 경쟁력이 떨어질 수 있다. 이에 따른 중국 생산에 대한 전략을 세워야 한다는 것이다.

두 번째 현물과 시즌 수주상품에 대한 적절한 분배이다. 현물은 말그대로 재고가 있는 상품을 말하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바이어들은 비교적 빨리 사다가 팔 수 있는 현물에 대한 선호도가 높아서 이에 대응하는 것이 효과적일 수 있다. 반면에 수주 상품은 대량의 오더가 나올 수 있지만 적절한 시기에 경쟁력 있는 가격을 제안할 수 있어야 한다.


◇중국 패션 시장에서 쇼룸의 미래는?

미국이나 유럽은 백화점이나 전문점의 상품 사입 방법이 기본적으로 ‘홀세일’에 기반을 두고 있기 때문에 ‘쇼룸’ 비지니스가 일찍부터 발달해 왔다. 중국의 경우 주요 유통 채널인 백화점과 쇼핑몰이 대부분 수수료나 임대 형식이어서 기본적으로 여건이 다른 것이 현실이다.

하지만 최근 편집숍 시장의  확대와 라이프스타일형 매장을 늘리려는 기존의 패션 기업들의 수요가 늘어나면서 변화의 조짐이 보이기 시작했다. 이런 변화의 확대에 따라 중국 ‘홀세일’ 시장의 규모나 미래가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또한 기존 유통의 변화 역시 주목할만하다. 백화점도 직접 사입을 통해 매장을 운영하는 케이스가 늘고 있으며 쇼핑몰 역시 자체 구매를 통한 편집숍 전개를 시도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또한 상하이를 중심으로 펼쳐 지고 있는 중국 패션 산업의 변화에도 주목해야 한다. 1993년 부터 베이징에서 진행하던 중국 최대 패션 전시회 ‘CHIC’가 2015년 부터 상하이에서 열리고 있는 점, 매년 두 차례 상하이 패션위크 기간에 열리는 ‘모드상하이’의 규모가 커지고 있는 점 등을 비추어 볼 때 상하이는 파리, 밀라노, 뉴욕에 비교할 수 있는 패션 도시로 빠른 시간 안에 성장 할 가능성이 있어 보인다.

무엇보다 전세계 명품의 46%가 소비되는 중국 시장은 글로벌 패션 기업들과 브랜드가 눈독을 들이는 중요한 격전장이다. 이런 중국 시장을 공략하기 위한 교두보로서 향후 상하이의 ‘쇼룸’은 그 가치가 더욱 중요해질 것이다.


중국 ‘오투’ 브랜드 편집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