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패션기업이 숙박업 진출하는 이유
2019-08-15김숙이 일본 칼럼니스트 
소유에서 체험으로 변화하는 소비 트렌드 반영


'갖는 것 (모노소비, 物消費)'의 소유 소비에서 '하는 것(고토소비, 事消費)'에 가치를 두는 체험 소비로 소비 트렌드가 바뀌고 있다. 이에 발맞춰 일본 기업들은 소비자의 니즈를 만족시키기 위한 상품 개발에 여념이 없다. 특히 일본 패션시장은 그동안 상품을


판매하는 것에서, 정액제 의류 렌탈과 같은 체험형 서비스로 비즈니스 패러다임을 변화시켜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그 중 가장 눈에 띄는 것은 바로 패션기업들의 호텔 및 숙박업 진출이다. 이는 소비자들이 직접 넓은 숙박 공간에서 기업 및 브랜드의 가치관을 체험할 수 있도록 하는 고토소비의 일환이다. 그리고 이 현상은 일본 패션산업의 새로운 트렌드로 떠오르고 있다.


호텔 고에도쿄 전경


◇ 호텔 고에도쿄, 의식주 콘텐츠 모인 대형 쇼룸


일본 패션기업의 호텔업 진출 1호 사례는 2018년 1월 중국 선전에 오픈한 무지호텔이다. 그 다음달 일본 스트라이프 인터내셔날이 호텔병설형 매장 '호텔 고에도쿄(Hotel Koe Tokyo)'를 시부야에 오픈하면서 화제를 모았다.


스트라이프 인터내셔날은 '어스' '뮤지' '에콜로지' 등 일본 10~20대 여성들에게 인기를 끄는 다양한 브랜드를 운영하는 기업이다. 친환경 소재 의류와 화장품은 물론 식기, 생활용품까지 다양한 상품을 판매한다.


호텔 고에도쿄는 다실(사람들이 이야기를 나누거나 쉴 수 있도록 꾸며놓고 차나 음료를 판매하는 곳)을 모티브로 한 객실로 눈길을 끈다. 전통을 소중히 여기는 가치관과 일본 특유의 미니멀리즘이 더해져 절제되면서도 고급스러운 인테리어가 돋보인다.


1층은 베이커리와 레스토랑이 자리잡고 있으며, 그 위층에 패션 매장이 들어서 있다. 3층은 라운지 및 객실로 의식주 모두를 즐길 수 있는 체험형 호텔인 셈이다. 객실 내에는 자사 브랜드의 바디용품과 실내복, 각종 소품들이 구비되어 있으며, 레스토랑 및 이벤트 공간에서도 PB 제품을 폭넓게 활용하고 있어 거대한 쇼룸의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또한, 향후 해외 진출을 고려해 외국인 관광객들로 붐비는 시부야를 신사업의 거점으로 삼았다. 일본 내 핫플레이스인 시부야에서 젊은 이들의 열기를 느낄 수 있는 것도 또 다른 매력이다.


2층 패션 및 잡화 매장 모습

3층 라운지 및 객실


◇ '스노우피크', 글램핑으로 체험하는 아웃도어


아웃도어&스포츠 브랜드 '스노우피크'는 2017년 6월 케이큐전철과 협업을 통해 가나가와 지역에 상설 글램핑 시설인 '스노우피크 글램핑 게이큐 칸노자키(snowpeak glamping Keikyu Kannozaki)'를 오픈했다. 이어 올해 5월 니카타 지역에도 새로운 글램핑 시설인 '스완레이크 이가라시테이가든(swanlake ikarashitei garden)'을 오픈하며 사세를 확장하고 있다.


이가라시테이가든은 5개 동이 모인 숙박 시설로, 일본의 가치관인 화(和)를 모티브로 한 디자인이 특징이다. 글램핑을 즐기는 내부에는 '스노우피크'에서 만든 방수포, 가구, 식기 등이 비치되어 있어 직접 체험할 수 있다.

◇ 체험형 소비 더욱 가속화 될 것


'빔즈'는 트랜짓제너럴오피스가 총관리하는 쉐어오피스 '포털포인트(Portal Point)'와 협업한다. '유나이티드 에로우즈'는 리노베이션 기업 글로벌베이스와 손잡았다. 이로  미루어보아 일본 패션기업들의 호텔 및 숙박업 진출은 더욱 가속화 될 것으로 보인다.


패션기업들의 이러한 행보는 이커머스 시장에서의 점유율 확대가 목적이다. 브랜드 가치관을 체험하기에 이미 시장에는 비슷한 콘셉의 브랜드가 많고 차별화도 어려운 상황이다. 또한 이커머스 시장의 급성장으로 온라인으로 구매하는 소비자들이 크게 늘어났다.


일본 전문가들은 숙박이야 말로 일상을 벗어나 새로운 것들을 체험할 수 있는 궁극적인 라이프스타일이라고 말한다. 일본 패션기업들은 이에 착안해 브랜드의 가치관을 담은 체험형 콘텐츠로 신규 및 충성 고객 확보를 기대하고 있는 것이다. 소유보다는 공유가 각광받는 시대로 접어들면서 더 이상 상품 판매만으로는 수익 창출의 한계를 느낀 기업들의 노력이 더해진 체험형 소비 가치는 일본 산업 전반에 더욱 빠르게 확산될 전망이다.




'스노우피크’ 글램핑 시설 ‘게이큐 칸노자키호텔’

‘스노우피크’ 니카타 스완레이크 이가라시테이가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