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패션 시장, 여전히 기회는 열려있다
2017-11-01이채연 기자 leecy@fi.co.kr
‘2017 추계 CHIC-영블러드’서 中 사로잡은 K-패션

바이어가 꼽은 키 콘텐츠… ‘라이프스타일’·‘특화 아이템’·‘애슬레져’

중국 시장은 여전히 기회의 땅이었다.


지난달 11~13일 간 중국 상하이 홍차오 NECC에서 진행된 ‘CHIC-영블러드’. 중국 최대 패션박람회인 ‘CHIC’가 완성도 높은 한국 컨템포러리 브랜드 유치를 위해 구성한 ‘영블러드’는 이번 다섯번째 전시를 기점으로 한국 패션기업의 중국 사업 포트폴리오 설계에 있어 길라잡이 역할을 해 주었다는 평가다. 중국복장협회는 내년 봄 ‘CHIC’의 전시 테마를 ‘영(young)’으로 잡고, ‘CHIC-영블러드’는 물론 참가하는 한국 패션 브랜드에 대한 홍보 지원을 약속했다.


지난 달 열린 CHIC 영블러드관이 개막 첫날부터 인산인해를 이루고 있다. 사진은 CHIC-영블러드관 전경

우선 참가사들은 직진출과 완제품 수출에 천착했던 과거의 중국 진출 방식은 더 이상 유효하지 않음을 확인했다고 입을 모은다. 단순 판매 대행을 위한 파트너십이 아니라 기획과 생산, 유통과 마케팅의 전문성을 가진 기업 간 협력 모델을 만들어야 한다는 것.

양재진 동광인터내셔날 중국사업부장은 “경쟁력 있는 우리의 디자인과 소재 개발 역량, 중국의 생산성을 결합해 가격경쟁력까지 가져가야 한다”면서 “디자인 콘텐츠를 제공하는 브랜드 라이선스 수출을 우선 순위에 두고, 현지 판매는 브랜딩 마케팅이 가능한 기업과 손잡으려 한다”고 말했다.

동광은 전시 기간 현지 대리상의 스팟 오더를 비롯해 일본 산에이, 인도네시아 Rishab world 등 유력 기업과 디자인 콜래보, 지역 디스트리뷰터 등의 제안을 받아 협의를 이어가고 있다.

또 한슬기 필로칼리 대표는 “차별화된 디자인에 관심을 보이는 바이어가 많아 중국 홀세일 구조에 맞는 마크업, 디자인 콜래보 방안을 강구해 중국시장을 본격적으로 노려볼 계획”이라고 말했다.

여성복 ‘트위’에 이어 남성복 ‘타미비클’로 중국을 찾은 티엔제이(대표 이기현), 국내 온라인 시장에 이어 중국까지 노리는 쏨니아(대표 김소영)의 ‘로미스토리’는 중국 패션 및 유통 기업에게 파트너 체결과 홀세일 관련 상담을 이어갈 계획이다. 중국 소비자에 명확히 타깃팅한 소재와 디자인 개발, 가격정책을 편 가방 기업 루키버드('SOA')도 현지 시장에 맞는 디자인과 가격을 무기로 새로운 비즈니스 기회를 잡았다.

<사진 위> ‘에브리데이365’ 퍼퓸 시연 부스 설치로 문전성시를 이룬 ‘제네럴이브’ 부스 <사진 아래> 감성적인 부스 인테리어 선보인 ‘로미스토리’


특히 이번 ‘CHIC-영블러드’에 방문한 현지 바이어와 전시관계자들은 한국 패션의 경쟁력을 가져갈 ‘키 콘텐츠’로 ‘라이프스타일’ ‘품목 특화 아이템’ ‘애슬레져’를 꼽았다. 혁신적 디자인과 명확한 타깃 마케팅이 최대 한국 패션의 최대 경쟁력이라는 것이다.


