긍정적인 비판은 혁신으로 이어진다
2008-03-21
미터법은 왜 로켓 과학이 아닌가
혁신은 위험한 사업이다. 어떤 때는 위대한 아이디어가 추락해서 타 버린다. 화성 탐사선의 경우 정말로 그런 일이 벌어졌다. 1998년 발사된 미국 화성 탐사선은 공기브레이크라는 방법으로 화성 궤도에 진입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불행히도 항공우주국이 계획한 대로 궤도진입은 이루어지지 않았고 탐사선은 실종되고 말았다. 무엇이 잘못인지에 대한 조사 결과 우주선이 화성으로 가는 길을 안내한 그래프에서 문제가 발견됐다. 그래프의 단위가 미터법이 아니라 옛 영국식이었던 것이다. 이쪽 과학자들은 미터법을 쓰고 있고 저쪽 과학자들은 옛 영국식 단위를 쓰고 있다는 사실을 아무도 몰랐기 못했기 때문에 125백만 달러짜리 탐사선이 땅에 처박힌 것이다.
에버렛 로저스는 어떤 것을 혁신이라고 주장하려면 사용자가 판단의 주체가 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미국이나 영국에 사는 사람에게는 문화적으로 깊이 뿌리내린 옛 영국식 도량형에 비해 우아한 미터법이 나을 것이 없다. 미국 항공우주국의 로켓 과학자도 우주선을 만들고 날리는 데 미터법을 쓰지 않는데 누가 그것을 쓰려고 애쓰겠는가? 화성 탐사선의 추락이 보여주는 것은 혁신이 보는 사람의 눈에 달려 있다는 것이다. 중요한 것은 문화적인 전통, 우리가 받은 교육, 우리의 정치적인 목표, 우리 회사의 이익, 그리고 사소하고 비이성적인 일상생활의 사소함 때문에 우리의 눈이 흐려진다는 것이다. 미터법이 훌륭한 생각인지는 모른다. 하지만 그래서 어쨌다고?
‘그래서 어쨌다고?’에 대한 짧은 역사
미국이 도량형을 10진법으로 바꾸는 데는 뒤졌을지 몰라도 돈을 10진법으로 바꾸는 데는 혁신적이었다. 1972년 미국은 100센트를 1달러로 하는 법을 통과시켜 화폐 단위에 10진법을 채택한 최초의 국가가 되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월스트리트의 주식시장은 2001년 4월까지 반으로 쪼갠 달러를 고집했다. 1/2과 1/4만 쓴 것이 아니라 1/32, 1/64달러까지 사용했다. 10진법의 혁신과 편리함을 주식 거래인들은 원하지 않았던 것이다.
오랫동안 10진법에 저항한 이유 중 하나는 스프레드(사는 가격과 파는 가격의 차이) 때문이다. 옛 체계에서는 보통 1/16달러를 최소 단위로 주식을 거래했다. 그래서 1달러에 16계단이 있었다. 거래인이 $10 1/4에 주식을 사서 $10 5/16에 팔면 차액 6.25센트가 손에 남았다. 하지만 10진법으로 바뀐 후에는 최소 가격 단위가 1센트가 되기 때문에 1달러 폭에 100가지 다른 가격이 생겼다. 그 결과 스프레드는 1센트까지 줄어들었고 거래인의 이윤도 줄어들었다. 미터법과 화폐 단위의 10진법은 뿌리 깊은 문화와 충돌하는 혁신이었고, 실제로 전환에 비용이 드는 것도 그에 대한 반대의 이유가 되었다.
꽃과 잡초
앞의 두 장을 읽은 다음 당신은 이렇게 외칠 것이다. “혁신은 실패한 것이 아니라 잠시 보이지 않는 곳에 있을 뿐이다.” 당신이 옳다. 미터법은 어떤 나라에서는 큰 성공을 거두었고 다른 곳에서는 어려움을 겪었다고 지적한 것도 옳다. 이를 보고 혁신에 대해 반드시 알아야 할 것은, 혁신이 성공하느냐 실패하느냐가 때와 장소와 인식에 달려 있다는 것이다. 혁신의 특성은 잡초의 유전자와 같다. 어떤 조건에 대해 준비하지만 보장은 없다. 기후가 혹독하면 잡초도 시든다. 혁신의 성공과 실패를 결정하는 환경적인 요인이 있다. 먼저 아이디어가 번성하도록 조직 내에 격려하는 분위기가 있어야 한다. 좋은 아이디어가 반대에 부딪히면 혁신은 꽃을 피우지 못한다.
많은 경우 시장수요가 혁신을 이끄는 대신 기술 발전이 혁신을 민다. 결국 혁신은 선견지명과 기회주의의 결합이다. 여기서 기회주의란 끊임없이 변화하는 환경 속에 혁신에 알맞은 자리를 볼 수 있는 능력이다. 이 점에서 혁신의 파괴적인 본성은 많은 새로운 종들이 나타나는 짧은 격변의 시기가 있고, 그 뒤의 안정적인 시기에는 성공적인 몇몇 종들이 번성하고 나머지 대부분의 종들은 서서히 사라진다는 진화론의 단속평형설과도 닮았다.
과거의 교훈에서 배우기
역사의 교훈에서 배우지 않는 사람은 과거의 실패를 되풀이할 수밖에 없다. 그러나 많은 창업자들은 실패에 대해 생각하려 하지 않는다. 2001년 발표된 「닷컴기업은 왜 실패했나?」라는 제목의 보고서는 닷컴 기업의 사업실패 원인을 경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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