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정선 데이그린 대표
2018-04-30이채연 기자 leecy@fi.co.kr
“’20대 스타일’ 대변하는 브랜드 만들고 싶어요”

톱 모델 진정선, ‘데이그린’으로 패션사업 도전


‘도전 수퍼모델 코리아2’ 우승자, ‘구호’ 뉴욕컬렉션 쇼를 비롯해 매 시즌 서울패션위크 런웨이를 누빈 톱 모델 진정선이 여성복 ‘데이그린’을 론칭, 패션 비즈니스를 시작했다. 패션디자인을 전공하고 웹디자이너로 일해 온 친언니 진다운 실장과 의기투합, 작년 11월 데이그린을 설립했고 지난달 1일 자사몰을 오픈했다. 잘 나가는 현역 모델은 왜 지금 사업에 뛰어들었을까.

진정선 대표는 “지금이 타깃 소비자를 더 많이 이해하고, 더 크게 공감할 수 있는 사업 시작의 적기다”고 말한다. 실제 진 대표는 올해 우리 나이로 스물넷, 메인 타깃과 같은 또래다.

“패션모델로 활동하면서 보고, 느끼고, 배운 모든 것이 사업의 기반이 됐습니다. 옷을 접할 때마다 항상 생각해 온 ‘이런 디테일로 바꾸면?, 이런 스타일이면 더 좋겠다’는 니즈가 ‘데이그린’의 출발선이죠.”


(왼쪽)진다운 실장, (오른쪽)진정선 대표


10대부터 일을 시작한 이 베테랑 모델은 몇 년 전부터 장래를 진지하게 고민하기 시작했다고 한다. 주로 디자이너 브랜드의 컬렉션 런웨이에 서는 하이패션 모델은 활동시기에 분명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결국 자신에게 가장 학습이 많이 되어있는 분야이자 가장 좋아하는 것, 언제나 관심의 안테나를 세우고 있는 ‘패션’에 투자하기로 마음먹었다.

사업을 하기로 결정한 다음에는 ‘경영’이 무엇인지부터 조금이라도 알아야겠다고 생각했다. 자신에게 옷을 입혀주었던 디자이너부터 그다지 친분이 없던 패션 브랜드 관계자들을 찾아 다니며 생산부터 판매까지, 사업 프로세스를 배우고 조언을 구했다. 셀러브리티가 운영하는 패션몰에 대한 세간의 부정적 시선, 입방아 대상이 되고 싶지 않았다.

“모델 활동을 하고 있기 때문에 내 브랜드를 적극적으로 홍보하지 못하는 어려움도 있죠. 하지만 둘 다 잘하지 못할 바엔 시작도 말아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업무 일정과 원칙을 세운 후 철저히 지키고 손익분기점을 고려해 사업 목표를 세웠어요. 나름 큰 자본을 들였고 사업자로서 위험부담도 있기 때문에 잠도 안자고 일에 몰두할 수 있는 거겠죠.”


진정선 대표

시도하지 않고 후회하고 싶지 않았다
진다운 실장은 동생의 사업 제안에 잘 다니던 회사를 그만두고 뜻을 모았다.

그는 “혹시 모를 작은 좌절 때문에 시도조차 하지 않고 후회하고 싶지 않았다”면서 “학교에서 공부한 외에 패션디자인 실무 경험이 없어 헤매기도 했지만 IT분야에서 일해 쇼핑몰 운영 솔루션에 대한 이해, 전문성을 살릴 수 있겠다는 자신감도 있었다”고 말했다.
론칭을 준비하는 6개월여 동안에는 그야말로 강행군을 했다. 진 실장은 결혼해 살림을 났지만 이동 시간이 아까워 진 대표 집에서 합숙을 했다고.

“원단시장에서 부자재 상가로, 봉제공장으로 뛰어다니면서 반년을 동대문에서 살다시피 했어요. 동생이 서울패션위크 준비하느라 혼자 양 손에 한 가득 샘플을 들고 가봉 다닐 때가 제일 힘들었죠. 봉제공장 사장님들도 처음에는 모르는 것도 많고, 일감도 적어 대면대면 하셨는데 몇 달 지나니 애쓰는 모양이 딱해 보이셨는지 ‘잘해보라’시면서 이것저것 가르쳐 주시고 공임도 좀 깎아 주시더라구요(웃음).”

진다운 실장


두 자매가 선보인 ‘데이그린’은 90년대 레트로 무드를 사랑스럽고 위트 있게 풀어낸 데일리 캐주얼 웨어다. ‘영 앤 큐트(young & cute)’, 친근하게 다가갈 수 있는 옷, 지금의 20대를 대변하는 스타일을 지향한다. 가격대는 반팔 티셔츠 2만원대, 스커트와 데님 팬츠 4~5만원대, 원피스 6~9만원대, 재킷 10만원대 초반이다. 첫 출고 스타일 중 트위드 재킷 2종과 테일러드 재킷은 일찌감치 완판됐다.

이번 시즌은 원피스를 주력 아이템으로 해 21개 스타일을 선보였다. 앞으로도 스타일 수를 크게 벌리지는 않을 계획. 춘하, 추동 시즌에 각 30~40개 스타일을 전개하면서 시즌 별로 전략아이템 육성에 집중하기로 했다.


‘데이그린’이 내세우는 강점은 우선 8년 차 모델이 기획과 디자인에 참여한 만큼 세심한 디테일을 꼽을 수 있다. 클래식한 체크 패턴 원피스에 더한 앙증맞은 버튼과 레터링 자수, 코튼 원피스의 실루엣을 살려주는 퍼프 소매와 허리 밴딩 등은 개성을 살리되 과하지 않다. 무엇보다 모든 제품을 자체 기획하고 국내 생산해 사입 위주의 일반 소호몰 제품과 비교해 완성도와 봉제 품질이 높다는 점에 자부심이 크다.


또 온라인 채널을 기반으로 시작한 만큼 소비자가 원부자재 품질과 사이즈, 핏 등의 제품정보를 명확히 알 수 있고 손쉽게 결제할 수 있도록 사용자환경(UI) 수준을 높이는데 공을 들였다. 모델 진정선의 감도 높은 스타일링 화보는 덤. 혹여 소비자들이 진 대표의 착용 컷을 보고 ‘비현실적인 모델 사이즈’로 여기지 않도록 표준 사이즈 피팅도 진행해 제품에 정보를 표시하고 있다.


올해는 자사몰 안착에 우선 순위를 두고 생산기반을 갖추고 안정적으로 물량을 공급하는데 매진할 계획. 내년 봄 시즌부터는 콘텐츠에 다양성을 부여할 협업 라인을 선보인다. ‘데이그린’의 이미지를 살릴 수 있는 스트리트 캐주얼 아이템, 여름 시즌 캐쉬카우 역할을 할 수 있는 비치웨어 등으로 방향을 잡고 있다. 이번 시즌 ‘독도’ 라인처럼 수익금을 사회적 기업 프로젝트도 꾸준히 이어갈 생각이다.


사업 목표를 묻는 질문에 진 대표는 예상보다 훨씬 담백하고 현실적인 답을 들려준다.


“동시대를 살아가는 친구들이자 소비자들에게 가치를 인정받는 브랜드로 키우고 싶습니다. 진정성과 나만의 스토리는 없이 셀럽 브랜드로 포장해 이슈를 만들고 싶지 않아요. 기본은 물론 입었을 때 예뻐 보이는 옷을 만드는 것이고, ‘데이그린’을 입었을 때 예뻐 보인다는 사실을 어떻게 소비자가 알 수 있도록 할건지가 목표 달성의 관건이겠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