린수 중국 ‘더패션도어’ 바잉디렉터는 “‘젠틀몬스터’는 독특한 디자인과 함께 중국 시장의 특성을 완벽히 파악, 연예인과 왕홍 마케팅에 집중해 성공한 케이스”라며 “글로벌 시장에 맞는 디자인, 생산, 유통 구조를 만들어야 중국에서도 성공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성장 가능성을 보여준 브랜드는 패션 마스크를 선보이는 ‘르마스카’와 레그웨어 브랜드 ‘유니팝’, 여성복 ‘제너럴이브’와 함께 바디스프레이, 캔들 등을 시연할 수 있도록 부스를 꾸민 ‘에브리데이365’ 등. ‘르마스카’의 경우 ‘마스크도 패션이다’라는 슬로건을 바탕으로 파격적 디자인, 입체 패턴, 기능성이 첨가된 마스크를 선보였다. 콘텐츠를 최대한 부각시키면서 호기심을 자극하는 쇼룸 인테리어는가 더해져 100여건의 유효 상담을 필두로 구체적인 총판 계약, 편집숍 입점, 중국 현지 업체와의 콜래보 등 성과를 이끌어냈다. 여성, 아동, 라이프스타일을 한데 모은 편집숍 형태의 부스를 선보인 ‘제너럴이브’는 전시 마지막 날까지 참관객이 몰렸고 중국 유력 아동복 기업 바라바라로부터 디자인 콜래보 제안을 받았다.


모자 브랜드 ‘듀카이프’의 황인영 대표는 “모자와 마스크를 결합한 시그니처 아이템을 선보인 점이 주효했다”면서 “중국 패션 기업 디자이너들이 디자인 협업을 제안하는 경우가 많았고 현장 판매를 요청하는 방문객은 다 수용할 수 없을 정도”라고 말했다.



참관객들로 붐빈 'SOA' 부스. 'SOA'는 중국 광저우에 기반을 둔 가방 브랜드로 OEM, ODM, 홀세일까지 다양한 방면의 비즈니스를 펼치고 있다.


이번 ‘CHIC-영블러드’는 국내와 마찬가지로 이제 막 태동한 중국 내 쇼룸 비즈니스 선점 전략을 찾고, 동남아시아까지 영향력을 넓힐 수 있는 온라인 플랫폼과의 연계를 모색하는 계기가 됐다. 중국 쇼룸 비즈니스는 내수 유통 볼륨이 적거나 홀세일이 기반인 브랜드, 디자이너 브랜드에게 더욱 유효한 전략으로 꼽혔고, 정부와 지자체 지원 프로젝트가 누구보다 적극적으로 나섰다.


국내 패션 디자이너 글로벌 마케팅 프로젝트 ‘월드스타디자이너(WSD, 한국패션협회 주관)’ 쇼룸을 비롯해 한국의류산업협회가 운영하는 공공 쇼룸 ‘르돔x 해리언’, 서울패션봉제협회 공동브랜드관인 ‘URZ’는 현지 네트워크 구축에 주력했다.


행사 둘째 날 마련된 ‘한중 패션 CEO 포럼’의 기획 취지도 같은 맥락. 한국패션협회와 중국복장협회가 공동 개최, 전시장 내 컨퍼런스룸에서 열린 ‘한중 패션 CEO 포럼’에는 한국와 중국 패션기업 대표 100여 명이 함께했다. 이 자리에는 알리바바, 메터스방웨이 등 중국 메이저 패션·유통 기업들이 참석해 CHIC에 참가한 한국 브랜드들과 전시장 현장에서 비즈니스 교류를 이어갈 것을 약속했다. 한국은 동광인터내셔날 ‘숲갤러리’, 티엔제이 ‘타미비클’, 쏨니아 ‘로미스토리’, 루키버드 ‘SOA’, GTS글로벌 ‘밸롭’ 등이 참여해 중국 공략의 활로를 모색했다.


대표 강연을 한 김지훈 에이유커머스 대표는 온라인 중심으로 재편된 중화권 패션 시장 상황을 설명하며 “파도를 피할 수 없다면 파도를 타는 방법을 배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덧붙여 “역직구 시장의 성장은 우리의 패션 콘텐츠가 시장성이 있다는 방증”이라면서 중국 생산과 저비용 고효율의 온라인 시장을 적극 활용할 것을 주문했다.





(사진 위) 캐주얼 '씨루틴' 부스에 방문해 상담하는 현지 바이어. (아래) 디자인 레깅스, 스타킹을 선보인 '유니팝 레그웨어'의 제품에 바이어가 관심을 드러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