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인 '자라'스웨덴 'H&M'한국은?
2008-01-28 박찬승 기자 pcs@fi.co.kr
기업의 핵심 역량 개발
1. 패션 강소기업 1순위는 누구인가?
2. 고유한 가치 개발
#1. 중소패션업체 K 전무. 그는 얼마 전 생산관리를 위해 중국 항조우에 출장을 갔다가 시간이 있어, 도시 인근에 있는 ‘레드폭스아웃렛’을 방문했다.
중국과 해외 브랜드들이 입점해 있는 이곳을 둘러보던 K 전무는 그 곳에서 씁쓸한 광경을 목격했다.
국내에서 잘 나가는 대기업 브랜드들이 아울렛 2층 후미진 구석 매장에서 매대 장사를 하고 있는 것이다.
휠씬 못한 브랜드들도 시내 중심가에 근사한 매장을 내 버젓이 운영하고 있는데, 소위 한국을 대표하는 대기업, 그것도 이 회사의 간판이라 할 수 있는 브랜드들이 국가 이미지까지 깎아 먹으면서 볼성사나운 모습으로 영업을 하고 있는 것이다.
#2. 매스밸류 아동복 「트윈키즈」. 이 브랜드는 한 때 실적 부진으로 백화점에서 쫓겨났다. 하지만 혁신적인 노력으로 현재는 국내 매스밸류 아동복 시장 간판 브랜드 중 하나로 성장했고, 중국 시장 안착에도 성공했다.
중국에선 한국을 대표하는 아동복의 하나로 간주되며 글로벌 브랜드와 어깨를 나란히 하고 있다.
이 브랜드가 이러한 대접을 받는 건 중국 진출 초창기 상해 팔백반 백화점 입성 때 쓴 전략에 힘입은 바 크다. 당시 이 백화점에는 글로벌 유력 브랜드들이 주로 입점해 있었고, 국내 아동복 브랜드는 「빈폴키즈」가 유일했다. 백화점 측은 아일랜드 매장 입점을 제안했지만 「트윈키즈」는 브랜드 가치를 내세우며, 박스 매장 할애를 고집했다. 결국 「트윈키즈」 주장이 받아 들여졌다.
패션 강소기업이 되기 위해서는 핵심 역량을 지닌 기업들의 역할이 중요하다.
핀란드는 「노키아」를 국가적으로 키워, 강소국 대열에 들어섰다. 지난해 「노키아」가 벌어들인 매출은 41조원. 핀란드 1년 국가 예산보다 많다.
패션 사업도 마찬가지다. 패션 강국인 프랑스나 이탈리아, 영국, 미국, 일본을 제외한 소위 강소국으로 불리는 나라에는 국민 브랜드라 할 수 있는 대표기업과 브랜드가 있다. 스페인의「자라」, 스웨덴의「H&M」.
국내에서 과연 누가 이러한 역할을 할까? 또 이들이 지닌 핵심 역량은 무엇이고, 이들은 자신이 가진 역량을 제대로 쓰고 있는지 살펴봤다.
대기업은 대기업답게
패션 업계 전문가들은 패션 강소기업 육성을 위해서 대기업의 역할을 강조하고 있다. 동시에 대기업이 지닌 핵심 역량을 제대로 활용할 것을 주문하고 있다.
정성식 휠라코리아 부사장은 “글로벌 브랜드에 대항해 패션 강소기업이 되기 위해선 인재가 있어야 한다. 인재에 투자할 여력은 현실적으로 대기업 뿐”이라며 “이를 간과한 채 중소 패션 업체들이 하는 방식으로 사업을 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그는 또 “인재에 투자한다고 해서 단기간에 그들이 성장해 제 역할을 하는 것은 아니다. 인재 개발과 함께 수급을 병행해 국내 패션 산업의 경쟁력을 키워야 한다”며 “이를 위해서는 경우에 따라선 유능한 외국인을 활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휠라코리아가 미국 지사장을 존 웹스타인을 기용한 것도 같은 이유라는 것이다.
대기업이 자신이 지닌 핵심 역량을 간과한 채 라이선스을 통해 현실에 안주하지 않을까 우려하는 시각도 있다. 오봉옥 슈페리어 이사는 “라이선스 사업은 그 브랜드가 갖고 있는 핵심 역량을 전수받기 위함인데 국내에서는 브랜드가 지닌 인지도를 활용해 단기적인 이익을 얻기 위한 수단으로 활용하거나, 심지어 ‘미래에 대한 보험용’으로 여기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미래에 대한 보험은 글로벌 브랜드들이 한국 패션 시장을 장악할 것이고, 이 때 그들 브랜드들의 벤더 역할로 내수 시장에서 일정 지분을 확보하려 한다는 설명이다.
패션 강소기업 육성이라는 대승적 차원에서 대기업이 브랜드 육성에 솔선수범해야 한다는 것이 업계 전문가의 견해다.
대기업에 대한 기대와 주문은 글로벌 사업에서 더 하다. 중소기업은 자금력과 인재 확보 면에서 독자적으로 풀 여력이 없기 때문이다.
브랜드보다 시스템과 소싱으로
많은 업계 전문가들은 우리의 현실적 여건을 감안할 때 프랑스나 이탈리아처럼 브랜드 파워로 글로벌 패션 사업을 펼치기는 쉽지 않다고 보고있다.
따라서 패션 강소기업으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핵심역량을 '자라'처럼 시스템이나 글로벌 소싱 네트워크를 활용해 푸는 방법이 더 실효성있다고 보고있다.
한 업계 전문가는 "대부분 국내 패션 업체 오더들은 섬유와 봉제산업을 통해 성장했다. 글로벌 브랜드 오더 처리를 소화하느라 전 세계 소싱처 개발과 활용하는 노하우도 갖고 있다"며 시스템과 글로벌 소싱을 통한 사업 가능성에 점수를 더 줬다.
브랜드를 통한 글로벌 진출에 대해선 자체 브랜드 개발 보다는 해외 브랜드 M&A가 유리하다고 보는 시각이 많다.
해외 시장에 정통한 한 업계 전문가는 "우리에게 잘 알려진 유명 브랜드가 해외 M&A 시장에 많이 나와 있다. 가격도 국내 브랜드에 비해 그리 비싸지 않다. 더욱이 금융 전문가를 활용하면 갖고 있는 자금이 많지 않아도 글로벌 브랜드 인수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는 "정작 문제는 돈이 아닌 브랜드 인수 후 리뉴얼과 글로벌 사업을 펼 수 있는 경영자의 마인드, 또 인재를 확보하고 있는가다"고 지적했다. 패션 강소기업 육성을 말하면서 대기업의 역할을 강조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글로벌 기반과 유통망 갖춘 업체도 기대
대기업 다음으로 강소기업이 될 가능성이 높은 기업은 누구인가?
패션 강소기업은 내수와 해외 사업을 동시에 전개할 수 있는 능력을 갖고 있어야한다는 것이 업계의 정설이다.이런 점에서 패션 강소기업이 나올 가능성이 높은 업체로 해외사업 경험과 노하우, 네트워크를 갖고 있는 수출 및 무역업체로 보는 시각이 많다.
이창구 보끄레머천다이징 대표는 "해외 시장 흐름을 꿰뚫고 있는 무역회사를 주목하라. 그들의 자본력과 해외 소싱력으로 패션 업계의 무서운 강자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1순위로 거론되는 업체가 신성통상과 세아상역, 국제상사를 인수한 E1이다.
하지만 이들 기업이 최근 펴고 있는 사업 전개 방식에 대해서는 아쉬움을 토로하고 있다.
김한흠 한성에프아이 전무는 "글로벌 기업과 경쟁할 수 있는 자금과 조직력, 해외 네트워크를 갖고 있는 업체들이 해외보다 내수에 심혈을 기울이는 것은 아쉽다. 국내 사업의 이익에 맛들이면 안 된다"라고 우려를 표했다.
핵심 역량으로 독자적인 유통망 구축 능력을 지닌 업체들도 패션 강소기업 1순위로 꼽히고 있다. 이랜드, 롯데쇼핑, 이마트처럼 유통과 패션 콘텐츠를 갖고 있으면 현지 소비자와 직접 부딛쳐 개척해 가는 방법이 있기 때문이다.
특히 이랜드의 경우 매스밸류 패션과 유통사업에 대한 노하우와 글로벌 비즈니스 감을 지닌 인재를 보유하고 있는데 자체 콘텐츠까지 보유하고 있다는 점에서 패션 강소기업 1순위 업체로 지목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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